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노사, 직원 1인당 퇴직금 최대 7억에 합의
씨티그룹,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폐지에 총 1조8000억원 지출 예상
노조는 반대 결사항전 예고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여전히 단계적 폐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진행상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진행하고 있다. ⓒ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진행하고 있다. ⓒ씨티은행

■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단계적 폐지 결정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씨티그룹이 지난 4월 15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단순화를 위한 지속적인 사업전략 재편의 일환으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한 이후, 씨티은행은 고객 보호 및 직원 이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해당 사업부문에 대한 출구전략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현실적인 제약 상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해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과 협의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잔류를 희망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들에게는 행내 재배치 등을 통한 고용안정도 최대한 보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씨티은행은 관련 법규와 절차를 준수하고 금융감독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혹시 모를 피해방지를 위한 소비자보호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고객들의 기존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 만기나 해지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중단하고, 신규 중단 일자를 포함한 상세 내용은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안내할 예정이다.

금융당국도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단계적 폐지에 제동을 걸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씨티은행의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 상 인가 대상인지 여부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 왔으나, 씨티은행이 영업대상을 축소해 주요 은행업무를 영위하는 것을 은행법 상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률자문단,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들 모두 인가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출채권, 유가증권, 파생상품, 신탁 등 씨티은행의 주요자산 총액 68조6000억원 중 소비자금융부문은 30.4%(20조8000억원), 기업금융부문은 69.6%(47조80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불편 및 권익 축소 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씨티은행에 대한 조치명령을 의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씨티은행에 대해 조치명령안을 사전통지한 바 있다.

조치명령은 ▲씨티은행은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의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거래질서 유지 등을 위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이행할 것과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해당 계획을 금감원장에 제출할 것 ▲해당 계획에는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 방지 계획, 내부조직·인력·내부통제 등 상세한 내용을 포함할 것을 골자로 한다.

 

■ 퇴직금 1인당 최대 7억…총 1조8000억원 지출 예상

한편 씨티그룹이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부문을 폐지하는 데 따른 퇴직금으로 최대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지출할 거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 같은 금액을 단기간에 지불하고서라도 철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씨티그룹이 규제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씨티은행 철수 비용으로 12억~15억달러(약 1조4142억원~1조7678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해당 금액을 직원들 퇴직금과 복리후생 비용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지난 9월 노조 측에 이와 관련한 희망퇴직안을 제시했고, 노사는 최근 이 안에 합의했다. 이 안에 따르면 소비자금융 부문 전직원과 기업금융 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년까지 잔여 연봉의 90%를 보상해주는 특별퇴직금을 최대 7억원까지, 특별퇴직금 별도로 지급한다.

은행 측은 이번 희망퇴직으로 직원의 40%를 감원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으나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해 예상보다 높은 신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은 오는 1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후 다음 달부터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점에서 '씨티은행 졸속 청산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에 나섰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점에서 '씨티은행 졸속 청산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에 나섰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 노조는 ‘반대 결사항전’ 예고

그러나 노조는 씨티은행의 이러한 결정에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씨티은행 본점 앞에서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졸속 청산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본격 투쟁에 나섰다.

이날 한국씨티은행지부 진창근 위원장은 “대출 절벽에 내몰린 수만명의 고객이 있다. 영업점이 폐쇄되면 서울로 출근해야 하는 지방 영업점에 수많은 아이엄마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들에 대한 완벽한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떤 폐지 행위도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은행법 개정을 추진해 금융공공성을 외면하는 행위를 막아내고, 인가권에 대한 재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씨티은행과 금융위가 고객과 노동자를 보호하는 시늉만 하다가 결국 가장 쉬운 방법인 청산을 선택했다”며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가 인가사항이 아니라는 금융위의 졸속 결정을 유보하고 재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경영진은 씨티그룹 본사에 한국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유지를 설득해 200만명 이상의 고객 보호와 소비자금융 소속 2500명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손쉬운 방법인 단계적 폐지를 선택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사항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도 콜롬비아씨티의 사례와 같이 향후 금융산업 전반의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매각을 유보하고, 이후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인가한다면 금융소비자 피해와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를 방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안은 노조와 합의를 했기 때문에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은행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직원을 해고할 수 없으며, 재배치를 통해 직원을 모두 보호하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했고, 유명순 은행장은 ’정리해고 등 강제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