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입법조치 완료된 상황...조세 형평성 차원 소득에 대해 과세 불가피"
민주당 "내년 과세는 시기상조...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등 인프라 구축 먼저"
국민의힘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잣대...정부 여당 엇박자에 국민 분통 터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사포커스DB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최근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 과열에 따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이라 규정하고 오는 9월 가상화폐거래소의 대거 폐쇄 경고에 나서자 국민적 반발에 부딪히며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를 보임에 따라 정부여당이 연일 수습하는데 애를 쓰는 모양새이다. 그럼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암호화폐 거래 과정에서 발생된 소득에 대해 내년 과세 방침을 분명하게 밝혔다.

27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암호화폐 과세 정책, 수정이 시급하다"면서 "암호화폐에 대해 당장 내년부터 기타소득으로 20%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즉각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현실에서 암호화폐는 로또가 아닌 반복적인 매매의 형태를 가지는 주식 매매와 매우 유사하다"면서 "암호화폐는 로또가 아니라, 주식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암호화폐는 일시 우발적 기타소득으로 취급된다"면서 "주식처럼 금융투자소득의 양도소득 과세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하고, 이를 통해 현재 250만원 공제가 아니라 다른 금융상품 소득과 합쳐서 5,000만원까지 공제를 해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의원은 "아직 관련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며 "당장 내년 과세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장 국내 상장 코인이 아닌 경우, 과세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현금인출이 아닌 현물 구입이나 개인지갑에 보유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정확한 산출이 어려워 조세 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부터 확보"가 먼저라고 설명했다.

노 의원은 "주식 양도세 과세시점인 2023년까지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우회 회피 수단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제도를 보완해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버리고 미래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을 시켜나가며, 가격 조작 세력과 허위 공시 등을 단속해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를 실현해 줄 것을 당국에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칼은 누가 가지느냐에 따라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고 일침했다.

앞서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이라면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선 긋기에 나섰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 하루 거래대금이 17조 원이라고 하는데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시장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된다"고 발언했었다.

이에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면서 사흘만에 13만9305명(27일 17시 기준)이 동의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청원인은 "(은 위원장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라면서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말에 책임을 지시고 자진 사퇴하시라"고 쏘아 붙였다.

그는 은 위원장을 겨냥 "이미 선진국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 보시냐"며 "투자자는 보호해 줄 근거가 없다며 보호에는 발을 빼고,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박용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없고,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할 수는 없다고 한다. 심지어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며 "와중에 정부는 내년부터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어디 있느냐"며 비판했다.

박 의원은 "암호화폐를 대하는 정부의 수동적이고 낡은 태도가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산업의 발전, 투자자 보호를 가로막는 원인임을 내내 느낀다"며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에 마땅히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상이 달라졌다. 그러면 당연히 태도 또한 바뀌어야 한다"며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힘쓰겠다"고 밝혔다.

양향자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가상화폐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 유예가 필요하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성격 규정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부터 하겠다고 하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가상화폐는 자산"이라며 과세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아직은 이르다. 제대로 된 준비가 먼저다. 준비없이 과세부터 하겠다고 하면 시장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는데,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자산,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과세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미술품을 거래해서 이득이 나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거래하며 생긴 소득에 대해 과세가 있는 건 불가피하다"며 "관련 입법 조치도 완료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암호화폐 정책에 엇박자를 내 지켜보는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꼬집었고, 추경호 의원도 "금융상품이 아니란 이유로 투자자 보호는 외면하면서 내년부터 투자수익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잣대"라며 "정부가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세금만 챙기겠다면 '도둑심보 정권'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여당의 엇박자에 비판을 가하며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투자자 보호 방안에 앞장선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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