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론에 뿔난 野 후보들…원희룡 “尹의 공정, 동물의 왕국의 공정인가”

(좌측부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돌고래’에 비유하며 다른 후보들과 ‘체급이 다르다’는 국민의힘 중진인 정진석 의원의 발언이 이준석 대표와의 신경전 차원을 넘어 같은 당 대선후보들의 반발까지 사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대표적인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정 의원은 당 행사 불참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지적하는 이 대표의 압박에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군소후보들에게 언론에 노출될 기회를 주고 원팀으로서 결속을 다지겠다는 지도부의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다.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고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이 대표는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의원이 당 밖의 인사를 육우, 당 안의 인사를 한우에 비유했을 때 비유가 과도하다고 지적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응수하면서 “남들이 9월 말 경선출발론 얘기할 때 혼자 8월 경선 출발온 얘기하며 경선 일정 당기고 후보들이 빨리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만들어주려 했던 사람이 누군데 적반하장 하는지 모르겠다.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게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정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양측 간 주도권 다툼으로 비쳐졌던 윤 전 총장의 ‘불참’ 행보에 대한 신경전은 이 같은 친윤계의 ‘돌고래’ 비유로 인해 다른 후보들의 반발까지 불러일으켰는데, 특히 홍준표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돌고래와 멸치란 비유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한마디 한다. 그 인사가 지칭하는 돌고래는 사육사가 던져주는 생선에 따라 움직이는 조건반사적인 물고기에 불과하다”며 “요즘 매일 실언을 연발하며 어줍잖은 줄세우기에만 열중하는 훈련되지 않은 돌고래를 보고 그 돌고래 따라 무리지어 레밍처럼 절벽을 향해 달리는 군상들도 보는데 진중하고 자중하라. 한 순간에 훅 가버리는 게 정치”라고 윤 전 총장 측을 직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의원은 같은 날 재차 “돌고래 진영에 합류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떼지어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조속히 합류하라고 협박성 권유를 한다고 한다. 실제로 며칠전 만난 어느 초선의원의 하소연”이라며 “국회의원은 동등한 동지이지 레밍이 아닌데 국회의원들을 레밍 취급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레밍이기 때문에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레밍이 어떻게 떼 지어 폐사하는지 인터넷에 한 번 찾아보라”고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또 그는 9일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친윤계를 겨냥한 듯 “국회의원들에게 부담 주는 패거리 정치는 하지 않겠다. 친이, 친박이 당내 주류를 이룰 때도 계파 국회의원 한 명 없이 제가 당 대표에 선출된 일도 있다”며 “캠프는 실무자 중심으로 꾸리고 당원과 국민들만으로 경선을 치루겠다. 돌고 돌아 제가 후보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비단 홍 대표 뿐 아니라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당에 들어온 신입주자들이 보수 표심만 자극하고 또 당의 국회의원들 줄 세워서 계파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는데 작은 이득은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정권교체에 스스로가 역행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하며 이른바 ‘멸치·돌고래’ 발언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의 공정이라는 게 동물의 왕국의 공정에 불과한 것이냐’는 의문을 떠오르게 할 수밖에 없고 소위 측근이란 분들이 윤 전 총장이 정말 공정하고 빅 플레이트, 여기에 역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보탬이 되고 있는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최 전 원장도 지난 7일 경북 경주 월성 원전 현장 방문 뒤 ‘돌고래 논란’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돌고래인지 멸치인지는 나중에 보면 알 것”이라는 뼈 있는 말을 던졌는데, 급기야 여권에서까지 여기에 뛰어들어 지난 7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특검이 꾸려지기 직전인 2016년 당시 한겨레신문 기자였던 자신과 윤 전 총장 간 술자리와 관련 “박근혜 3년이 수모와 치욕의 세월이었다(고 윤 전 총장이 말했다)”고 밝힌 데 이어 “돌고래의 특징 중 하나가 의리인데 문재인 대통령을 대하는 윤석열의 태도 어디에도 돌고래는 없다. 오히려 이솝우화에 나오는 박쥐”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처럼 도리어 여권에서까지 공격 받는 구실이 되자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본게임이 출발도 안 했는데 아예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돌고래고 나머지는 고등어, 멸치라고 격하하는 듯한 프레임이지 않나. 윤 전 총장 측에서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하는 건 조금 줄여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수습에 나섰으며 김재원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간담회에서 “외부에서 본다면 우리는 콩가루 집안으로 보일 것이다. 정권교체에 도움 되지 않는 어떤 행위도 해당행위”라고 강조했는데, 과연 이번 ‘돌고래’ 논쟁이 이런 경고만으로 잦아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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