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유승민 등 대선주자들 등판…결과 따라 정치생명에도 영향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좌)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우)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좌)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우)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해 재보선의 승패를 가늠할 ‘빅매치’가 서울시장 선거였다면 이번 6·1지방선거엔 오히려 서울시장보다 경기지사 선거에 거물들이 속속 등판하면서 경기도가 최대 ‘빅매치’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 김동연 “모든 걸 걸겠다”…유승민 “모든 역량 쏟겠다” 배수진

경기지사 선거가 ‘미니 대선’으로 불릴 정도로 판이 커진 데에는 제20대 대선에 도전했던 후보들까지 출마했기 때문인데,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하기로 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31일 오전에 공식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국민의힘에선 같은 날 오후에 같은 장소인 국회 소통관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경기도는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직전 도지사로 재임했었던 데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 고문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보다 47만표를 더 얻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이기에 거물급인 김 대표의 경우 인물난을 겪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 쪽으로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압박도 받을 정도로 당내 일각에서 적잖은 견제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기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다만 국민의힘에서도 김 대표보다 정치 경력이 많고 마찬가지로 ‘경제통’인 유 전 의원이 나섰다는 점에서 어느 당 후보가 이길지 단언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이 고문 지지세가 더 높았던 점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저는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이라는 공동 가치로 이재명 후보와 손을 맞잡았고 이제 실천의 시간”이라고 이 고문지지층에 호소하며 자신이 내세운 5가지 핵심 키워드에도 ‘정치교체’를 꼽는 등 경제 관료 출신이란 자신의 강점만 부각시키기보다 정치적 측면인 ‘정치교체’나 이 고문을 거론하는 전략을 펼쳤는데, 경제학자 출신인 유 전 의원도 ‘일자리·주택·교통·복지·보육’ 분야 개혁을 천명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진영을 넘어, 정당을 떠나 통합, 합의의 정치를 해내겠다”, “개혁보수 정치를 꽃피우겠다”고 김 대표처럼 정치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전략 역시 펼쳤다.

두 후보 모두 이번 선거에 명운을 건 듯 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는 범정치교체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며 “경기도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이다. 경기도를 새롭게 바꾸는데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각오를 다졌고, 당초 정계 은퇴와 경기지사 출마를 놓고 저울질했던 유 전 의원도 “23년째 정치 한복판에서 바람과 서리를 맞으며 키워온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경기도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저를 바치겠다”고 결의를 밝혀 사실상 배수진을 친 두 사람의 정치생명은 이번 선거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정치인 출신도 아닌데다 본래 민주당 소속도 아닌 ‘새로운물결’이라는 당외 인사 출신이고 지난 대선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만큼 지지도가 높지 못했던 김 대표로선 경기지사 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당장 국회의원도 아니고 아무 직책도 없기에 정치행로가 불투명해지고, 유 전 의원 역시 현재 국회의원도 아니며 지난 대선 경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당초 고심한대로 정계 은퇴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 국힘보다 더 치열한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룰’ 신경전도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좌)과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발언하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중),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조정식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좌)과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발언하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중),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조정식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출마만으로 이번 경기지사 선거에 대한 주목도는 한껏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지난해 재보선에 이어 이번 대선도 패했던 민주당으로선 6·1지방선거에서 가장 상징성 있는 지역의 승리로 연패를 끊어낼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경기지사 선거마저 패할 경우 이 지역을 기반으로 대권 도전에 나섰던 이 고문의 향후 정치가도에도 타격이 크기에 여러 의미로 이 지역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기지사에 출마한 후보군만 해도 국민의힘에선 이날 유 전 의원의 출마 선언 전까진 심재철·함진규 등 전직 국회의원 정도만 출마 의사를 밝혔고, 급기야 지난 22일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김영환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31일 충북지사에 도전하겠다며 돌연 출마지역을 바꿔 일각에선 윤 당선인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은혜 의원의 차출 가능성도 거론될 만큼 당내 경선판이 좀처럼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민주당에선 경기도를 지역구로 둔 이재명계 5선 중진인 현역의 안민석, 조정식 의원에다 3선 시장을 역임한 염태영 수원시장 등 쟁쟁한 후보들이 나섰다는 점에서 대선후보 출신인 김 대표조차 경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경선이 예고된 실정인데, 경쟁자 중 이재명계들이 다수 나온 점을 의식한 듯 김 대표도 이날 출마 회견에 이재명계 의원인 정성호, 김병욱 의원과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고문과 누가 더 가깝냐는 경쟁 뿐 아니라 경력 면으로 살펴봐도 조 의원은 당 대변인,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국회교통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바 있는데다 ‘강성’ 이미지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안 의원도 당 교육연수원장, 당 교육특별위원장 원내부대표, 국회 문화체육위원장 등을 거쳐 사실상 정치 초년생이고 민주당 내 자신만의 지지기반도 미진한 김 대표에겐 만만치 않은 상대인데, 그러다보니 경선 룰을 놓고도 벌써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방선거 경선 규칙은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50% 투표로 당규에 규정돼 있는데, 새로운물결 출신인 김 대표는 민주당 출신인 경쟁후보들보다 조직력 면에서 약할 수밖에 없어 “당부터 정치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여러 군데서 보여야 정치교체 실천 의지를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어떤 후보도 이와 같은 점에서 공정하게만 처리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고 생각한다”고 이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비록 김 대표가 “경선 룰에 대해선 제가 조건을 따지자는 건 추호도 없다. 전반적으로는 당의 결정을 따를 생각”이라고 덧붙였으나 이재명계 최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의 정성호 의원은 이날 김 대표의 출마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과정에서 김 대표가 와서 중도외연 확장에 도움이 됐다고 보는데, 이제 외부에 있던 분들이 당 경선 룰로 한다고 하면 공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입장을 내놔 김 대표가 언급한 경선 룰 변경 필요성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자 경쟁주자들은 당장 반감을 표했는데, 조 의원은 최고위 논의로 여론조사 100%의 국민경선 방식 등으로 변할 가능성을 우려한 듯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지방선거는 강한 민주당을 만들고 이재명을 지키는 중차대한 선거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가치와 부합했는지, 앞으로 실현할 적합한 후보인지 ‘당원과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고 또한 누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인 이재명을 지킬 수 있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에둘러 견제구를 던졌으며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회견을 연 안 의원은 아예 “경기 전에 룰을 바꾸는 건 아니다”라고 룰 변경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 유승민, 경기지사 선거 승리할 경우 대권 기회 회생?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함진규 전 의원(좌)과 유승민 전 의원(중), 심재철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함진규 전 의원(좌)과 유승민 전 의원(중), 심재철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 당선인 대 홍준표 의원 간 경쟁구도로 양분되며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이후 정계 은퇴를 고민해온 유 전 의원은 측근 그룹으로부터 경기지사 선거에 나가달라는 조언을 받은 뒤 장고 끝에 주소지 이전일(4월 1일) 하루 전인 31일 “그동안 깊이 생각했고 이제 저의 마음을 확고히 정했음을 보고 드린다. 제 인생을 경기도 발전을 위해 바치겠다”고 밝혔는데, 경기지사가 이번 지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자 여기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사면 이후에도 대구에 몰린 군중 규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듯 여전히 만만찮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보수진영 내 영향력이나 당내 주류도 윤 당선인을 중심으로 재편되어가는 상황에서 뿌리 깊은 ‘배신자론’ 등으로 좀처럼 입지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유 전 의원은 정계 은퇴를 고려하게 된 것으로 관측되는데, 하지만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 중 최다 득표를 기록한 이 고문이 재임해 국민의힘에는 ‘험지’로 꼽히는 경기지사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정치 재개를 준비하는 이 고문에 타격을 입혀 단번에 유 전 의원 자신의 대권가도도 살려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번 지선의 ‘수훈갑’으로 주목 받아 당내에 내는 목소리도 한층 키울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이기기만 한다면 유 전 의원에게는 보수진영 내 ‘비토 정서’도 뒤집을 만한 ‘일거양득’인 셈인데, 하지만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당장 같은 당 경쟁후보들의 반발 뿐 아니라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항의성 문의까지 쏟아지고 있어 이 같은 견제에 대한 그의 대응 태도 역시 ‘대선 2라운드’ 성격으로 비쳐져 최대한의 세 결집이 필요한 이번 경기지사 선거 판세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배신자론’이 다시 거론될 정도로 분위기는 심상치 않은데, 경쟁후보인 심 전 의원은 31일 자신의 SNS에 “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 당시 자신을 정치적으로 후원하고 이끌어준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이후 새누리당을 탄핵에 오염된 당이라며 박차고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해 보수의 극심한 분열을 초래했다. 아직도 분열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유 전 의원은 분열 행위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며 “당 일각에서 유 전 의원을 거물급 정치인이라며 경기지사 후보에 꽃가마 태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거물급이라 칭하는 게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단 당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미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견제구는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새로운물결의 김 대표는 “오랜 의정 생활을 하면서 경제를 직접 운영하기보다 옆에서 평가, 비판, 훈수하는 역할을 했다, 저처럼 35년간 경제를 직접 운영하고 총괄한 경험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안 의원은 “그분은 낙동강 오리알이셨는데 한강 오리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유 전 의원을 직격해 아무리 대선후보 출신 거물이라도 안팎으로 쏟아지는 공세를 감안하면 유 전 의원에게 이번 선거 역시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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