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선대위 인선 속속 결정…고심 깊어진 김종인, 시간 더 달라고 해

(좌부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부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당초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합류에 부정적 반응을 내비쳐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장고에 들어간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대위 인선에 속속 속도를 내고 있어 결국 선대위 인선 구성에 있어 ‘원톱’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아닌, 윤 후보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尹, 김한길·김병준 인선 단행…김종인 인선, 본인 요청에 일단 유보

윤 후보는 지난 21일 오후 김한길 전 대표의 사무실에서 면담한 뒤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은 김종인 전 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당 대표가 맡기로 했다”며 김 전 대표는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대표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 “좀 더 중도적이고 합리적 진보를 포용할 분으로서 이분이 적임자가 아닌가 해서 여러 차례 부탁드렸다”고 설명했는데, 김 전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 등 영입에 대해 김종인 전 위원장은 그간 부정적 반응을 보여 왔던 만큼 결국 윤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기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윤 후보는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에서 당 중심의 선대위를 강조하면서 “어떤 자리 중심의 선대위가 아닌, 각자 영역에서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선대위가 돼야 한다. 후보, 캠프, 중앙선대위 관계자만으로 움직이는 좁은 선거운동으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 선대위 중 특정인이 ‘원톱’과 같은 권한을 가진 모습보다 선대위 내 각 역할을 맡은 이들마다 권한을 갖고 일하는 형태를 구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비쳐지고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윤 후보는 이날 김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새시대준비위원회’에 대해선 “정권교체에 동참하려는 분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해보려고 한다. 당 선대위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겠지만 구성과 활동상황에 대해선 정기적으로 최고위에서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띄우는 한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두는 부분은 일단 놔둔 채 김병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를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두는 인선안을 당에 보고하고 통과시켰다.

또 김종인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로 부의하는 부분과 관련해 윤 후보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 하루 이틀만 시간을 더 달라고 하셔서 오늘 상임위원장 두 분만 (논의했다)”며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공을 넘겼는데, ‘김 전 위원장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때문에 시간 달라는 게 아니냐’는 질문엔 “여러분이 취재해보라. 저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즉답을 피했다.

아울러 윤 후보는 이날 윤한홍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 박성민 의원을 조직부총장에 보하는 사무처 개편도 함께 단행했는데, 이 같은 인선에 대해서도 이양수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사무총장,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은 후보가 선정되면 후보가 일시키기 편한 분으로 항상 해왔다”고 설명해 결국 대부분의 인선이 결국 윤 후보 뜻대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김종인, ‘선대위 동참’ 안개 속?…정태근 “금방 합류할 것 같진 않아”

반면 김종인 전 위원장은 자신의 회의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가 끝내 본인 구상대로 인선을 관철하자 이날 자신의 광화문을 찾아온 기자들의 질문에도 “나는 이미 할 얘기를 다했다. 더 할 말이 없다”며 침묵해버렸는데, 심지어 윤 후보의 대선 비서실장으로 거론됐었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의 반대로 인선되지 못했었던 장제원 의원까지 최근 권성동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 때문에 공석이 된 비서실장 후보로 다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보니 여러 인선에 대한 불만으로 선대위 합류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병준 전 위원장이야 지난 20일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회동 당시 함께 하긴 했으나 김한길 전 대표나 장제원 의원 등에 대해선 김종인 전 위원장과 명확한 인선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일단 윤 후보는 21일 김 전 대표를 만났을 뿐 아니라 서초구 사랑의교회 예배 일정엔 장 의원과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줘 김종인 전 위원장의 찬반에 휘둘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해서 윤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의 구상을 전면 배제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닌데, 윤 후보가 바라는 인물 외에 김종인 전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들도 대부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간 김 전 위원장이 주문해온 대로 윤 후보가 “중앙선대 조직 자체가 지나치게 매머드급이 돼가지고는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선대위에 중진들보다 초선·원외 인사들을 앞세우고 선대위 규모도 축소했다.

당장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주호영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 중진급은 지역선대위원장으로 급을 낮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동선대위원장직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추천한 윤희숙 전 의원이나 금태섭 전 의원, 권경애 변호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실정인데, 이양수 후보 수석대변인은 김 전 위원장 측과의 갈등설 때문인지 이날 YS 추모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라에서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 안 하신다면 어제 그렇게 (윤 후보가) 발표 안 했을 것이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발표할 일은 없다”며 ‘김 전 위원장이 격분했다’는 데 대해서도 “자극적 단어들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랬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종인 전 위원장이 추천했고 선대위 총괄상황실장 유력후보로 꼽혀온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2일 오후 광화문에 있는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아 30여분 간 면담을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일 김 전 위원장이 김병준·김한길 인선에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온 것과 관련해 “합의했다는 게 다 확인한 사실이냐”라고 꼬집었으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선 “그건 조금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자고 했으니까 그대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임 전 실장은 김 전 위원장이 고민하는 이유가 일부 인사 때문은 아니라는 듯 ‘인사에 불편한 기색 없었느냐’는 질문엔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가 지지자들 사이 경쟁이라면 (이제는) 지지를 유보한 사람들에 대한 노력을 더해야 할 것 아니냐, 걱정하시더라”라며 ‘3김 체제’로 불리는 데 대해서도 “전혀 제가 보기엔 (불만으로) 안 보신 것 같다. 선거까지 이르는 과정에 대해 여러 예상하는 걱정을 하면서 조금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겠다,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 전 실장 이후 김 전 위원장을 만난 같은 당 정태근 전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선대위 구성 방향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시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총괄선대위원장직에도 “금방 합류하실 것 같지 않다”고 다소 온도차 있는 반응을 전했는데, 일단 이 같은 잡음 속에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선대위 출범 시점에 대해 “(이달 안이 아니라) 12월 6일쯤 발족식을 해야 하지 않나”라며 내달로 연기할 가능성을 내비쳐 고심에 빠진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합류 여부를 놓고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상취재 / 이강산 기자. 영상편집 / 박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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