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등 우크라이나 방문부터 혁신위까지 일일이 이준석 비판

(좌측부터)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방선거 승리 이후 우크라이나 방문에 나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돌연 소속정당 내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어 갑자기 이 같은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준석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반발한 친윤, ‘尹정부 패싱’ 견제?

이 대표는 지난 2일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삼아 공천 개혁 등 당 쇄신을 목표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힌 데 이어 3일엔 정당 대표단 자격으로 자당 의원 5명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향해 지난 4일부터 오는 9일까지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이어가는 등 선거 직후 적극 보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당내 친윤계 인사들이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는데, 당장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 최다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이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서 하는 수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다.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 하는 외교 분야의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마치 윤석열 정부 입장과 달리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듯한 표현인데, 하지만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같은 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이 대표 행보에)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으며 이 대표도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의원을 겨냥 “어차피 기차는 간다”고 응수했고, 정 의원이 지난 4월 30일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인 ‘안드리이 니콜라엔꼬’와 만난 사진을 SNS에 올린 뒤 “국회부의장님과 함께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당 차원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했으면 한다”고 에둘러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7일 오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제가 와 있는데 한국에 계신 분들이 한국 정부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그분들이 외교적으로 한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저는 한국 외교부와 정부 입장을 숙지하고 그 범주 내에서 활동 중인데 한국에서는 러시아 역성드는 이야기만 나오니 의아하다. 미국 입장도 러시아 역성들자는 것 보다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메시지 내는 것일 텐데 다들 자중하라”고 꼬집은 데 이어 지적대상을 보다 명확히 하려는 듯 “대선 기간 중에 국민의힘 당사에 우크라이나 국기 조명 쏘고 러시아 규탄 결의안 낼 때 아무 말 없다가 지금 와서 뜬금없이 러시아 역성들면 그게 간 보는 거고 기회주의”라고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한 자당 내부를 저격했다.

이는 비단 정 의원 뿐 아니라 전날 기자회견에서 “방문 시기, 형식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외교나 안보, 국방 관련 사안에 대해선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에둘러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지적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내표 역시 싸잡아 직격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일단 확전을 자제하려는 듯 권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권력투쟁이라고 해석하는 언론보도에 대해 “권력다툼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 혁신위 놓고도 ‘시각차’, 결국 본질은 공천 신경전?

국민의힘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요즘것들 연구소(요연) 시즌2 출범식에서 천하람 당협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요즘것들 연구소(요연) 시즌2 출범식에서 천하람 당협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와 친윤 간 갈등은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인데,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가 혁신위를 내세워 공천 쇄신에 나선 데 대해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으냐 묻는 이들이 많다. 개혁과 혁신은 진실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적 입장을 내놨던 정 의원은 연합뉴스에 따르면 7일에도 경기 분당을 당협위원장에 정미경 최고위원을 내정한 점까지 구체적 사례로 꼽으면서 연일 이 대표를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권 원내대표 역시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혁신위 구상에 대해선 “혁신위 출범부터 먼저 발표하고 인적 구성과 논의할 대상, 아이템을 나중에 결정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는데, 다음 날인 7일에도 ‘당내에서 이 대표 측근 인사가 당협위원장에 내정된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조직강화특위에서 선정한 뒤 최고위에 올라오니, 최고위에서 만약 부당한 선정이 있다면 그 부분은 지적하겠다”고 답해 결국 본질은 공천 등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의원조차 당권 경쟁 아니냐는 해석엔 스스로 선을 그었던 만큼 결국 이 대표가 혁신위를 내세워 공천을 좌우할까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공천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듯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난 6·1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대표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횡포가 적지 않았다. 사천, 짬짬이 공천을 막기 위한 중앙당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역설한 점도 이런 속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친윤 측 공세에 공천 쇄신에 나서던 혁신위에선 강하게 반발했는데, 최재형 위원장으로부터 제1호 혁신위원으로 임명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나 최 위원장이나 정치 천재, 이런 게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2년 뒤의 (총선) 일을 미리 내다보고 이 대표를 고려해서 이 대표 지분을 챙겨주거나 이 대표 사람들을 알박기 해주거나 그럴 수 있는 능력이 과연 저희한테 있을까 의심스럽다”며 “합리적 공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에 이거에 대해 무슨 권력싸움이다, 지분 챙기기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저나 최 위원장의 정치적 능력을 과대평가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천 당협위원장은 “선거 직전엔 룰 가지고 만지면 더 큰 오해를 받기 때문에 총선을 그래도 한 2년 정도 앞둔 지금이 규정이라든지 룰을 바꿀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며 “소위 윤 대통령과 가깝다고 하는 중진 정치인들이 공격하고 이렇게 하다 보니까 혁신이라는 좋은 의미는 퇴색되고 마치 이게 저희 당 내부 권력투쟁인 것처럼 비춰지는데 그래서 혁신을 하지 말자는 얘기인가 그건 아니잖나. 혁신위가 아직 꾸려지고 활동도 시작하기도 전인데 조금 활동하는 내용을 보시고 비판을 하더라도 해야지 혁신하자라는 거에 뭔가 딴지를 거는 모양새는 저희 당을 위해서 전체적으로 전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 李 행보에 긴장한 친윤, 급기야 ‘승리, 당 아닌 尹 덕’ 주장도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본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본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다만 이 같은 지적이 무색하게 친윤 측에선 압승으로 끝난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당이 아니라 윤 대통령 덕분이라는 논리를 펴며 이 대표의 공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양새인데, 정 의원만 해도 SNS를 통해 “지방선거는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유권자들은 윤 정부의 안정적 출발을 위해 우리 당 후보들을 선택했다”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큰 빚을 졌다. 전국 선거 4연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정권교체의 미래를 꿈조차 꾸지 못할 때 윤석열이 나타났고 윤석열이란 독보적 수단을 활용해 정권교체 숙원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친윤 측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데에는 ‘윤핵관’이라는 표현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친윤 측과 기싸움을 벌여온 이 대표가 연이은 선거 승리라는 결과를 토대로 당내 입지를 확대해나갈까 경계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만 해도 이른바 ‘윤심’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 공천 결과를 이 대표가 뒤집어 승리로 이끈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오로지 윤 대통령 덕분에 이겼다는 친윤 측 주장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실제로 김진태 전 의원이 낙점된 강원지사 후보의 경우 당초 윤 대통령의 측근인 이철규 의원 차출설이 돌다가 이 의원 스스로 선을 긋자 지난 4월 14일엔 김 전 의원이 아니라 황상무 전 KBS앵커가 후보 공천을 받았으나 당시 이 대표가 김 전 의원 컷오프에 대한 지역 분위기를 확인하고 단식농성 중인 김 전 의원을 찾아갔을 뿐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의 황 전 앵커 단수공천안도 최고위에서 보류시킨 끝에 결과가 뒤집힐 수 있었고 결국 김 전 의원은 본선에 나가 54.07% 득표율로 민주당 후보(45.92%)를 꺾고 강원도지사로 당선됐다.

반대로 이번 지방선거의 승부처로 꼽혔던 경기지사 선거의 경우 대표적인 ‘윤심’으로 꼽히는 김은혜 후보가 나섰으나 정작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석패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단지 윤 대통령 덕분에 이겼다고만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는데, 그래선지 장예찬 전 대통령 직속 인수위원회 청년소통TF단장도 지난 6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대선 이기고 지방선거 이긴 당 대표인데 이 대표가 만약 0선의 30대가 아니라 국회의원 출신의 중진의원이었다면 2연승을 거둔 당 대표에게 지금처럼 덤빌 수 있을까”라고 친윤 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장 전 단장은 “저도 대선 과정에선 이 대표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여러 일들이 있었다”면서도 “정치는 결과로 말한다. 이룬 공로에 대한 평가는 0선이고 아니고, 나이가 젊고 말고 상관없이 그대로 인정하는 문화가 국민의힘 내부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는데, 천 당협위원장도 7일 “이슈 주도를 잘해나가고 언론 집중을 잘 유지하는 게 이 대표의 능력인데 선거 때는 이 대표의 이런 이슈 주도권이 우리한테 도움 되니까 그거는 쪽쪽 빨아먹다가 선거 끝나고 나선 자기정치 하는 것 아니냐는 이건 저는 좀 앞뒤가 안 맞는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친윤 측을 비판했다.

심지어 천 당협위원장은 당 품위유지 의무위반으로 이 대표가 당 윤리위에 회부돼 있어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될지에 대해선 “이 대표 언행에서 굳이 잘못된 부분만 골라내 윤리위가 징계하겠다고 한다면 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된다면 당이 어마어마한 격랑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는데, 그러자 권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내년 6월까지 임기를 채워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전당대회 통해 선출된 당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고 답해 일단 친윤의 ‘이 대표 때리기’가 거취 압박 수준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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