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주장에도 ‘인가사항 아니다’ 판단
고객 불편 최소화, 건전 거래질서 유지 등 계획 이행 조치명령권 발동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관계자가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관계자가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기로 했다. 노동조합과 일부 정치권에서 폐지를 막아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씨티은행의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 상 인가 대상인지 여부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 왔으나, 씨티은행이 영업대상을 축소해 주요 은행업무를 영위하는 것을 은행법 상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률자문단,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들 모두 인가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출채권, 유가증권, 파생상품, 신탁 등 씨티은행의 주요자산 총액 68조6000억원 중 소매금융부문은 30.4%(20조8000억원), 기업금융부문은 69.6%(47조80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법은 영업양도의 경우 중요한 ‘일부’의 영업양도도 인가대상임을 명시하고 있는 반면 폐업의 경우 이러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바, 입법자는 일부 폐업은 인가대상으로 예정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다른 법적수단이 존재하므로 법문언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폐업 인가 대상으로 볼 실익이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013년 HSBC가 국내 소매금융 업무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총 11개 지점 중 10개 지점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은행법에 따른 외은지점 폐쇄인가는 받았으나 폐업인가는 받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형평성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불편 및 권익 축소 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씨티은행에 대한 조치명령을 의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씨티은행에 대해 조치명령안을 사전통지한 바 있다.

조치명령은 ▲씨티은행은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의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거래질서 유지 등을 위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이행할 것과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해당 계획을 금감원장에 제출할 것 ▲해당 계획에는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 방지 계획, 내부조직·인력·내부통제 등 상세한 내용을 포함할 것을 골자로 한다.

한편 씨티은행 노조는 금융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금융당국으로서의 관리 권한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입장문을 내고 “금융위는 지금까지 한국씨티은행 직원 즉, 금융노동자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하지 않았다”며 “금융노동자의 대량 실업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은행의 대규모 사업 폐지를 자의적 판단으로 할 수 있게 한 첫 사례가 됐다”며 “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금번 금융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대로 가능한 모든 물리적 투쟁 수단을 동원해 죽기를 각오하고 결사항전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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