톡톡 튀며 개성 넘치는 청년 정치인들, 자기 진영에서는 눈엣가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좌)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좌)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며 활약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두 청년정치인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으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몰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의 청년정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 선거 끝나니 시작된 공격...위기에 놓인 이준석-박지현, 진짜 희생양 됐나?

이준석 대표는 유튜브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로부터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후 증거인멸교사 의혹까지 일며 결국 8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는데, 이 대표는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태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기에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기득권 정치 세력과의 권력 싸움에서 내쳐진 것이라는 분석들이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반면 박지현 전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다는 이유로 지도부가 총 사퇴함에 따라 물러났었지만,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의 쇄신을 위해 앞장 서겠다'면서 오는 8월에 열리는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에 도전 의사를 밝히자마자 민주당 내 일부 기득권 정치인들이 그에게 '피선거권이 없다'면서 출마 자격을 따지며 급기야 지도부에서는 그의 출마 여부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고 단칼에 잘라내 그의 출마는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이준석 대표는 2030세대의 남성들로부터 열열한 호응을 받으며 국민의힘에 새바람을 불러 넣어 젊은 정당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박지현 전 위원장은 2030세대의 여성들의 표심을 이끌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평가에 한 몫을 하고 그 후 2030 여성의 표심을 민주당에 그대로 반영되게 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는 그들을 열열히 응원했던 한국의 기득권 정치인들은 선거가 끝나자 마자 그들에 대해 돌연 태도를 바꾸는 듯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는데, 실제로 일각에서는 기득권 정치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평가의 잣대는 허술하면서 유독 청년들에게는 모든 부분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고 관측했다.

◆ 선거 이후 외면 받는 청년정치인들, 한국 정치 후퇴 신호음?

다만 청년정치가 이렇게 외면 받는 분위기에 대해 한국 정치의 후퇴라는 시선도 감지되면서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는데, 특히 '97그룹'(90년대학번, 70년대출생)의 중년층에 속하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수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표의 징계가 결정됐다는 것에 대해 다소 놀라면서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하면 안 돼'라는 이상한 결과와 인식의 확산으로 가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특히 박 의원은 "이준석이라고 하는 정치인으로 대표됐던 한국에서의 청년 정치의 급격한 대두, 일정한 희망이 다 지금 없어져 버리고 이준석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로 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씁쓸해 했다.

더욱이 그는 박지현 전 위원장도 언급하면서 "본인 입으로 '토사구팽됐다. 내가 계륵이냐'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정말 가슴 아팠다"면서 "실제로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 정치가 청년 정치인들을 이렇게 소비해버리고 만다"고 한탄하며 청년들에게 좀 더 기회를 주는 정치 제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 청년정치인들, 자기 진영에서만 유독 눈엣가시?

심지어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대표의 징계 처분에 대해 "당권 싸움"이라고 규정하면서 "여당 정치인들이 정치권에서 보여선 안 될 흉한 모습이다. 당내 분란,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신 대변인은 자기 진영의 박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쓰다 버린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너무 크지 않느냐"면서 "청년이라고 해서 우리가 무조건 밀어주고 받아주는 게 아니다. 우리는 (박 전 위원장에게 그간) 너무 큰 권한을 줬는데, 그가 (그 권한을) 마구 휘둘러 당내 분란만 일으켰다"고 평가 절하했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일부 기득권의 '꼰대' 정치인들은 모두 자기 진영에서 톡톡 튀는 개성 넘치는 청년 정치인들을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날 박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를 무력화 시킨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국민의힘은) 눈엣가시였던 이 대표를 이런 문제를 빌미로 '팽'하고, 그 후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을 당대표로 앉히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면서 "결국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이 대표를 활용하고 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준석 징계에 청년들도 반발음, 문성호 대변인 "의혹만으로 끌어내리다니" 발끈

한편 이 대표의 징계 결정 과정에 대해 청년들은 의구심을 가지면서 청년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대표의 징계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더욱이 이날 '나는 국대다'(나는 국민의힘 대변인이다) 출신의 청년인 문성호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윤리위의 결정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의혹제기만으로 당대표를 끌어내릴 수 있다면, 당의 누군들 끌어내리지 못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문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함이 아니다"면서 "제가 우려를 표하는 것은 일방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제기만으로 당대표의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선례가 앞으로 우리당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없는 의혹이라도 당사자가 완전히 소명하지 못한다면 징계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일방의 의혹제기만으로도 징계할 수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앞으로 윤리위 제소가 당내의 정쟁 도구로 오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변인은 "결국 당내의 건전한 비판과 자정작용은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마타도어가 난무하는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면서 당을 향해 "'네가 소문의 당사자이니 아니라면 스스로 증명하라'식의 주장이 어떠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 부디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청년층'에게 인기를 끌었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당을 향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지금은 한마음으로 정권초기 초석을 놓아야 할 때"라면서 당내 중진 의원들을 향해 "끊임없는 의혹제기로 당권 수비에만 전념한 당대표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든 말든 기강과 버릇을 바로 잡겠다는 군기세우기식 정치는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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