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경쟁 뛰어들려는 이낙연…대선 출마 선언하는 보수 잠룡들

대선후보로 꼽혀온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주당 이낙연 당선인, 김부겸 의원, 무소속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통합당 의원. ⓒ포토포커스DB
대선후보로 꼽혀온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주당 이낙연 당선인, 김부겸 의원, 무소속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통합당 의원.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21대 총선이 끝나자 이제는 2년 뒤 있을 20대 대선으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그래선지 벌써부터 대권잠룡들도 발 빠르게 차기 대선을 의식한 듯한 행보에 본격 나서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민주당 이낙연·김부겸, 당권 경쟁으로 대선 전초전 치를까?

먼저 더불어민주당에선 여야 통틀어 장기간 차기 대선후보 자리를 ‘원톱’으로 수성하고 있는 이낙연 당선인의 행보에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래도 총선 전까지는 보수진영에서의 ‘맞수’ 격으로 꼽혔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마저 이 당선인과 종로에서 맞붙은 이후 결국 대표직을 내려놓고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사실상 이 당선인만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재명 경기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지자체장 출신 대선후보들도 이 당선인의 뒤를 쫓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격차는 좁히기 쉽지 않아 단적으로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지난 25~26일 전국 성인 1026명에게 실시한 ‘범여권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를 봐도 이 당선인이 38.4%를 기록하며 2위인 이 지사(17.4%)의 2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니 대선주자들로선 이 당선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단 이 당선인은 당내 의견을 수렴한 끝에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키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초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둬온 만큼 당 대표에 당선돼도 ‘대선 출마를 위해선 1년 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당헌·당규상 결국 7개월 정도 밖에 맡을 수 없어 그간 장고를 거듭해왔으나 지난 21일엔 홍영표, 24일엔 송영길 의원을 만난 데 이어 지난 26일엔 우원식 의원에게 회동을 제안하는 등 전대 출마 후보군들의 의중도 살피고 있는데다 27일 당선자 워크숍에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예 “보도가 나오지 않았나. 그 내용이 대체로 맞다”고 밝히기도 해 전대 출마 쪽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 당선인이 당 대표가 됐을 경우 총선 경선 룰을 선거 1년 전에 정했던 점에 비추어 차기 대선 경선 룰을 대선주자인 본인 스스로 정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당 대표 사퇴 시 최고위원직도 함께 내려놔야 하는지 문제 등 여러 가지 고려할 부분도 없지 않아 28일 이 당선인은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 당선자 초청 간담회’에선 “(전당대회) 3개월 전에 선언한 전례가 없다. 너무 (출마로) 몰고 간다”며 일부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또 다른 대선주자인 김부겸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를 진지하게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비록 한자리수대 지지율에 그치고 있지만 앞서 거론한 범여권 차기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이 지사와 박 시장 등 지자체장 출신 대선주자들에 이어 4위(3.0%)를 차지했던 만큼 현재 1위인 대선주자와의 맞대결 구도를 형성해 자신의 인지도와 존재감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4.15총선에서 당선돼 원내 활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이 당선인이나 코로나 사태를 통해 지자체장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이 지사, 박 시장과 달리 김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물러나 도전한 21대 총선에서 낙선했을 뿐 아니라 여당 압승으로 끝난 이번 총선에서도 유독 부진했던 TK 출신이라 전대 출마 외엔 딱히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도 출마를 고민하게 된 배경으로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홍영표, 우원식 의원의 당권 도전 의사가 분명한 가운데 이 당선인도 출마를 언제 선언하느냐는 시점의 문제일 뿐이어서 여기에 김 의원까지 뛰어들 경우 4파전이 돼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시행세칙’상 전당대회에 앞서 예비 경선을 치러야 하게 되는 만큼 앞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했던 김 의원이 이 당선인과 똑같이 ‘7개월짜리 당 대표’란 부담을 안은 채 예비경선까지 감수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홍준표·유승민 등 보수진영에서도 속속 ‘대선 염두’ 목소리 높여

대권 도전을 거듭 내비친 홍준표 당선인(좌)과 유승민 의원(우)의 페이스북 글 ⓒ홍준표, 유승민 페이스북 캡처
대권 도전을 거듭 내비친 홍준표 당선인(좌)과 유승민 의원(우)의 페이스북 글 ⓒ홍준표, 유승민 페이스북 캡처

이처럼 여당에선 대선주자들의 전당대회 등판 가능성에 벌써부터 분위기가 가열되고 있다면 보수야권에선 황 대표 퇴진 이후 무주공산 상태에서 차기 대권잠룡들이 제각각 대권 도전 의사를 피력하며 눈치작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앞서 21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유승민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팬클럽인 ‘유심초’ 카페에 “내년 대선후보 경선과 2022년 대통령 선거가 저의 마지막 남은 정치 도전”이라며 “반드시 제가 보수 단일후보가 돼 본선 진출해서 민주당 후보를 이기겠다”고 영상메시지를 올린 데 이어 28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가 밑바닥까지 추락한 지금, 제가 오랫동안 외쳐온 개혁보수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게 분명해졌다”며 “저는 오래 전부터 보수의 변화와 혁신을 외롭고 치열하게 외쳐왔다. 2022 대선은 개혁보수가 수구진보를 이기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여기에 무소속 당선됐지만 연일 통합당에 고언을 쏟아내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도 일찍이 대선 출마를 시사해온 만큼 유 의원과 같은 날인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영남 명산 비슬산 정상 천왕봉에 올라왔다. 임금 왕 자가 네 개나 들어있는 특이한 산 이름”이라며 “천왕봉은 지리산 정상에도 있지만 영암 월출산 정상에는 천황봉(天皇峰)도 있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린 데 이어 28일엔 방송 버스킹과 향후 전국적 정치 버스킹 계획을 밝히는 등 대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통합당의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난 2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대선이 국가 운명의 분수령이 될 것이기에 모든 것을 걸고 저 자신을 던져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중도·보수진영의 단일후보 경선에 참여하겠다”며 지난 2007년 이후 다시 한 번 대권 도전을 선언했는데, 그가 돌연 대선판에 뛰어들게 된 데에는 2014년부터 제주지사를 맡으면서 중앙정치에서 멀어진 덕에 보수진영을 갈라놨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부터 자유로운데다 당내 소장파 출신으로 중도층에도 어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지난 13일 <동아일보>가 여야 초선 당선인 100명(민주당 54명, 통합당 41명, 군소정당 5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홍 전 대표, 유 의원, 황교안 전 대표 등을 제치고 원 지사가 1위(12명)를 기록한 점도 힘을 실어줬는데, 무엇보다 통합당 초선 당선인들만으로 좁혔을 때도 원 지사가 8명의 선택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현재 마땅한 대선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보수진영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총선 결과에 책임지고 물러난 지 한 달여 만에 황 전 대표까지 최근 정치활동을 재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통합당 총선 당선인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한편 자신이 이낙연 당선인과 맞붙었던 종로에 장학재단을 만들 거란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보수진영 내 대권경쟁도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칼자루 쥔 김종인…野 대권잠룡들, 김칫국 마실 수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사진 / 김병철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사진 / 김병철 기자

문제는 이들의 희망과 별개로 현재 보수진영을 이끄는 통합당의 지휘봉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잡게 됐단 건데, 김 위원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은 시효가 끝났다”며 홍 전 대표나 유 의원 등의 대권 재도전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고 특히 SNS로 연일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홍 전 대표에 대해선 통합당 복당조차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조직위원장 특강에선 대권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겨냥 지난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건을 다시 꺼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여러 언론을 통해 ‘당에 대선주자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이 주장했던 ‘40대 기수론’처럼 원외에서 참신하고 젊은 대선주자를 찾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되고 있다.

비록 지난 22일 주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수락 요청을 받아들일 당시엔 ‘차기 대권 40대 기수론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40대 기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40대 기수론을 무조건 강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변한 데 이어 ‘지난 대선 출마자들은 시효가 끝났다’던 과거 발언에 대해서도 “2년 전부터 하던 얘기를 새삼스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밝혀 대선주자에 대한 종전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일부 나왔으나 한편으로는 비대위원부터 9명 중 5명을 30대로 구성하는 등 청년층에 중점을 두는 듯한 행보도 보이고 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당내 대선주자가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목 받거나 홍정욱 전 의원 관련 주식이 급등하는 등 당내보다는 당 밖 인사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건데, 김 위원장이 아직 특정인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을 조성하는 자체만으로도 기존 보수 대선주자들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현재 보수진영에선 황 대표 때처럼 딱히 독주하는 후보도 전무한 실정인데,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전국 성인 1026명에게 실시한 범야권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홍 전 대표, 유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정도가 10%선을 갓 넘는 두자리수 지지율을 얻었을 뿐 ‘없음’이 그 3배를 넘는 38.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새 인물을 찾으려는 김 위원장의 목소리에도 한층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