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 제정
사후 모니터링도 강화…판매실적 KPI서 제외
각 은행 올해 말까지 자체 내규에 반영·시행 예정

시중은행들의 펀드 판매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시사포커스DB
시중은행들의 펀드 판매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과 함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후속조치로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은행이 개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원금 비보장 상품’에 대해 판매 전 과정을 규율하기로 한 것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임원급 협의체인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구성해 상품정책을 총괄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 위원회에는 리스크관리담당 임원(CRO)·준법감시인·소비자보호담당 임원(CCO) 등을 포함해야 한다.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둘 수도 있다.

위원회는 상품 기획 및 선정·판매행위·사후관리 등 은행의 비예금상품 판매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며, 소비자보호담당 임원 및 기타 은행이 정하는 위원이 상품판매 반대시 판매를 보류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비예금 상품으로, 은행이 개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각종 펀드·신탁·연금·장외파생상품·변액보험 상품 등이다. 일부 안전자산으로 운용되는 머니마켓펀드(MMF)·머니마켓신탁(MMT) 등 원금손실 위험이 낮은 상품은 제외됐으며,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상품 심의는 부서장 협의체 등 하위조직에 위임할 수 있다.

하지만 고난도 금융상품, 해외대체펀드(기초자산 해외소재), 위험도 중간등급 이상(1~3등급) 상품 등은 위원회가 직접 심의해야 한다.

비예금상품을 판매하는 임직원이 지켜야 할 사항도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우선 은행은 비에금상품 판매시 위험내용을 예금상품과 비교·설명하는 ‘비예금상품설명서’ 도입해 막연한 원본손실 안내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원금비보장 상품임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Q&A 방식을 활용하고, 다양한 도표·그래프를 통해 고객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손실이 증가되는 상황을 가정해 소비자가 최대 손실 발생액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또 투자성향 등 소비자의 정보는 매 2년 마다 갱신하여 오래된 정보를 활용하지 않도록 하고, 일부 금융투자 상품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하던 ‘해피콜(숙려제도)’을 확대했다.

반대로 고난도 금융상품 등 비대면으로 상세한 설명이 곤란한 상품에 대해 투자를 권유할 경우 전화, 휴대폰 메시지(SMS, LMS, 카카오톡), SNS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투자를 권유할 수 없고, 관련 자격증 미보유 직원, 업무숙련도가 낮은 직원, 민원 다수 유발 직원 등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직원은 판매가 제한된다.

이처럼 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한 이유는 DLF·라임 사태 등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판매했다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부른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DLF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주요 판매사였고, 라임 펀드 역시 작년 말 기준 은행이 판매한 금액이 8146억원으로 전체의 49%를 차지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DLF 사태 이후 은행권은 상품 판매절차 및 내부통제를 개선 하고자 하였으나, 별도 참고할만한 기준이 없어 애로가 있었다”며 “이번 모범규준은 은행권이 금융감독원과 함께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마련한 만큼 은행권 모범관행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범규준 제정을 통해 은행의 원금 비보장 상품 판매에 있어 그간의 불합리한 관행·절차 및 미흡한 내부통제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영업점 성과평가체계(KPI) 등 유인체계 재설계를 통해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문화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각 은행은 모범규준을 연말까지 자체 내규에 반영해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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