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의원모임 해체 나선 민주당…공천시스템 개혁 나선 국민의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좌)의 모습.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우) ⓒ뉴시스(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좌)의 모습.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우) ⓒ뉴시스(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과 민주당 참패라는 결과로 끝난 뒤 민주당은 당장 패배 이유를 되짚어보며 계파 해체 등으로 당 쇄신에 나섰다면 국민의힘은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지선 공천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일었던 점을 의식한 듯 2년 뒤 있을 총선을 대비한 공천시스템 개혁에 나서는 모양새다.

◆ 계파갈등 가운데 속속 의원모임 해체 나선 민주당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놓고 내홍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에선 한편으로는 계파 갈등이 선거를 앞두고 내분과 잡음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계파 해체를 통해 당 쇄신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이번 선거 이후 우회적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따르는 이낙연계 의원들부터 친목모임 해체를 선언했는데, 이병훈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서로 간의 불신을 넘어야 새로 태어날 수 있고 민심을 되찾을 수 있다”며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은 당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몇 차례 친목을 다진 바 있는데 이 모임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은 이재명계 등 당내 특정 계파 해체를 압박하는 의도가 아니라는 듯 “당이 새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파싸움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고 문제의 핵심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이번 친목모임 해체 결정이 당내에 남아 있는 분란의 싹을 도려내고 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는데, 전날 이 전 대표의 미국 출국을 환송하기 위한 만찬 회동에서 지선 패배가 내홍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친목의원 모임 해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재명계와 친문계 간 갈등으로 내분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는 이송역(이재명-송영길)에서 출발해서 윤박역(윤호중-박지현)에 비상정차했다가 김포공항에서 끝난 선거로 친명(친이재명계)은 윤박역이 문제였고 이재명이라서 더 망할 것이라 선전했다고 하고 반명(반이재명계)은 이송역 때문에 망했다고 하는데 양측의 어떤 교집합도 없는 상황에서 해결의 출구가 생길 리 만무하다”며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객관적 평가다. 당내 선거용 의원 모임은 다 해체해야 한다. 당권투쟁 개인정치의 온상이고 분열의 거점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그래선지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도 3일 자진해산을 선언했는데, 포럼 회장인 김영주 의원과 운영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포럼 소속의원 61명은 더 큰 통합의 정치를 지향한다. 이제 포럼으로서가 아닌 의원 개개인으로서 민주당 재건에 기여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재건은 책임정치에서 출발한다. 당내 모든 계파정치의 자발적 해체만이 이룰 수 있고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식의 훌리건 정치를 벗어나는 속에서 가능하다”고 해체 배경을 밝혔다.

다만 이원욱 의원의 경우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의원의 당선을 꼬집어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한다”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가 친이재명 측근그룹인 7인회의 문진석 의원으로부터 “이번 선거의 패배가 책임이라고? 그만들 하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오셔서 총괄선대위원장을 했다 한들 결과는 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직격당하는 등 친이재명계와 신경전을 벌여온 인사여서 이재명계 해체를 압박하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회견에 함께 한 김영주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이 ‘간접적으로 이재명계 해체를 요구한 것이냐’고 묻자 “공부모임이든 계파모임이든 이걸 다 해체하겠다는 것이지 특정해서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계파 없이 국민을 보고 이원욱 의원이 말한 초심, 민주당 정신으로 돌아가 다시 거듭나려고 하는 의미”라며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사전에 말씀드리거나 의논한 건 아니지만 오늘 우리가 이런 걸 하겠다고 하니 ‘잘했다. 국민과 언론이 볼 때 오해의 소지가 많은 포럼이 됐으니 해산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의 이수진 의원은 당내 이재명 책임론이 나오는 데 대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패배 원인이 어찌 한 두 명에게 있겠나. 당이 깨지는 순간에 직면하더라도 우리는 철저히 패인을 분석하고 당을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한 지도세력에 책임을 지게 하면서 대중정당으로서 길을 걸어야 했다”고 민주당 국회의원 책임론을 주장하는 등 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싼 내홍이 잦아들지 않고 있어 당내 일각의 계파 해체 움직임만으로 내분이 잦아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조기 전당대회 선 그어…내주 중 혁신 비대위 체제 출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급기야 이 의원은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묻자. 당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할 인물이 누구인지 당원들이 길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마찬가지로 처럼회 소속의 김용민 의원 역시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당대회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특히 자연스럽게 표출된 세대교체와 세력교체에 대한 논의도 매우 건강하게 이어가겠다”고 입장을 내놓는 등 전당대회를 승부수로 띄우는 자세를 취했다.

친문계에선 이재명 의원이 대선 패배 후 조기 등판한 이유가 전당대회 출마를 통해 당권을 쥐려는 데에 있다고 보는 만큼 전당대회 역시 민주당 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일단 박홍근 원내대표는 3일 김진표, 설훈, 김상희, 김영주, 김태년, 노웅래, 안규백, 우원식, 이인영, 홍영표 등 중진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당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조기 전당대회는 개최하기 어렵다며 전당대회는 기존 일정대로 8월에 여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조기 전대에 대해 “소수의견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고 당헌당규상 정해진 대로 하는 게 적절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당의 현재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철저한 쇄신이 있어야 한다는 게 중진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했고, 다음 전당대회까지 민주당을 이끌 비대위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도 했는데, 구체적 인물이 다뤄진 건 아니었지만 간담회 참석자 중 한 명인 안규백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2~3개월 하는 것이기에 당내 원로 중 수긍할 수 있는 분이 하는 게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유인태 전 의원도 후보군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데, 일단 이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진행된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 뒤 오영환 원내대변인과 신현영 대변인은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할 지도부 구성과 쇄신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3개월짜리 혁신 비대위를 꾸려 전당대회를 준비할 것이고 비대위원은 선수나 연령 등을 감안해 다양하게 구성할 전망이며 다음 주에 구성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혀 비록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 인물까지 논의되지는 않았으나 근시일 내에 비대위는 출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 지선 승리 불구 ‘공천시스템’ 등 당 쇄신 박차

국민의힘 최재형 공관위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국민의힘 최재형 공관위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한편 지선 압승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무된 국민의힘에선 승리에 도취되기보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당 쇄신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미 내후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행보를 시작했는데, 이준석 대표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의사반영 구조는 젊은 세대의 의사를 반영하기 어렵다. 저희가 PPAT(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 도입을 통해 정당 쇄신에 있어 민주당보다 진일보한 행보를 보인 것처럼 경선 구조에서도 팬덤 정치나 조직정치를 넘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총선 승리를 이끌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팬덤 정치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 듯 책임당원의 보완 발전된 형태인 ‘으뜸당원’이라는 엘리트당원 체계를 구상하는 등 당원 시스템 정비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천 역시 이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통해 시스템 개혁이 이뤄지도록 주문하면서 이번 지선을 앞두고도 파열음이 적지 않았던 국민의힘 공천 기준이 어떤 방향으로 정해질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대표가 주문한 내용이 무엇인지’ 물은 진행자의 질문에 “어떤 개인의 힘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예측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점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당의 혁신이라는 것은 체질을 개선해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점,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이라며 “늘 권력 가진 사람들이 공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항상 있는데 소위 말하는 ‘찍어 내리는 공천’ 같은 것들이 자리잡을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자, 이런 논리”라고 밝혀 전략공천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변화시켜나갈 것임을 암시했다.

다만 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 대표와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원하는 방향이 상향식 공천이냐’는 질문에 “상향식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소위 이해할 수 없는 전략공천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대선과 지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당을) 개혁하겠다는 것이어서 당장 어느 부분을 손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는 각 최고위원이 추천한 인원 1명씩을 포함해 10명 내외로 꾸려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 대표가 이날 “최 의원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갖고 운영돼야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만큼 혁신위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 알단 당내에서도 홍문표 의원이 YTN라디오에 출연해 “5년을 윤석열 정부가 잘 가려면 민주당보다 더 앞서가는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곧바로 혁신이란 카드를 우리가 승리하고도 꺼냈다”고 밝히는 등 반발이 아니라 기대감이 더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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