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내가 군기잡아? 사실과 달라”…‘친윤’ 정진석 “당이 후보 경선 뛰어든 적 없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야권 대선주자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 벌써부터 표면화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이 같은 불협화음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윤 전 총장이 지난달 30일 이 대표가 여수·순천 등 호남 순회 일정으로 당사를 비운 사이 전격 입당을 결행해 ‘이준석 패싱’ 논란이 일어난 바 있는데, 이에 맞불을 놓듯 지난 2일 윤 전 총장과 당 지도부 간 첫 공식 행사인 상견례에 앞서 호남 출신 대선후보인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식을 먼저 진행하고 이 대표가 뒤이어 진행한 최고위원회의조차 이 대표가 당초 예정보다 15분이나 늦게 마쳐 윤 전 총장이 별도 장소에서 대기해야 했다.

특히 영입 인사 관련 이벤트는 당일 한 건만 진행하는 게 통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장 전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앞서는 야권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의 입당 환영식을 그 뒤 시간으로 잡았다는 점도 이례적이어서 윤 전 총장이 ‘빈 집 입당’을 단행한 데 대한 당의 의도적인 군기 잡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더구나 윤 전 총장도 이후 당에서 진행한 지난 4일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봉사활동에 권성동 의원의 청와대 앞 1인 시위 현장 방문 등을 이유로 불참한 데 이어 5일 이 대표가 참석한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도 휴가를 내세워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비쳐졌다.

다만 이 대표는 자신이 군기 잡기를 해 빚어진 갈등으로 보일까 우려한 듯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를 15분간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는 게 무슨 벌세운 것인양 계속 보도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그날 입당이 예정돼 있던 장 전 의원의 입당식과 윤 전 총장의 지도부 상견례가 9시에 예정돼 있었으나 윤 전 총장 측에서 장 전 의원과 같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알려와 최고위원회의 이후에 참여하도록 오히려 지도부에서 일정을 배려해줬으며 최고위원회의는 최고위원들의 공개 발언 길이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당연히 회의 종료시점은 가변적”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최고위원회의는 그날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비공개 회의를 못하고 윤 전 총장 상견례를 진행해 장 전 의원 측이 기분 나빠야 될 상황”이라고 역설했는데, 6일에는 전날 CBS라디오에 나와 ‘자기가 중심에 있고 옆에 후보들 데리고 있고 싶어하는데 후보 입장에선 기분 나쁜 것’이라고 지적한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에 맞서 또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작 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면 ‘대표는 후보 안 띄우고 뭐하냐’ 할 분들이 지금 와선 ‘대표만 보이고 후보들이 안 보인다’ 얘기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후보들이 중심이 되려면 이회창 총재가 실패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게 후보 중심 선거”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다만 공정한 경쟁을 내세운 바와 달리 윤 전 총장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가리면서도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선 온도차를 보여 오히려 논란을 자초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실제로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후쿠시마 원전 발언에 대해선 “제가 평가하기 시작하면 경선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말을 아낀 반면 최 전 원장의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발언에 대해선 “당 회의실에 이 전 대통령 등 사진을 걸어두고 있고 이 전 대통령이 당내에서 상당한 당원들의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최 전 원장도 그 연장선에서 말씀했다”고 적극 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모두 지난 4일 쪽방촌 봉사활동 행사에 불참했음에도 이 대표는 최 전 원장에 대해선 “참석 의지가 강했고 일정이 공지되자마자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고 정말 참여하고 싶은데 출마선언 일정이 잡혀 배우자가 (대신) 참석했다”고 설명한 반면 윤 전 총장 등에 대해선 “당 공식 일정을 참석하지 않고 뭘했는지 잘 모르겠다. 국민께 봉사한다는 의지로 임한 첫 이벤트에서 그보다 중요한 게 무엇일지 국민께서 의아해 할 것”이라고 냉랭한 반응을 내놨다.

이처럼 윤 전 총장에 대해 온도차 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지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정진석 의원은 “우리 당 대선후보 경선의 주인공은 후보들이지 당 지도부가 아니다. 후보들은 바다를 헤엄치는 고등어처럼 싱싱하게 삶의 현장으로 뛰어야 할 때”라며 윤 전 총장이 불참한 전날 예비후보 전체회의와 관련해서도 “당 지도부가 악수하고 사진찍고 환담하는 행사인데 어제 행사는 하지 않는 게 나았다”고 사실상 이 대표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의원은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는데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지금쯤 각 후보들은 저마다 거미줄 같은 스케줄이 있고 일정을 취소할 수 없는 형편인데 자꾸 중앙당이 갑자기 부를 일이 아니다”라며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달라 자기가 잘 클 수 있는 곳에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가두리 양식장에는 큰 물고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그는 “우리 당 지도부에게 주어진 정당개혁의 첫 번째 과제는 비대한 중앙당을 손보는 일이다. 대통령제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 중앙당이 후보 경선에 뛰어드는 경우는 없고 당 지도부가 필요 이상으로 대선후보들을 관리하려다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켜선 안 된다”고 경고했는데, 이 같은 공세에 이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당 밖의 인사를 육우, 당 안의 인사를 한우에 비유했을 때 정 의원이 비유가 과도하다고 지적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응수하면서 “저는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게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하고 돌고래 다쳤을 때 때린 사람 혼내주고 약 발라주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당내 파열음이 격화되자 급기야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모두 공격해온 원희룡 전 제주지사마저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우리 당의 최대 고질병이었던 계파 싸움이 또다시 시작됐다. 이 대표가 이 문제에 정확하게 책임져야 한다”며 “이 대표가 계파 싸움의 상자를 열었던 측면이 있다”고 ‘이준석 책임론’을 제기했는데, 이렇듯 후보들의 높아지는 반발에 자칫 이 대표가 역풍을 맞는 게 아닌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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