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하나생명·DGB생명·MG손보 등 유상증자
하나손보는 본사 사옥 매각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픽사베이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속속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3년에는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는데 최근 보험금지급여력(RBC)이 소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이날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자본확충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새로 발행되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6.8%, 만기는 오는 2051년 12월까지이다. 롯데손해보험은 공모를 통해 400억원, 사모를 통해 1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총 500억원의 신규 자본을 확충한다.

이번 자본확충의 효과로 롯데손보의 RBC 비율은 211.6%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대주주 변경 이전 2019년 3분기 133.9%에 비해 77.7%p 개선된 수치로, 롯데손보는 향후 제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안정적 자본건전성을 확보하게 된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자본확충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건전성 제도(K-ICS) 도입 예정에 따른 자본변동성 대응과 제도 도입 이후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향후 금융환경 변화 등 각종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영업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이달 중순경 주금납입과 증자등기를 마칠 예정으로, 이번 증자가 마무리되면 자기자본은 414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로써 하나생명의 RBC 비율은 10월말 기준 153%에서 200%로 오를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9일 DGB생명도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의 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자본금 납입일은 올해 12월 30일이다. DGB생명의 3분기 말 기준 RBC비율은 204%인데, 증자가 완료되면 207%까지 오르게 된다.

하나손해보험은 유상증자 대신 자산매각을 택했다. 하나손보는 최근 서울 종로구 인의동의 본사 사옥을 하나자산신탁이 설립하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아직 매각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계약이 완료될 경우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 체결 이후에는 ‘세일 앤 리스백’ 형태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확충이 가장 시급한 MG손해보험은 총 1500억원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MG손보는 지난달 24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두 번째 경영개선계획안을 승인 받으면서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우선 지난달 말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루어졌고, 이달 중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100억원을 투입, 내년 1분기까지 나머지 1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추가로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의 3분기말 RBC 비율은 100.94%로 전체 보험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MG손보는 지난 2018년 RBC 비율이 80%대까지 떨어지면서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받았고, 이후에도 자본확충계획의 지연 및 영업적자 기록 등으로 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2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성공해 RBC 비율을 177%까지 끌어올렸으나 최근 보험영업 환경이 좋지 않아 다시 추락한 것이다.

한편RBC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보험회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3년 보험업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그간 숨겨진 부실요인이 드러나면서 다수 보험사의 건전성 비율이 낮은 수준을 기록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KDI에 따르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이에 연계된 자본규제(K-ICS)가 도입되면, 그간 과소평가됐던 보험부채는 시가평가를 통해 확대되고 과대평가됐던 보험료수익은 축소될 예정이다.

황순주 연구위원은 “장수 위험, 해지 위험, 사업비 위험, 대재해 위험 등 그동안 간과됐던 신규 보험위험이 새로운 제도에서는 위험요인으로 인식되면서 보험사의 자본부족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요인이 표면화되면서 다수 보험사의 자본비율이 기준치를 하회하게 돼 수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생보사 CEO 간담회 자리에서 “IFRS17 도입 등에 대비해 회사별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율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