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전대 룰, 누가 원한다고 바꿀 순 없어”…권성동 “정진석·이준석, 소모적 논쟁 말라”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좌)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좌)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방선거 이후 참패한 민주당에선 ‘이재명 책임론’과 함께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점을 놓고 내홍이 일어났다면 선거에 이긴 국민의힘에선 당 혁신 문제를 놓고 당 대표와 최다선 중진 의원 간 설전이 격화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였지만 장기화되더라도 이득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지 지도부를 중심으로 빠르게 수습에 나서고 있어 불협화음이 줄어들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친명’ 측 전대 룰 변경 요구에 우상호 “당내 60~70% 동의해야”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반대하는 당내 목소리가 작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의원들은 초선 의원인 그를 위해 전당대회 룰을 바꾸자는 요구까지 해왔는데, 당장 김남국 의원은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당내 비주류, 혁신적인 사람이 나와 출마한다거나 청년세대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더라도 중앙 대의원들이 컷오프시킨다. 당내에서 주류가 아니라도 영향력 있는 계파의 끝자락이라도 있는 사람 아니면 떨어져버린다”며 “이재명도 지금 출마해선 컷오프 돼 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대의원은 국회의원이 임명하는 건데 손쉬운 계파정치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당 민주주의와도 맞지 않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며 “권리당원이 늘어나면 계속 표의 가치가 달라져 버리는 문제도 있다”고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당대회 룰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지도부 선출 방식을 집단지도체제로 하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단일지도체제로 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확실한, 단단한 야당이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비록 그가 자신을 이재명계로 분류하지 말라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핵심은 이 의원이 출마하냐, 하지 않느냐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강조했으나 사실상 이 의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룰 개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전대 룰 변경 요구나 지도체제 선출 방식은 내홍을 확대시키는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보니 오는 1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전대 룰 변경에 대해 “룰은 유·불리와 관련한 게 많지 않나. 있는 룰을 바꿀 때는 선수들 유불 리가 너무 드러난 것을 바꿀 수는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친문계에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뽑고, 득표 순위에 따라 지도부를 구성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는 반면 친이재명계에선 권리당원 비율을 늘리고 대의원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선 룰을 바꾸자고 요구하는 등 제각기 유리한 방향으로 전대 룰 변경 필요성을 역설하기에 우 의원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인데, 특히 그는 “룰 변경을 누가 원한다고 하고, 안 하고 이렇게 한 적은 없다. 지난 이십 몇 년간 그렇게 처리한 문제가 없다”며 “전대에 출마할 선수들이 합의하든가, 아니면 당내 구성원의 60~70% 이상 동의하는 내용이 있을 때만 변경 가능하다”고 원칙론을 내세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당 내홍이 확대될 것을 경계한 듯 “지금은 아직 (전당대회에 나올) 선수가 없지 않느냐. 지금 뭘 한다, 안 한다는 바보 같은 소리”라며 “비대위가 구성될 때까지 개인 의견은 말하지 않겠다”고 거듭 신중한 입장을 내놨는데, 이 의원 역시 당초 자신의 전대 출마에 비판적 반응을 보인 친문계 의원들을 거세게 공격하던 자신의 강성 지지층을 향해 같은 날 자제할 것을 주문하는 등 확전을 자제하는 자세를 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브리핑 장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브리핑 장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은 지지자들을 통해 정치인을 본다. 입장이 다르면 존중하고 문제점은 정중하게 합리적으로 지적하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게 오히려 공감을 확대하는 방법이지 모멸감을 주고 의사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울 것”이라며 “네거티브 정치가 아닌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 포지티브 정치를 해야 한다. 억압의 힘이 아니라 긍정의 힘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글을 올렸는데, 그래선지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조롱성 대자보를 붙였던 이 의원 지지자는 홍 의원 측을 찾아가 사과하고 꽃다발까지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단 이 의원 측 뿐 아니라 이재명계 측과 충돌해온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역시 미국 출국 직전인 지난 7일 종로 지역위원장 사퇴서를 당에 제출하며 물러난 것으로 9일 밝혀졌는데, 이 전 대표 측은 “당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평당원으로 돌아가려고 한 것”이라며 현재의 당 내홍이 확대되지 않도록 물러났음을 분명히 해 일단 양측 간 갈등도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이준석·정진석 설전에 권성동 “감정싸움 안타까워…둘 다 지양해야”

마찬가지로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국회 부의장 간 설전이 격화되던 국민의힘에서도 원내대표가 양자 모두에 자제해 줄 것을 주문하며 내홍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섰는데, 권성동 원내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 위한 당내 구성원의 의견 제시는 언제든 있을 수 있고 환영하는 바인데 그런 논의 자체가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이제 서로 의견 제시를 할 만큼 했기에 당을 위해 소모적 논쟁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앞서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권 원내대표는 “당내 최고지도자 간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것은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두 분 모두 지양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자중할 것을 호소했고, 갈등 원인 중 하나였던 공천 룰과 관련해서도 “폭넓은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며 의원총회나 설문조사를 통한 의견 수렴 방안을 제시하는 등 민주당 비대위원장처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자는 중재안을 꺼냈다.

이미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지난 주말 김종인·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혁신위 운영 관련 조언을 듣는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움직이는 모양새인데, 천하람 혁신위원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YTN에 출연해 “이 대표가 하라는 대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생각이 안 맞으면 당연히 비판도 할 생각”이라고 못을 박았다.

아울러 전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냐”며 거친 표현으로 이 대표에 맞불을 놓던 정 부의장도 9일엔 자신의 지역구에 가뭄이 극심한 상황이라는 민생 관련 내용만 올리면서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대표가 귀국한 이날 오후에도 고 송해 선생님 추모 글만 올렸을 뿐 별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 근본적 해결되진 못해…여야 내홍 잦아들지는 ‘미지수’

안민석 민주당 의원(좌)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민석 민주당 의원(좌)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일부 지도부 인사들의 당부만으로 내홍이 잦아들지는 미지수인데, 민주당만 해도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까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읜 뉴스쇼’에 나와 이 의원을 향해 “(전당대회에) 안 나오는 게 좋다. 당이 원하기는 무슨 당이 원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공세에 나서고 있으며 전날 이 의원더러 출마하지 말라는 분들이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을 통해 직격했던 안민석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향한 이 의원의 자제 주문에도 9일 페이스북에 “문자는 폭탄일 수도 있고 선물일 수도 있다. 돌팔매 대신 문자폭탄 정도는 감수하는 게 도리”라고 확전 불사의 자세를 취했다.

이렇듯 근본적으로 갈등 해소가 되지 않은 채 당 내부가 극한 대립 분위기다 보니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지난 8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지금 충돌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기에 비대위에서 냉정하게 룰, 시기 문제부터 잘 검토하고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 룰이나 시기 문제를 바위처럼 놓고 미동도 하지 않고 전당대회를 치러야지 조금이라도 이동되면 바로 이해충돌 문제로 넘어가 위아래 할 것 없이 거대하게 충돌하게 돼 있고 어디로 튈지 몰라 비대위가 냉정하게 온몸으로 화살 맞을 생각하고 전당대회를 관리해야 된다”고 조언했는데, 내일 비대위 출범 이후 과연 내홍 수습을 위한 대책이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가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자마자 당초 외교부와 논의 없이 떠났다는 정 부의장의 지적에 맞서 “제가 외국 방문한 사이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언사로 공격한 이유가 무엇일지는 국민들이 잘 알 것이다. 저희 우크라이나 방문단에는 외교부 실무자들도 다수 동행했고 외교부 및 대통령실과의 상의 없이 갈 수 없는 일정”이라며 “정 부의장이 적시한 내용은 애초에 허위 사실로, 상당히 악의가 있거나 정보에 어두운 건데 정 부의장은 여기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당 대표의 입지를 흔들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어왔다. (정 부의장의 지적은) 진정성이 있다기보다 분란 일으키려는 목적”이라며 “(정 부회장이 지적한) 연찬회의 경우에도 제가 지방선거 전부터 필요성을 말해왔고 권 원내대표가 원내지도부에서 추진하겠다고 해서 지도부에 일임하고 출국한 건데 당내 어른이라면 이런 전후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 부의장에 맹공을 퍼부었다.

또 이 대표는 당내 친윤석열계를 주축으로 정부 및 대통령실과의 정책 공유를 목적으로 한 가칭 ‘민들레’라는 모임 출범이 예고된 데 대해서도 “이미 공식적 경로로 당정대 협의체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따로 사조직을 구성할 상황이 아니다. 세 과시하듯 총리, 장관 등 이름을 들먹이며 얘기하는 것은 애초에 정부에 대해 부당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고 국민들이 좋게 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모임”이라며 “언론인들도 친윤 모임이란 이름조차 붙이지 말길 부탁드린다. 친박, 진박 논란을 통해 정권을 잃어버린 우리 지지자와 국민들께 상처 주는 발언”이라고 밝혀 향후 정 부의장 뿐 아니라 이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과의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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