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파열음을 보인 가운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5일 갈등 봉합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오 후보는 이날 극적 타결로 안 후보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열며 "사실 어느 후보나 본인이 단일후보가 되는 것을 바라고 출마하는 것 아니겠냐"면서도 "오늘 (실무) 협상이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절대 단일화의 실패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어제 안 후보도 왜 안철수여야 하는가에 대해 장문의 입장문을 내셨고, 저도 몇 가지 섭섭하게 느껴지는 내용이 있어서 글 올릴 의무감이 생겼다"며 "(그런) 와중 직설적 표현이 들어가서 상황이 불편해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제가 염려하는 것은 어제 윤석열 전 총장과 함께 정치하게 되면 좀 더 야권이 커진다 이런 표현을 쓰셔서 그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한다"면서 "100명 이상 국회의원이 있는 제1야당이 그 (윤 전 총장이 속한) 당과 합쳐지는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렇게 되면 야권 분열 상태에서 대선을 맞이하고, 야권이 커지는 게 아니라 분열되고 교착화할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오 후보는 "제 표현이 직설적이었던 것 같다"면서 "안 후보님께 죄송하다"고 화해를 청했다.

반면 안 후보는 "제가 분열을 야기하는 후보라고 표현을 써서 제가 굉장히 놀랐다"면서 "(김종인) 위원장께서 쓰신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다"며 서운했던 감정을 토로했다.

안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을 겨냥 "후보 간 합의가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양 후보간 합의한 사안이 없다고) 그렇게 말을 한다면 그건 후보 단일화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말"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단일화도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안 후보는 "야권이 통합되는 데 노력할 것이고, 만에 하나 윤 총장이 저와 함께 한다고 제안을 주면 저는 지금 국민의힘과 다 같이 함께하자고 오히려 설득하려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두 후보는 각자의 공약에 대한 비전 발표를 진행했다.

컴퓨터 백신 개발과 무상공급으로 탁월한 경영 능력을 갖추며 의사 출신의 전문가인 안 후보는 'V4공약'내며 ▲지식자본도시 서울 ▲코스모폴리탄 서울 ▲ 융합경제 서울 ▲공유가치 서울을 설명하며 "경제혁신 서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안 후보는 "주먹구구식 현재의 의료체계도 바꿔야 한다"며 "서울형 사회적 거리두기로 레드존, 오렌지존, 옐로우존 3단계를 제시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재편을 가장 먼저할 업무로 소개했다.

반면 과거 서울시장 경험이 있는 오 후보는 시정 경험을 강조하면서 ▲안심소득 실험 ▲1인가구 안심본부 ▲한강 르네상스 시즌2 등을 설명했으며 "(서울) 도시경쟁력이 제 임기 중 높았는데 박원순 전 시장의 임기 중 많이 퇴보했다"고 지적하며 "박원순 전 시장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예산만 낭비했다. 저는 경험과 비전을 겸비한 사람이다. 미래 서울은 회복하는 서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은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단일화 과정 속에서 후보들 간 일정한 토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을 기피하는 속셈이란 것은 이뤄질 수 없다.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 후보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정말 모욕적"이라며 "저는 단일화 일정에 맞춰 토론하자고 했을 뿐, 토론을 피한 사실이 없다. 토론을 오전·오후 하루에 2번씩 해도 좋다고 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어디서 엉뚱한 소리를 듣고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지, 도대체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많은 야권 지지자들이 김 위원장의 그런 옹고집과 감정적 발언에 한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야권단일화 상대에게는 서로 존중하는 것이 단일화 취지에도 맞고 양쪽 지지층을 뭉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어제 야권의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 대통합추진을 통해 더 큰 2번을 만들겠다고 말했는데 오세훈 후보는 그 화답으로 분열을 말했다"며 "이것이 과연 단일화 협상 상대에게 할 수 있는 말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안 후보는 "놀랍고 충격적"이라면서 "요즘 LH 사태 덕분에 지지율이 좀 올라간다 싶으니까 3자 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인가"라며 오 후보의 단일화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단일화 실무협상팀인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도 "일부 어리석은 인사들이 제3지대와 제1야당을 분리하며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힘 지지층을 떼어 놓으려는 분열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그동안 제1야당은 덩치는 컸지만, 본선 승리에 대한 전망 자체가 없었는데, LH 사태로 생각하지도 못한 이익을 보자 일부 과한 욕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들의 작은 이익 추구는 궁극적으로 본선 실패를 불러오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스스로 만들어낸 지지율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얻어진 지지율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구혁모 최고위원도 "민주당은 지금 야권에 안철수 피하기 전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실제로 민주당은 확실히 이기는 안철수 후보를 놔두고 연일 오세훈 때리기에만 연연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구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오세훈 후보에게 네거티브를 퍼부었지만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논평에 대한 방어만이 전부였다"면서 "안철수 후보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세훈 후보에 역선택을 해 여론을 조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