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경찰 고위급 인사 번복 논란도…민주당, ‘경찰통제’ 쟁점화 나서

윤석열 대통령(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중), 김창룡 경찰청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석열 대통령(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중), 김창룡 경찰청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검수완박으로 경찰의 권한이 한층 커지자 이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거론한 윤석열 정부에서 31년 만에 경찰국을 신설하기로 결정하자 경찰에선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를 고리로 윤 정부에 대한 공세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에서도 점차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 경찰국 신설 및 장관의 청장 지휘규칙 제정키로 한 행안부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지시로 구성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지난 21일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도 제정하라고 권고했는데 이 권고안에는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 그 밖의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자문위원회 설치도 포함됐다.

자문위에선 행안부 장관이 헌법, 경찰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법에 따라 경찰청과 관련해 법령 발의·제안, 소속청장 지휘, 인사 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수사 규정 개정 협의 등 여러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재 행안부 내에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어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 신설을 권고하게 됐으며 현재 정부조직법상 소속청이 설치된 10개 부처 중 7개 부처는 소속청 지휘 규칙이 제정돼 있으나 행안부와 해양수산부에는 없어 지휘규칙 제정도 권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문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행안부는 일단 법률 개정이 필요 없는 것부터 속도를 내기로 했는데, 한창섭 행안부차관이 자문위 권고안 발표 브리핑에서 “행안부 하부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대통령령으로 가능하고, 지휘규칙은 행안부 부령으로 발령이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경찰청장 지휘규칙의 경우 행정안전부령을 제정하면 돼 입법예고과정을 거쳐 이 장관이 공포하면 절차가 끝나고 경찰국 신설은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이뤄지게 된다.

다만 행안부가 경찰 공무원에 대한 인사제청권을 행사하게 되는 후보추천위원회나 경찰제도 관련 근본 논의를 할 대통령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 등을 설치하기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정 등 절차가 필요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면 추진하기 쉽지 않은데다 당사자인 경찰에서도 행안부가 직접 인사 관여하는 데 대한 반감이 상당한 실정인데, 이미 경찰 내에선 자문위 권고안에 맞서기 위한 TF팀을 만들어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991년 개정된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이미 ‘치안’이 삭제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이를 의식한 듯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경찰 관련 행안부 장관의 소관 사무가 개별 법률에 분산돼 있고 그 소관 사무를 행안부 장관이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하부 조직을 설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으며 자문위에서도 경찰제도발전위원회 논의 주제 중 하나로 ‘정부조직법의 행안부 장관 사무에 경찰 관련 사항 명확화’를 포함시켰다.

◆ “경찰, 권한 커지면 견제 받아야” vs “행안부, 경찰 통제하겠단 것”

경찰 출신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좌)과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중), 한덕수 국무총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경찰 출신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좌)과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중), 한덕수 국무총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민주당을 중심으로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솟구쳤는데, 경찰 출신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밤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친 검찰 성향의 학자들이나 검사 출신 교수들 중심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이 장관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그런 권고안이 나온 것 아닌가. 경찰국 만들면 과거 내무부장관이 치안본부를 직할 통제하던 방식과 뭐가 달라지나”라며 “윤 대통령이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최측근 장관으로 하여금 경찰수사권 이후 경찰을 자신이 직접 직할 통치 방식으로 장악하겠다고 하는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된 느낌”이라고 직격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황 의원은 “행안부 장관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반헌법적인 발상이다. 헌법에 위반한 내용이기 때문에 장관이 재량으로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어서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행안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정애 비상대책위원은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아예 윤 대통령을 겨냥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 공약이 행안부 장관일 줄 누가 알았겠나. 경찰의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장악이란 무리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뿐 아니라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이 자리에서 “행안부 장관이 13만 경찰 조직을 지휘·감독하며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한 고위직 인사를 제청하고 경찰에 대한 감찰과 징계 요구까지 하겠다고 하는데 행정안전부가 아니라 경찰쥐락부”라며 “경찰을 완벽하게 통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문위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과 불송치 종결권이 부여됐다는 이유를 들면서 친검찰다운 검찰개혁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한 목소리로 윤 정부를 압박했고, 우상호 비대위원장 역시 “대통령 지인인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급기야 전반기 국회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까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를 향해 자문위 권고안을 전면 폐기하라고 촉구했는데, 또 다른 경찰 출신인 의원인 권은희 의원도 2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시대를 역행해서 경찰 지휘 조직을 둔다면 행안부 장관이 곧 경찰청장이다, 이렇게 되고 그 결과 전방위적으로 경찰의 모든 정책, 인사 등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행안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헌법의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반되는 사항이기에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탄핵소추를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물론 정부에선 ‘경찰 장악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는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브리핑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법안 처리로 경찰권 비대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그런 우려가 끊임없이 있었다. 조직과 권한이 커지면 더 많은 견제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만약 당시 관련 입법을 하면서 경찰권 비대화를 입법으로 견제·감독할 방안을 만들었다면 지금 같은 조치는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을 직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관계자는 윤 정권에선 민정수석실이 폐지된 점을 들어 “역대 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매우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경찰을 통제했다면 공식 조직과 체계를 통해 경찰을 감독·견제하는 통상 업무가 만들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경찰국 신설 방침을 옹호했으며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자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말했기에 어떤 지휘규칙을 만들든 간에 경찰의 개별 사건에 대해 간섭하고 개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제박람회기구 총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21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에는 검찰국이 있는데 경찰의 경우 행안부에 없어 업무 효율성을 위해 당연히 어떤 조직이 있어야 한다. 없었다는 게 어찌 보면 좀 이상하다”며 “경찰은 검찰에 못지않을 만큼 중요한 기관이다. 독립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면 되는 거지 독립성을 저해할까봐 조직을 만들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입장을 내놨다.

◆ 경찰 인사 번복도 논란 불 붙여…대통령실 “‘인사’로 길들이기? 허위사실”

더불어민주당 전 행전안전위원회 위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 행전안전위원회 위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정부 측과 야권 간 시각차가 완전히 엇갈린 가운데 공교롭게도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의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인 전날 저녁, 경찰 고위 간부인 치안감 보직인사 결과가 공개된 지 2시간 15분 뒤 갑자기 대상자 28명 중 7명의 보직이 변경돼 다시 발표되는 촌극까지 벌어지면서 논란에 한층 불을 붙였는데, 경찰 측에선 실무진 실수로 협의 중에 나온 중간 인사안을 발표했다가 오류를 발견해 최종안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으나 이마저 행안부가 인사 최종안을 다시 통보했다고 다시 해명하면서 행안부의 ‘경찰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어났다.

처음 발표된 명단에 없었던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은 인사 번복으로 중앙경찰학교장으로 이동하게 됐으며 유재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장이 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으로 내정됐다가 2시간여 만에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으로 바뀌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는데, 인사가 뒤집힌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22일 “물리적으로 그럴 시간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고, 전날 오후 7시10분께 행안부 치안정책관실로부터 최초 인사안을 넘겨받아 공표했으나 오후 8시께 (행안부로부터) 최종안과 다르다는 연락을 받게 돼 경찰청장 보고 절차를 거친 뒤 오후 9시20분께 수정된 최종안을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즉각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치안감 인사는 대통령 재가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경찰권 장악에 대한 정당한 반발을 인사로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이고 명백한 보복성 인사”라며 “대통령실과 이상민 장관은 초유의 인사 사태에 대해 누구 지시로 이뤄졌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공세에 나섰는데, 대통령실에선 같은 날 “(윤 대통령은) 행안부 장관이 제청한 그대로 결재했다. 인사안을 통해 경찰 길들이기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고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의혹 불식에 나섰으나 민주당은 물론 정의당까지 윤 정부의 경찰 조직에 대한 조치에 한 목소리로 견제구를 던지고 있어 이번 논란을 둘러싼 정치권 내 논쟁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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