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개편 예고에 반발음, 尹 "공식 입장 아니야" 번복까지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위원장.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위원장.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여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 움직임을 보여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여야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 윤석열 대통령 "노동시장 유연성, 검토해 보라 얘기한 것...공식 입장 아니야"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52시간 근무제 개편 논란에 대해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에 언론에 나와서 확인해 봤다"면서 "노동부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추경호) 부총리가 노동부에 아마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 보라'고 얘기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확대 해석을 차단하고 나섰다.

다만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고용부는 당황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고용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과 공유했다"고 분명히 밝히면서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개혁안이 최종안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부는 "어제 장관의 발표 내용은 정부의 최종 공식 입장이 아닌, 기본적인 방향과 향후 추진 계획이었다"면서 "앞으로 노동시장 개혁의 최종안은 민간연구 결과와 현장 노사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정한 뒤 정부 공식 입장으로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 이정식 장관, 노동시장 개혁 방향 발표 "현장 다양한 수요 대응 못하고 있어"

앞서 전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세종정부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을 열여 임금체계와 근로시간제 개편 등의 개혁 추진 방침을 밝혔다. 즉, 이 장관은 현재 1주 단위로 제한된 연장근로 단위를 4주로 늘려 탄력적인 유연 근무제로 개선하겠다는 얘기이다. 

특히 이 장관은 "(노동시장이)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노동시장의 핵심 요소이자 국민 대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해묵은 숙제"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조만간 제도 개선될 것임을 예고했었다.

◆ 한국노총 "주 단위에서 월 단위 확대? 절대 용납 못해...1일 단위 관리해야"

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즉시 성명을 내고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제한 없는 초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주52시간제 무력화'라고 맹폭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선 연장노동시간의 월 단위 확대가 아니라 1일 단위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정부의 주장대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라면서 '1일 단위 최장 8시간 근로'를 강조했다.

◆ 여야도 갑론을박, 與 권성동 "노동시장 경직 운용에 많은 애로 있어"

한편 여야의 정치권에서도 주52시간 근로제 개편 문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방이 벌어졌는데, 우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노동시간이 너무 경직되게 운용되고 있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게임 산업에서는 인력 운용에 많은 애로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개편에 찬성하는 입장임을 표명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그런 애로 때문에 경영 비용이 증가해 (기업들이) 경쟁력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아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대다수 기업과 근로자가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제도 개편으로 기업들이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할 수 없게끔 설계가 돼 있다"면서 "(고용노동부로부터) 보고를 받은 건 있다"고 일축했다.

◆ 야권 총공세 '이게 국기문란', 민주당 "노동개악"...정의당 "과로 사회로의 퇴행"

반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어제 고용노동부에서 발표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은 노동자에게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노동개악 선언인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은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 '현실화되는 것이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신 대변인은 고용노동부를 향해 "윤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 발표야말로 국기 문란인 것"이라면서 "주52시간제 개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 (고용노동부에)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의당 이동영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주52시간제를 안착화시키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이라면서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내놓은 것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 120시간 바짝 일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과로사회', '일하다 죽는 사회'로의 명백한 퇴행인 것"이라고 철회를 요구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장관이 공식 발표를 했는데, 하루 만에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말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대통령 따로, 장관 따로'인 노동 정책이야말로 국기문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특히 야권에서는 '국기문란'을 언급하며 이날 윤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는데, 이는 윤 대통령이 전날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대통령 결제가 나기도 전에 잘못된 인사 결과가 나간 것을 두고 경찰 측을 향해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한 것을 빗대어 비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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