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김정은, ‘도발’ 표현 비판한 이후 서욱·정의용 등 ‘도발’ 언급 피해

(좌측부터) 정의용 외교부장관, 서욱 국방부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정의용 외교부장관, 서욱 국방부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북한이 ‘도발’이란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후 문재인 정부 장관들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도발이라고 표현하는 데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욱 국방부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란 지적이 나오자 “용어를 구분해 사용한다. 도발은 우리 영공·영토·영해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도발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의용 외교부장관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전략적 도발이냐 아니냐’는 질문을 받게 되자 “저희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즉답을 피했으며 재차 이어진 유사 질의에도 “전략적 도발에 대한 분명한 기준에 대해선 한반도의 전반적인 안보상황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를 가지고 판단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저희가 볼 때 충분히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아예 “제가 볼 땐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우리가 너무 문제시하는 것이 평화 만들기란 차원에서 볼 땐 (좋지 않다) 평화를 지킬 땐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우려가 필요하지만 평화를 만드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한층 논란을 키웠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인 탄도미사일 발사도 대남 ‘도발’이 아니니 문제 삼지 말라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해온 북측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인데, 이를 의식한 듯 홍 원장도 “지금 약 500km 사거리로 북한이 새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해도 대한민국 국방력이 훨씬 우세하다. 김정은 말에 동의하느냐는 식으로 묻지 말고 대한민국 국가안보 원칙을 물어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역설했지만 감사 받는 입장답지 않게 도리어 지적까지 하느냐며 야당 의원들이 그의 태도에 격하게 반발했다.

더구나 단거리일지언정 탄도미사일 발사의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사항임에도 이를 이중기준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북측 주장을 수용한 듯 “너무 문제시하는 것”이라 평한 발언 역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비록 정 장관이 나서서 “북한의 군사력 시위는 분명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국제법 위반이고 우리가 개발하는 무기체계는 국제법 테두리 내에서 하고 있어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중기준을 철회하라는 건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홍 원장의 경우 내정자 신분이던 지난 8월 10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훈련하는데 북한은 훈련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발언한 적도 있는 인물인 만큼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5일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참관 당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꼬집어 “우리의 미사일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었지만 그 이후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5일 “우리의 자위권 차원 행동은 모두 위협적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 남조선식 대조선 이중기준은 비논리적”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나달 29일 시정연설에서 “남조선이 이제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발전 권리까지 빼앗으려고 우리의 상용 무기 시험까지도 도발이라느니 하는 딱지를 붙여놓는다”고 지적하자 정부가 이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 장관은 전날 국감에서 “북한은 2017년 11월 이후엔 우리가 정의하는 전략적 도발을 하지 않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지난 20일 귀국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종전선언 협의는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던 만큼 사실상 종전선언 등 임기 말 대북성과를 내놓고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쏴도 북한 눈치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야권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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