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움직임을 막고자 연일 강경 목소리를 내자 정치권이 술렁이며 윤 총장의 '대권 진출' 임박설이 나돌았다.

윤 총장은 전날(3일) 대구고검·지검 직원들과의 간담회를 가지며 "공정한 검찰은 국민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에 대한 불만에 대해 침묵을 이어왔던 그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발언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지금 거론되는 제도들이 얼마나 부정확하게 소개되는지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설명해 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이날 대구에서 "내가 그만둬야 (중수청 추진을) 멈추는 것 아니냐. 자리 그까짓 게 뭐가 중요한가"라며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들의 안전과 이익을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며 사퇴 가능성도 내비쳤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 간담회에서 대부분의 현직검사들이 중수처 설치에 우려를 표했으며, 한 현직검사는 '지능범죄 창궐시 그때는 후회해도 늦는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일가족 사건을 수사하면서부터 정부·여당과의 이상기류가 감지됐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을 겪으며 '야권 잠룡'으로서 하마평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여권이 과거 윤 총장에 대해 '최순실 사건' 등 박근혜 전 정권의 권력 비리 수사로 문재인 정부 출범에 일조했다고 평가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가 전 정권에서와 마찬가지로 현 정권에서도 일관된 태도를 보이며 권력비리 수사에 나서자 비판을 받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석열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당연한 책무로서 중립을 지키며 권력비리 수사에 대해 자기 할 일하는 윤 총장이 여권과 관련된 수사에 들어가면 여권에서 '과잉수사다', '음모다'라며 강력 반발하고, 반대로 야권과 관련된 수사에 들어가면 야권에서 비판을 쏟는 상황이 반복됨에 따라 '정치적 중립'이 강조되며 나타난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총장은 "지금 (여당이) 진행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어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자 헌법상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의 공방도 잇따랐으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여의도 사사건건'에 출연하여 "일개 행정부 공무원이 대국회 겁박이자 선전포고"라며 "총 들고 나온 정치 군인들이 떠올랐다"고 못마땅해 했다.

반면 같이 출연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검찰 조직과 관련된 문제이자 검찰 조직 자체를 형해화하고 대한민국의 형사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검찰총장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총장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총장으로서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옹호하며 설전을 벌였다.

권 의원은 정 의원을 향해 "(윤 총장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다"며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모든 악법을 다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도 그렇게 해오지 않았냐. 야당과의 협치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다 해왔다. 윤 총장은 이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청와대는 거듭 윤 총장을 향해 "국회를 존중하라"며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정세균 총리는 JTBC에 출연하여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 건의하는 것도 고민할 수 있다"며 윤 총장 해임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왔다. 

이 뿐만 아니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은) 직을 걸려면 현재 진행중인 문재인 대통령 관여 사건 수사에 걸라"며 "그러면 국민 여론이 검찰 수사권 존치의 당위성도 절실히 느끼게 되고 검찰사에도 길이 남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홍 의원은 '드루킹 사건의 상선', '울산시장 선거 개입 비리 사건의 최종 종착지', '원전 비리 사건의 최종 지시자'라고 표현하며, 이 사건들을 문 대통령의 관여 수사로 지목했다.

그는 "이미 죽어버린 권력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수사는 그렇게 모질게 했지 않았냐"며 "윤 총장 말씀대로 헌법에 충성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단죄를 할 수 있는 검찰총장이 되면 한국 검찰사에 길이 남는 명검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결단의 순간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으며,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3월이 (윤 총장의) 결정적 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윤 총장의 이례적인 언론 인터뷰 감행에 대해 "대선에 나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며 "자신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걸 오히려 초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휴가를 냈으며 오후 2시 출근하여 '입장발표'할 것으로 예고한 가운데 그의 메시지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