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기수론’ 띄우는 기류에 친이재명계 ‘李 출마 저지 목적 아니냐’ 의심

(좌측부터) 민주당 내 70년대생 재선 의원들인 강병원, 전재수, 박용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내 70년대생 재선 의원들인 강병원, 전재수, 박용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지현 비대위 당시 86용퇴론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더불어민주당에서 6·1선거 이후 이재명 의원이 원내 입성하자 97그룹을 띄우며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떠오르는 40대 기수론…70년대생 강병원, 출마 시사하기도

선거 연패 이후 민주당에선 오는 8월 전당대회에 97그룹인 40대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 97그룹이란 70년대생이며 90년대 학번을 가진 인물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강병원, 강훈식, 박주민, 박용진, 전재수, 김한규, 김해영 등이 대표적이고 대체로 초재선 출신이어서 세대교체론이란 의미에도 부합해 최근 당내에서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계파 해체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이러한 세대교체 바람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이광재 의원은 지난 1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의원이 모두 불출마하고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 70~80년대생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정세균계로 꼽혀온 이원욱 의원도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민주당에 새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 주역이 70년대생이 되길 바란다. 이번 전대에서 70년대생 의원으로 재편해야 당 혁신과 쇄신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86세대로 꼽히는 이인영 의원도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40대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한다면 저를 버리고 주저 없이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앞서 민주당 재선 의원 모임에서도 지난 9일 70·80년대생 의원들이 당의 중심이 되는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중론이 형성돼 ‘97그룹’은 이번 전당대회에 단지 ‘흥행을 위한 들러리’가 아니라 유력주자로 떠오를 수 있는 다크호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97그룹에 포함되는 강병원 의원의 경우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 도전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역사적 사명이 맡겨진다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진지하게 여러 의원의 말씀을 경청하고 고심하고 있다”며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등장해 당을 바꿔보겠다고 얘기한다면 파급력이 확 다를 것”이라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다선 중진이나 대선후보 출신 등에 비해 인지도나 경쟁력에서 불리한 초·재선 출신들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함께 처리 최다득표자가 대표 최고위원, 차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되는 집단지도체제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기존의 민주당 전당대회 방식보다 합의제가 중시된다는 점에서 지도체제 선출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이 지난 9일 재선의원 간담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 97그룹 내세운 세대교체론, 이재명 출마 막기 위한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재보궐 국회의원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재보궐 국회의원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재선 모임 대변인도 맡고 있는 강 의원은 당시 간담회 브리핑을 통해 “향후 우리 당의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를 재선 의원 다수 의견으로 모았고 이것을 비대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70년대, 80년대 의원들이 당의 중심이 되고 당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자는 의견을 모아 재선의원 다수 의견으로 이렇게 보고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다만 전당대회 승자가 당을 주도하는 단일지도체제에 힘을 실어온 이재명계 측에선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경계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초 70년대생 기수론은 선거 패배 이후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 간 계파 갈등이 한층 격화되자 이재명 의원과 친문 측 모두 전당대회에 동반 불출마해줄 것을 주문하면서 그 대안으로 거론됐는데, 재선 출신인 조응천 의원도 지난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전해철·홍영표 동반 불출마론에 대해 “100% 공감한다. 그분들이 안 나오면 전당대회 룰 개정을 가지고 골치 아플 필요도 없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계 측에선 ‘반이재명’ 측이 뚜렷하게 내세울 맞수가 없자 유력주자인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70년대생 기수론을 띄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은 채 바라보고 있는데, 이 같은 우려가 근거 없는 것도 아닌 게 이탄희 등 11명의 민주당 초재선 의원 공동주최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2차 토론회에선 발제자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가 “이재명 의원은 당과 본인을 위해서라도 전당대회 불출마가 바람직하다”고 촉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 대표는 ‘개딸’ 등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듯 “당이 팬덤의 지배 아래 있는 한, 중도 확장도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 대선과 지선에서 연이어 패배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가 팬덤정치와 민주적 규범 파괴에 따른 일종의 환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혁신은커녕 어마어마한 갈등 블랙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반면 다른 인물들의 출마 여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 결국 70년대생 기수론에 힘을 싣는 재선의원들의 의도가 이 의원 출마 저지 아니냐는 의심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 이재명계 아니어도 세대교체론에 견제구…‘70년대생’ 성공할까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화천대유 비리의혹 사건, 고발사주 사건도 다 특검으로 하자는 국민의힘이 한심하다고 주장했다. /시사포커스DB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화천대유 비리의혹 사건, 고발사주 사건도 다 특검으로 하자는 국민의힘이 한심하다고 주장했다. /시사포커스DB

다만 이 의원이 아니더라도 친문 출신 등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다른 의원들 역시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며 특정 후보 불출마를 압박하는 분위기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는데, 우원식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민생과 개혁 노선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자기만의 분명한 대안 이런 걸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이런 점들을 간과하고 586 용퇴하라, 70년대 이하로 하자, 이렇게 세대 간 문제로 본다거나 사람 논쟁으로 진행된다면 국민이 보기에 우리가 제대로 반성하고 거듭나는 민주당으로 인정해줄 것인가 이런 점들에 저는 좀 회의적”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인물 배제 주장은 새로운 대안을 더 생각하는 게 아니고 친명·친문 논쟁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는데, 또 다른 당권후보군 중 한 명인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도 전날 동 라디오에 나와 다른 후보들의 출마 여부에 대해 “반드시 연동돼 있지는 않다. 필요하다면 저도 출마할 수 있다고 현재까지는 생각하고 있다”고 여전히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곳곳에서 전대 불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이재명 의원도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다시 한 번 힘을 보태 달라”며 후원계좌 개설 소식을 알리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는데,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때처럼 계좌가 개설된 지 약 2시간 만에 연간 한도액 1억 5천만원을 채우면서 그에 대한 당내 지지세력이 여전히 상당함을 보여줘 8월 전당대회에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 수 있을지, 아니면 유력주자들의 놀이터로 끝날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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