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단체급식 일감 80% 5개사가 점유… 8개 대기업 관련 시장 개방키로
조성욱, “경쟁이익 향유”…업계, “유통· 제공규모 중소업체 감당 의문”

단체 급식 사진 ⓒ공정위
단체 급식 사진 ⓒ공정위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공정위가 3년간 조사한 끝에 8대 대기업 집단의 단체급식 일감 개방을 이끌어냈다. 일각에서는 경쟁입찰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대규모 사업장 급식을 중소업체들이 감당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공정거래 위원회는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고 기업 등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키로 했다. 공정위 취지와 함께하는 기업은 총 8개 대기업집단이다.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단체 급식 시장을 삼성 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프두, CJ프레시웨이, 신세계 푸드 등 5개 업체가 관련 시장을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이들 5개사는 지난 2019년과 작년 수의계약 현황은 평균 1조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선포식에서 "수십 년 간 계열사 또는 친족기업과만 단체급식 수의계약을 했던 관행을 버리고 경쟁 입찰하기로 선언한 날"이라며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경쟁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날 선포식에 참여한 대기업들 연간 단체급식 양은 약 1억7800만 식 규모다. 이중 LG는 전면 개방 원칙하에 단체급식을 순차적으로 개방하며 소규모 지방 사업장은 인근 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CJ는 65% 이상을 개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시범적으로 2개식당 개방을 결정해 외부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대자동차는 기존 사업장은 경쟁 입찰 시범실시하고 연수원이나 기숙사 등 신규 사업장은 경쟁 입찰을 실시한다. 신세계는 현재 42개 사업장에 중소기업 등에 개방한 상태로 향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일부 직원 식당을 지역 업체에 개방했고 개방규모를 확대한다. LS는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경쟁입찰을 도입해 전 사업장에 경쟁입찰을 도입되도록 계열사 등을 적극 독려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식사 질이나 가격이 저렴해진다거나 하는 개선 없이 단순히 대기업 계열사 일을 나눠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입찰이라고 하지만 공급처만 서로 달라질 뿐 대기업 계열사가 순환하는 구조가 되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소규모 사업장을 지역업체 등을 통해 단체급식을 진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규모 사업장 단체급식은 다르다"라며 "유통이나 제공 규모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결국 능력있는 몇개 회사가 다 나눠 가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거래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경쟁입찰이 된다면 중소 업체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공정위가 법으로 규제하면 그것 또한 불공정 거래를 선도하는 것이라서 대책 마련 없이 무턱대고 개방하라고 하는 미디어용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실효성이 없었다는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면 보다 세심한 정책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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