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 지지층’ 문제 지적 나와…전당대회 위해 ‘개딸’ 필요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18호 앞에서 첫 등원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18호 앞에서 첫 등원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결속력 강한 극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주로 귀 기울이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연이은 선거 패배 이후에야 조금씩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과거와 달라질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당 내홍, 극성 지지층도 뛰어들며 격화…자충수 되어가니 ‘자제’ 호소도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비호하기 위한 극성 지지층의 적극적 공세가 선거 패배 이후 같은 당 소속 정치인들에게도 이어지면서 당 내홍이 격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강성 지지층에 자중할 것을 당부하는 인사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에게 선거 패배 책임론을 제기했다가 이 의원 지지층으로부터 지역구 사무실에 ‘치매 아니냐’는 대자보 테러를 당한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문자폭탄을 포함해 여러 가지 공격을 받고 있고 점점 강도가 세지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에 문자) 2000통 이렇게까지 받고 있고 과거에도 받아왔지만 갈수록 폭력적이어서 걱정”이라며 “문을 봉쇄하는 대자보를 붙이거나 직접 찾아와서 항의하기도 한다. 당내에서도 이런 정치문화가 계속된다면 정말 심각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는 됐다”고 강성 지지층의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의원은 강경 지지층의 자발적 행동이라기보다 배후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하면서 “‘누구를 찍어라’, ‘누구를 찍어야 한다’ 이걸 명확하게 기획한다. 상당히 조직적이고 주요한 정치상황, 특히 당내에서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어김없이 그런 것들이 온다”고 강조했는데, 실제로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 중엔 이 의원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이나 지지자들을 향해 ‘수박’이나 ‘똥파리’라며 비난할 뿐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의원에게는 욕석을 의미하는 18원을 후원계좌에 보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같은 당 인사를 상대로도 공격을 마다않고 있다.

이처럼 배후설까지 의심하는 목소리마저 나오자 친이재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의원 사무실에 대자보가 붙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것은 올바르지 않은 지지의 표현”이라며 “이번 (선거)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선 절대로 불신과 갈등의 길로 가선 안 되고 더 크게 단합하고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이 의원 지지층을 향해 자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견이 있으면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마음껏 토론하면 좋겠다. 의견이 다른 상대를 오히려 더 존중하는 마음으로 포용하면 좋겠다. 우리 지지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도 강성 지지층의 행태가 이 의원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려는 듯 “알다시피 이 의원은 품이 넓은 따뜻한 사람이다. 우리 지지자들도 넓게, 더 따뜻하게 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선거 평가 토론회선 “민주당 지지층, 중도 아냐”…‘팬덤정치’ 극복 방안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의 행보가 당내 파열음만 높이자 정세균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열성 지지자들과 잠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혐오발언인 ‘수박’과 ‘찢’을 부르짖는 정치 훌리건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며 “미국을 떠나며 팬클럽과 만나고 연일 메시지를 내는 이낙연 전 대표, 국회 앞 즐비한 화환과 자신을 비판하는 정치인에게 달려들어 낙인찍는 지지자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이재명 의원 모두 지지자들과 비장하게 거리를 두라”고 촉구했다.

여기서 ‘수박’은 이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란 의미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의원과 경쟁했던 이 전 대표 등 친문계 정치인이나 그 지지층을 비난하는 표현이며 ‘찢’은 반대로 이 의원의 ‘형수 욕설’ 논란에서 유래한 친이재명계 지지층을 비난하는 표현으로 친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 양측 모두에 강성 지지자들과 거리 둘 것을 요구한 이 의원의 발언은 당의 미래를 위해선 팬덤 정치에 기대선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그래선지 그는 “민주당의 6월은 마지막 승부수를 시작하는 때다. 이마저 실패한다면 총선도, 대선도 우리는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뿐 아니라 선거 패배 후 처음으로 이를 평가하는 차원에서 개최된 토론회인 8일 민주당 대선·지방선거 평가 1차 연속토론회에서도 대표 발제를 맡은 외부 전문가인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이 민주당 지지층에 대해 “이분들을 자꾸 중도 성향이라고 하는데 저는 중도라고 안 본다. 4050세대가 가장 큰 비중을 갖는 핵심층”이라고 평가하는 등 중도확장성이 떨어졌음을 꼬집었고, 이 자리에 참석한 10명의 초·재선 의원 중 한 명인 이탄희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초선의원들이) 외부에 단순히 편승하고 일부는 극단적으로 혐오 정서가 커지도록 하는 데 잘못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강성 지지층의 거침없는 행보와 이에 부응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부채질이 급기야 지지층이 당 내부까지 흔들고 있는 지경까지 이르게 만들었다는 건데,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친문과 친이재명 간 갈등으로 치달은 현 상황을 의식한 듯 “(선거) 패배 원인이 없는 기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권 재신임을 못 받았기 때문에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나란 측면, 또 이재명 후보는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한 대선후보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라는 측면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나”라고 양측 모두에 일침을 가하는 자세도 취했다.

또 같은 날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우리 당이 선거에 졌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중도라든지 이런 국민들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우리들만의 논의에 빠졌던 것이 문제였다”며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이른바 스윙보터를 어떻게 흡수할 수 있느냐,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고 국민여론을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고정 지지층보다 중도확장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민주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으로 추대된 이 의원은 오는 8월 있을 전당대회의 룰에 대해서도 “그 관점에서 평가해봐야 된다”며 일각에서 전당대회 투표에서 대의원 제도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무리가 있다고 본다. 대의원 같은 경우 여러 사람의 추천과 오랜 당 활동을 통해 정치적 감각이 있는 사람인데 그런 부분과 새로 들어온 당원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조화를 이뤄야지 하나를 없애고 말고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일축한 반면 예비경선을 100% 국민여론조사로 치르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 열어놓고 명확하게 어떤 게 가장 좋을 건지 논의한 후 결론 내리는 게 맞다”고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 강성 지지층 영향력 어디까지? 8월 전당대회 룰에 ‘촉각’

8월 전당대회 룰에 대한 견해를 밝힌 (좌측부터) 민주당 박용진, 이용우, 김남국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8월 전당대회 룰에 대한 견해를 밝힌 (좌측부터) 민주당 박용진, 이용우, 김남국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결국 선거 승리를 위해선 ‘팬덤 정치’ 리스크만 높이는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높여주기보다 중도확장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구상으로 비쳐지는데,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강성 지지자들만 지도부를 뽑아선 안 된다. 팬덤 정치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선 국민 목소리를 직접 반영해야 한다”며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로 전당대회 경선 룰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상 지도부 선출은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투표 4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를 합산해 이뤄지는데, 여기서 일반 국민여론조사 비중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하자는 주장으로 이에 대해선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김용민 의원조차 의도는 달라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동일한 제안을 한 바 있다.

다만 친이재명계에선 “권리당원 비중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민주당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적어도 당 지도부 선출을 당원 투표에 맡겨야 한다”는 김 의원의 SNS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국민 여론 비중보다는 권리당원 비율을 높이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급기야 지난 대선 직후 당원으로 가입한 ‘개딸’ 등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리당원 자격을 현행 6개월이 아니라 3개월 이상 당비 납부한 당원으로 변경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대의원 비율을 대폭 낮추자는 건데, 김용민 의원은 “국민의힘에 대의원제도가 있지만 당 지도부 선출에는 당원투표 70%만 반영한다. 숙의민주주의를 위해 대의원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적어도 당 지도부 선출은 당원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김남국 의원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현행 규정을 당원 분포에 비추어 보면 80만명에 육박하는 권리당원의 의사가 약 1만 6천명에 이르는 대의원의 의사보다 오히려 적게 반영되는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권리당원 숫자가 50배나 더 많지만 표심은 반대로 대의원 의사가 1.125배 더 많이 반영되는 표의 등가성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의원 비율을 줄일 수 있다면 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높이더라도 자신 있다는 모양새인데,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4~6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실시해 8일 공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민주당의 혁신을 이끌 적임자를 묻는 질문에 이재명 의원만 유일하게 두 자리수대(28.8%)로 꼽히는 등 다른 인물들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줄 적극 지지층인 권리당원의 비중을 높이는 데 우선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이 의원도 자칫 강성 지지층이 돌아설까봐 홍 의원 사무실 ‘대자보’ 논란 등에 일언반구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는데, 박홍근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까지 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 룰 변경 가능성에 대해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며 기존 경선 룰 변경에 반대하는 반이재명 측을 향해선 “이 문제를 특정 주자의 유불리 문제로 접근하면 오히려 갈등이나 혼란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일침을 가해 향후 강성 지지층의 당내 영향력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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