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대위, 김병준 위원장 원톱 놓고 운영할 계획”

국민의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니라 아예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원톱 체제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가는 모양새인데, 다만 김종인 전 위원장 합류 무산의 책임을 놓고 그 후폭풍이 일고 있어 자칫 대선후보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일단 공식화된 선대위 ‘원톱’은 김병준…‘李 패싱’ 논란은 여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대위는 김병준 위원장을 원톱으로 놓고 운영할 계획이다. 제가 관례상 당연직으로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하고 있지만 제가 맡고 있는 홍보-미디어 영역을 제외한 모든 전권을 저는 김병준 위원장님께 양보하겠다”며 김병준 원톱 체제를 공식화했다.

다만 김병준 위원장은 같은 날 ‘선대위가 김 위원장 원톱 체제로 사실상 출발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톱이다, 뭐다, 중심체제 이런 문제는 제가 굳이 얘기를 안 드리겠다. (알아서) 판단해주시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첫 회의 시작되고 상임선대위원장이 후보 모시고 지방에 가고 하니까 출발했다고 보시면 된다. 지금 현재로선 선대위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으니 제가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해 결국 원톱 체제로 출범하는 것임을 보여줬다.

더구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29일 “중원인 충청에서 정권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승리의 100일 대장정에 나서고자 한다”며 첫 지방 행보로 충청행을 택했는데, 그 중에서도 지난해 총선 당시 김병준 위원장이 출마했고 당협위원장을 맡아온 지역인 세종시를 우선 방문해 ‘김병준 원톱 체제’에 힘을 실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윤 후보는 이날 오후 2박3일간 충청권 순회 중 첫 일정인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를 김병준 위원장과 함께 찾은 자리에서 “제가 차기 정부를 맡으면 임기 5년 동안 세종시에 여러 가지 법적·제도적 장치 뿐 아니라 기반시설과 수도로서의 국격 차원에서도 문화·예술·교육, 또 학계와 정부 인사들이 서로 만나 치열한 정책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장까지 구축하겠다. 세종시가 실질적인 수도로서 기능을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일단 청와대 제2집무실을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겠다. 청와대 이전도 제가 차기 정부 맡게 되면 법률안 제출하든지 국회에 촉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충청권 일정을 놓고 이 대표와 일부 잡음이 일어나는 모양새인데, 이 대표는 지난 26일 김병준 위원장의 기자회견이나 28일 출범한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와 ‘청년본부’에 대해 ‘당 대표 패싱’ 논란이 일어날 때만 해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는 선거에 있어 무한한 권한과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가 애초에 패싱 논란이 있을 수 없다. 당 대표랑 상의 안 한다고 문제 있는 거 아니다”라고 직접 나서서 일축했으나 윤 후보의 충청 일정에 대해선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저는 가자는 얘기를 들은 적 없다. 제 입장에선 황당한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특히 이 대표는 “당 대표 이전에 제 일정이지 않나. 전날 이렇게 언론을 통해 알게 되면 제 일정이 가득하기 때문에 조정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준석이 후보 일정에 협조 안 한다, 이렇게 이간질 하려는 사람들 있을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는데,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재차 “적어도 이준석이 간다고 발표하는 일정은 이준석에게 물어보고 결정해 달라. ‘미리’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일정은 사전에 상의하겠다고 하면 되는 거지 선대위 출범 첫날인데 또 왜 제가 이런 사실관계 확인을 해주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 김종인 합류, 무산인가, 아닌가? 이준석도 ‘오락가락’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급기야 이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 합류 불발에 대해서도 비슷한 불만을 표출했는데,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7월쯤 돼서 슬슬 익명 인터뷰하면서 윤 후보랑 저랑 이간질했던 사람들 뻔하지 않나. 그리고 익명 때는 항상 같은 언론사”라며 “보통 자기가 친한 기자와 작업하기 때문에 이번에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서 모욕적인 기사가 나왔던 언론사 한 군데다. 이제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하려면 소값을 쳐주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걸 더 얹어서 드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김종인 위원장 영입 추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듯 “선거에는 영역별로 지휘관이 있어야 되는데 내정을 보는 사람이 있어야지 밖에 나가서 싸우는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 전체적으로 저도 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내정과 바깥 싸움) 둘 다 동시에는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꼭 김종인 위원장이 둘 중 하나의 영역을 맡아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며 “전권을 드려야 하고 예의를 갖춰 모셔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 때는 솔직히 김종인 위원장 아니었으면 애초에 중진들에게 휘둘려서 후보 자체가 오세훈이 아니었을 건데,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일하려면 상당한 권한과 역할을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이 대표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해선 “전투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있거나 이러진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이 우려된다”고 평하는 한편 “항상 김종인 위원장 영입 과정은 꼭 영입하려는 사람들이 꼭 뭔가 찍어 먹어봐야 하는 느낌으로, 그 다음 단계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 박빙 승부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김종인 위원장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고 밝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윤 후보 상황까지 연계시켜 김종인 위원장 영입 필요성을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김종인 위원장 합류 불발 이후 진중권 전 교수나 권경애 변호사가 그 배후로 꼽은 장제원 의원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 의원이 26일 (당사에서) 회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오늘 아침에 나왔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한 데 이어 “장 의원이 인사를 주도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본인이 백의종군 선언했던 장 의원 입장에선 식언하는 모습 아니겠냐, 그런 건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일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기도 해 김종인 전 위원장 쪽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미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당 선대위에서도 표면상으론 김 전 위원장 영입 가능성을 닫아둔 것은 아니라는 듯 이양수 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방은 현재 당사 6층에 비어있는 채로 있다. 모시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계속해서 매일 압박하고 요청하는 게 결례로 보일 수 있다”며 “주변 분들을 통한 물밑에서 우선 진행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정작 김 전 위원장은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윤 후보 쪽에서 보이지 않는 접촉을 한다고 한다’고 기자들이 묻자 “모른다. 보이지 않으니까 내가 알 수 없다”고 답해 사실상 선대위의 보여주기식 대응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국힘 내 잡음에 흔들기 나선 민주당 “모든 책임은 윤석열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를 보여주듯 29일 윤 후보가 국회에서 주재한 첫 선대위 회의에서 서일준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으로 선임하고 이 대표가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추가 인선을 속속 발표했지만 앞서 선대위 총괄상황실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바 있는 김종인계 인사인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여전히 임명되지 않고 있으며 총괄본부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는 정태근 전 의원도 아직 보직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선 김종인 전 위원장 영입 여부가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듯한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꼬집어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복기왕 선대위 대변인이 29일 브리핑을 통해 “권경애 변호사는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3인이 문고리 3인방이라고 적시했다. 문고리들이 상대하기 버거운 김종인 전 대표를 비토하고 선대위 인선을 좌지우지한다고 주장했는데 윤 후보는 즉각 문고리 권력을 정리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이용빈 선대위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거의 한 달을 끌었던 상왕 논란은 결국 김종인 위원장의 합류 무산으로 끝났고 김병준 위원장은 허수아비라고 조롱당하고 있다”고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이 대변인은 윤 후보를 겨냥 “선대위의 문고리 권력다툼으로 윤석열 선대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인데 이 모든 책임의 당사자는 상왕도, 문고리도 아닌 윤 후보 자신”이라고 직격한 데 이어 이 대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패싱당한다”고 꼬집었는데, 이 후보 선대위의 전용기 대변인은 아예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민주당 내 선대위 인선은 전부 다 이 후보가 송영길 대표와 협의해오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이 대표만 따로 놀고 있지 않나. 윤 후보 기준대로라면 당 대표는 패싱시키고 후보 마음대로 공당을 휘두르는 윤 후보 모습도 사당화이자 독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가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듯한 상황을 노려 민주당이 윤 후보를 표적으로 대대적 공세에 나선 가운데 급기야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로 지난 26~28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조사해 29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가상 5자대결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윤 후보와 이 후보 간 지지율이 35.5%의 동률로 나와 당장 국민의힘이 불협화음부터 해결하지 못하면 향후 대선 전망에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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