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장외 투쟁 근원은 김종인, 위기감 느끼고 돌발 행동 벌여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 대한 갈등으로 잠행에 들어간 이준석 대표가 지방 순회를 돌고 있는 것을 알려진 가운데 이 대표를 만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2일 "많은 분들이 권력투쟁이냐 신경전이냐 이런 얘기 하는데 그게 아니고 이준석 대표는 정말로 위기감을 크게 가지고 있다. 이대로 가선 대선에 이길 수 없다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 이준석 만난 천하람, 선대위 '인선'과 '방향성' 때문

변호사 출신인 천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이 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전했는데, 그는 "지금 (선대위가) 제대로 된 타겟팅이나 콘셉트 없이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의, 그러니까 '모든 토끼를 잡겠다'라는 '안철수식의 선거전'을 하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최소한 대선을 이길 수 있는 정도로 내지, 대표와 후보와 당 전체가 같이 잘 해나갈 수 있을 정도의 어떤 조건들이 관철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상황을 짚었다. 

천 위원장은 이 대표가 선대위 문제를 둘러싼 가장 큰 불만이 '인선'과 '선거운동 방향성'에 대한 문제라고 정리했는데, 인선에 대해서는 "현재 인선이 신속하고 정확한 선거 캠페인을 하기에 적절한가, 소위 말하는 파리떼나 하이에나 같은 분들이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면, 2030 남성은 이준석이 붙잡고 있으니까 이수정 교수를 데려오면 '2030 여성도 잡을 수 있겠지'라는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2030 남성들이 왜 이 교수에 대해 비토 정서가 있는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지난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세대포위론이라든지, 중도확장이라든지 개혁적인 변화의 모습 등의 이런 부분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큰 방향성' 내지는 '큰 그림'이 있는지에 대해 굉장한 불만과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 천하람 "이준석, 김종인 총괄 불발에 굉장한 불만"

특히 천 위원장은 "'김종인 총괄'이 불발된 것에 관해서도 굉장히 불만이 사실 있었다"고 밝히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같은 사람들이 익명 인터뷰를 통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오히려 선거전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한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천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는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이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로 빈손으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면서 "단순히 누구를 철회하고 갈아 치우고 이런 문제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선거에 임하는 방향성과 그 방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인선들이 되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서 그것을 위한 적절한 의사소통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그간 선대위에 대해 '김종인 체제'를 주장해 왔는데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생각과 달리 김 전 위원장의 합류가 불발되면서 불만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즉, 이 대표의 장외투쟁 형태의 돌발 행동에 대한 시발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얘기이다.

◆ 장성민 "이준석, 갈등 촉발자 되어선 안돼...복귀하라"

다만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나섰던 장성민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갈망하는 정권교체라는 대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절박한 상황에서 당대표가 태업하는 모습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 "셀프태업을 멈추고 빨리 당무에 복귀해야 한다. 당대표가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갈등의 촉발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루라도 빨리 당무에 복귀하여 정권교체라는 대세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며 책임있는 자세를 주문하고 나섰다. 

장 전 의원은 "권력의 대이동기, 정권교체의 대변환기에 당대표의 셀프태업은 정권교체의 셰르파(Sherpa)가 아니라 훼방꾼의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에 권력 증강 보다는 권력약화를 초래한다"며 "그렇게 되면 명분도 실리도 잃게 된다. 그리고 이 대표의 정치 앞날에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즉, 장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당 내 선대위에 대한 불만과 문제 제기는 잠적 등의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할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 의견을 개진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조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 장예찬 "이준석, 주인공 자리 윤 후보에게 양보해야"

아울러 윤 후보의 경선캠프에서 청년 참모로 활동했던 장예찬 전 청년특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에게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이준석) 형이 자존심을 꺾어야 할 때"라면서 "윤 후보가 출구 전략을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비전을 설파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후보가 당내 갈등 때문에 부산, 순천, 여수, 다음 어딘가를 찾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장 전 특보는 "취중 페이스북으로 폭탄 발언을 하고, 갑자기 칩거에서 부산-순천 행보를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제1야당 대표다운 행동이 아니다. 평소에는 당 대표 대우를 해달라고 주장하다가 불리하면 37살 청년이니까 이해해 달라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형답지 않다"며 "전화기 꺼놓고 잠행하는 게 아니라 선대위 안에서 다양한 의견 표출로 건강한 국민의힘의 저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곧바로 당무에 복귀하고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선포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형의 천재성이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 거란 믿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더라도 주인공은 윤 후보"라면서 "이번 한 번만 형의 정치에서 주인공 자리를 윤 후보에게 양보할 수 없느냐"고 호소했다.

더욱이 장 전 특보는 이 대표를 향해 "형이 구상했던 그림과 다른 방향으로 대선이 흘러가도, 우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후보 뜻을 존중하며 정권교체 밀알이 돼야 할 조연인 것"이라면서 "당대표, 공동상임선대위원장,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으로서 쓴소리 마음껏 하고 형의 뜻대로 캠페인하되, 이견을 방송에 나가서 이야기하기 전에 후보 또는 사무총장에게 수면 아래서 딱 한 번만 먼저 조정할 수는 없는 건가"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 중재자 없는 국민의힘, 출구전략은?

한편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의 갈등으로 선대위가 출발도 전에 삐그덕거리며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일각에서는 더 큰 문제로 '중재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출구 전략을 찾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전날(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이 대표의 장외 투쟁에 대해 "저희들도 굉장히 황당하고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이준석 대표가 왜 그런 결심을 하고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사실은 잘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당혹감을 여감없이 드러내기도 했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 측과 이 대표 사이를 조율하고 조정해 줄 마땅한 역할자가 당 내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 8월에 주장했던 '당에 어른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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