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방향 발표한 尹 “민간 주도로”…민주당 “경제 돌파 어려우니 수사 국면으로 바꿔”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국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중고에 처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앞으로의 경제정책방향을 민간 시장 주도로 바꾸겠다고 천명해 정권 초반부터 직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윤 대통령 “혁신 막는 규제 걷어낼 것”…정부 “기업 활성화로 민간경제 제고”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경기 성남 판교 제2테크로밸리에서 가진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는 가운데 복합 위기에 경제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면서도 “위기일수록 민간 주도, 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 정부는 민간의 혁신과 신산업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관행적인 그림자 규제는 걷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를 보여주듯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를 위해 올 하반기 근로시간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뒤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으며 기업 부담을 덜고자 법인세 과표 구간(현 4단계)을 단순화하는 것은 물론 최고세율도 현재 25%에서 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 상속세 납부를 타인에게 양도·상속할 때까지 유예하는 제도를 신설하며 기업 상속공제를 받는 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도 4천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까지 늘려 상속 부담을 크게 덜어주기로 했고 기업 활동이 규제에 발 묶이지 않도록 규제 하나를 만들면 기존 규제 두 개를 없애는 원인투아웃 제도를 신설하고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연관된 ‘덩어리 규제’에 대해선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끔 ‘규제 원샷 해결’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 뿐 아니라 경제사범에 대해서도 사법처리 대신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제재를 내리거나 형량을 완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경영책임자 의무 완화도 추진하는데, 다만 법인세 완화를 비롯해 이 같은 조치들이 기업인에게만 과하게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다 이전 정권에서 추진됐던 정책과 정반대로 가고 있어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선지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몇 년간 기업투자가 위축된 부분이 있어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 민간경제 활력을 제고한다는 측면으로 봐달라. 결국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그게 세수 확보에도 연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으며 법인세 감세에 대해선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이 “법인세율 인하는 하위구간도 조정한다. 중소기업도 혜택이 돌아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기업 활성화로 경제위기를 극복해내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이날 오후 용산청사에서 밝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는데, 그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기업인과 같이 정책을 만드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저녁에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많이 비어 있으니 언제든 연락 달라. 같이 도시락 먹으면서 경제 문제에 대해 의논하자’고 말했다”며 “윤 대통령은 기업과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말하면서 ‘정부는 기업이다’라고 했다. 또한 ‘현재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해 국민이 다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 민생경제 주목한 尹정부, 주거·양육·통신비 완화에도 나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단지 기업에게만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는데, 16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민생 안정을 최대 당면 현안으로 꼽았으며 윤 대통령도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민생경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있어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하고 국민이 직면한 물가, 금리, 주거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는 당초 7월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30%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5개월 연장하고 청년층 양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저귀·분유에 대한 부가세는 영구 면제를 추진하기로 했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소상공인 국유재산 임대료 감면을 올 연말까지 6개월 연장키로 했다.

이밖에 통신비의 경우 저렴한 어르신용 5G 요금제 출시를 늘리기로 했으며 주거비에 대해선 무주택 세대주가 부담하는 월세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주택 전세금 원리금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는데, 집값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약속도 지키고자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추고 100% 적용하던 종부세는 60%로 햐향 조정하되 특별공제 3억원을 한시 적용해 기본공제를 공시가 14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금리 상황도 감안해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채를 연착륙시키고자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을 위해 8조7천억원의 보증·융자도 공급하기로 했는데,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신경을 써서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 30%인 현재보다 높인 35%를 목표로 상향조정했으며 주거급여 선정기준도 기준중위소득 50%로 단계적 상향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나왔고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단계적 인상하기로 하는 등 서민경제를 염두에 둔 정책을 쏟아냈다.

이 같은 내용의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가능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민생안정과 물가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 이 같은 주요 정책과제들은 법령개정, 예산·세법개정안 반영 등을 통해 신속 이행하겠다”면서도 “정부 정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정치권 등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호소했다.

당장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어 답답해하는 모습은 이날 방기선 기재부 1차관 브리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종부세 관련해 지난해 수준의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입장이 바뀐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시가격을 2020년이나 2021년 것을 적용하려면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하는데 6월 들어 국회가 원구성 문제로 열리지 않고 있다. 실질적으로 올해 종부세를 부과하는 시점 이전에 법 개정이 이뤄지고 그게 국민들한테 알려지는 시간이 부족한 측면이 있어 가능하면 시행령으로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답했다.

◆ 경제 우려에도 공전 계속되는 국회…尹 ‘발목꺾기’ 혈안 된 野

(좌측부터) 민주당 우상호, 신현영, 윤건영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우상호, 신현영, 윤건영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16일 권성동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가 매우 어렵고 국회가 법 개정으로 뒷받침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국회 공백이 계속되면 여야 모두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회 정상화로 시급한 민생현안을 챙기라는 민심의 명령을 더 이상 묵살해선 안 된다”고 민주당에 원 구성 협상 재개를 촉구했는데, 전날 박홍근 원내대표가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아 “여야는 민생을 우선시하고 정부 역시 적극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했던 민주당에선 정작 이 같은 주문과 달리 16일에도 민생과 무관한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에선 권 원내대표가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한 16일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인사나 이재명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거론하며 “경제, 민생 돌파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니까 이런 식의 수사 국면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란 주장을 펼쳤으며 아예 원 구성 협상에 대한 기대도 접었는지 국회 공전이 장기화돼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이 어려운 상황을 구실로 민주당에선 같은 날 박순애 사회부총리와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TF나 출범시키고 인사 검증을 화두로 띄웠다.

오히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승희·박순애 장관 후보자 검증 회의를 마친 뒤 “원 구성 협상이나 상임위 구성은 의장부터 선임하면 물꼬가 트이기 때문에 원 구성 협상 의지가 없는 건 여당에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며 국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된 책임은 국민의힘에게 있다는 자세까지 취했는데, 급기야 ‘탓’만 하고 있는 자당 모습 역시 참을 수 없었는지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SNS에 “선거 땐 일하는 국회 만들겠다고 하더니 이제 선거 끝나 국민 눈치 볼 필요가 없어서인가. 버스가 18분만 멈춰도 시민들은 불편을 겪을 건데 18일 동안 국회는 멈춰서 있다”며 “원 구성도 못한 국회, 무노동 무임금 선언하고 세비 반납하자”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이 의원처럼 민생을 고려하는 모습보다는 현 정부 비판에 집중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는데, 윤건영 의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전날 대통령실이 고물가 등 경제상황에 대응하고자 비상경제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국민경제가 휘청휘청하는데 최근 한 달 간 대통령 일정에선 그런 긴장감이 보이지 않았다. 한 달 만에 처음 나왔다”고 지적하며 지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주문한 점을 들어 “문 정부는 ‘5년 동안 이 일을 할 거야’라는 걸 증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물가민생안정특위 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이 16일 첫 ‘물가 및 민생안정특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 개정으로 유류세 인하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3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고물가 안정을 위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내리는 등 실질적 조치에 나섰는데, 앞서 대통령 시행령을 견제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조응천 등 일부 의원들이 발의했던 민주당에선 16일 맹성규 의원을 필두로 윤 정부의 예산권도 견제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해 끝까지 ‘정부 발목잡기’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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