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野, 총선 패배에 앞다투어 ‘5·18 재평가’…‘윤미향’ 악재 맞은 與도 5·18로 반전 노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18일 여야 지도부가 임의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당대표) 사진 / 김병철 기자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18일 여야 지도부가 임의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당대표) 사진 / 김병철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18일 여야 지도부 모두 광주로 내려가 서로 경쟁하듯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면서 보수정당들조차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번 기념식을 계기로 21대 국회는 ‘충돌일변도’였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흐를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5·18 폄훼 발언’ 사과한 통합당…5·18 계기로 與와 ‘협치’ 시동?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인 18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예년보다 기념식 규모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념식에는 20대 국회에서 소속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미래통합당까지 이전과는 확연한 온도차가 있는 자세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통합당 지도부는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데 이어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이종명·김진태·김순례 의원 등의 5·18 민주화 운동 폄훼 발언에 대해서도 “잘못했던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5·18 기념식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까지 제창했다.

특히 주 권한대행은 앞서 지난 16일에도 원내대표 당선 후 첫 본인 명의 성명까지 내고 “우리 당은 단 한 순간도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폄훼하거나 가벼이 생각한 적 없다. 이유를 막론하고 5·18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들게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강조한 데 이어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민주화운동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 공로자회’를 법정 단체화해 예산 지원할 수 있도록 ‘5·18민주유공자 예우법’ 개정안 처리에 힘을 모으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들 법안 처리를 계기로 21대 국회에선 여야가 협치에 나서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불과 1년여 전인 지난해 2월만 해도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서 ‘5·18 진상규명 공청회’를 열고 보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던 만큼 유가족은 물론 5·18 단체 관계자들까지 주 권한대행을 향해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 달라’는 등 여러 주문을 쏟아내며 기대감을 드러냈는데, 주 권한대행도 현충원에 안장된 계엄군 공수부대원의 묘비명에 기록된 ‘전사’를 ‘사망’으로 고쳐달라는 요청엔 “알아보겠다”고 답변했고, ‘전두환을 구속시켜야 되지 않나’란 한 시민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심지어 주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입장문에서 “5·18 민주묘역을 조성한 것도, 5·18 특별법을 제정해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한 것도, 모두 고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에서 시작됐다. 통합당은 YS 정신을 이어받은 유일한 정당”이라며 과거 자당 일각에서 불거졌던 ‘5·18 폄훼’ 논란을 만회하고자 했는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 같은 통합당의 변화에 18일 강훈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주 원내대표는 ‘5·18 왜곡, 폄훼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5·18민주유공자 예우법 처리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사과가 말로만 그치지 않도록 진정한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 여대야소·차기 대선 의식? 野 ‘너도 나도’ 5·18 평가 쏟아내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을 맞아 묵념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을 맞아 묵념을 하고 있다.

비단 통합당 뿐 아니라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등 다른 야당은 물론 대권잠룡인 무소속 당선자까지 이념을 초월해 5·18 40주년에 대한 입장을 내놓기 바빴는데, 이는 5·18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에도 보수야당들이 총선 참패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점과 중도층 포섭 여부가 차기 대선 등 향후 선거 승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이런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당의 ‘고정 지지층’이자 핵심 기반이던 보수 유권자만 바라보기엔 5·18 폄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 중 한 명인 김진태 의원마저 21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차명진 등 강경 보수적 발언을 이어온 통합당 후보 대다수가 영남권 출마자를 제외하곤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는 점에서 통합당 지도부로선 외연성 확장을 위한 방향전환을 고려치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고민의 결과인지 이날 과거 5·18 폄훼 발언에 대해 통합당 주 권한대행은 거듭 사과하면서도 정작 5·18 법안 처리나 폄훼 의원 처벌 등 실질적 측면에 있어선 애매한 자세를 취하거나 공을 넘기는 듯한 답변을 내놨는데, 5·18진상규명위원회에 강제수사권을 부여토록 법 개정에 나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검찰만 가능하게 돼 있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전문가 의견을 좀 더 들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5·18 비방·왜곡 행위를 강력 처벌하는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을 듣고 법사위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5·18 폄훼 발언을 했던 일부 의원들에 대해 “징계 수준이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에 못 미쳐 재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는 (미래한국당 소속으로) 당을 달리하고 있어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징계도 한 번 되면 두세 번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미래한국당 쪽으로 공을 넘기는 모습을 보여 결국 선거 패배 후 중도 유권자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총선도 끝나 2년 뒤 대선만 남은 만큼 차기 대권주자들의 경우 제각기 뒤질세라 5·18 관련 목소리를 높였는데, 당장 대권잠룡 중 하나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부터 기념식 하루 전인 17일 광주를 찾아 고 조비오 신부 묘역을 찾아 참배했고 같은 날엔 특별성명을 통해 “21대 국회부터 달라진 정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치권 모두가 협조하는 등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데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한 데 이어 18일 최고위에선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담자’고 제안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공언했던 부분인데, 안 대표가 현 정권과 비슷한 논조의 발언을 내놓은 데에는 과거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켰던 호남 지역의 민심을 의식하는 것은 물론 총선 결과도 ‘정부심판론’이 아니라 자당마저 3석을 얻는 데 그친 ‘야당 심판론’이란 결과로 나왔던 만큼 더 이상의 ‘우향우’보다는 정부여당과 일부 논조를 맞춰 중도진영 대표주자란 입지를 세워나가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도 지난 6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결과를 “여당의 승리가 아닌 야당의 패배”라고 규정했던 안 대표는 그래도 통합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놓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면서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당시와 달리 그로부터 10여일 지난 18일 혁신준비위원회의 직후엔 사견임을 전제로 “통합이나 연대 이런 얘기들에 대해 저희들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아예 이전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선주자란 점에서 지나치게 여당으로 치우치는 듯 보일까 경계한 듯 17일 내놓은 5·18 관련 특별성명에선 “문민정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민주정부라고 선언한 고 김영삼 대통령님의 말씀과 정신을 확인하고 실천하면 된다”고 강조하기도 해 ‘YS 정신을 이어받은 유일정당’이라던 통합당 측과 ‘5·18 경쟁’을 넘어 일견 ‘YS 계승전’까지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급기야 정치권 일각에선 ‘5·18 참배 경쟁’까지 벌어지는 양상인데, 대권잠룡 중 한 명인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안 대표와 같은 닐(17일) 광주로 내려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에 나섰으며 평소 강성 보수 대선주자로 비쳐졌던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도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탄핵 대선(2017년 19대 대선) 때 추념 방문했던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그날의 함성을 되새기면서 아직 공적 활동이 시작 되지 않아 올해는 대구에서 추념으로 그치지만 내년부터는 꼭 광주 추념식에 참석 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 윤미향·양정숙 등 악재 직면한 민주당, ‘5·18’ 반전 카드 삼나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오후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탄흔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삼일빌딩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오후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탄흔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삼일빌딩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아울러 대권주자는 아니지만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마저 ‘참배 경쟁’에 가세한 듯 18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미래한국당은 5·18 광주 민주 정신을 계승하고 기릴 것”이라고 방명록을 작성했는데, 5·18 폄훼 발언 당사자인 이종명·김순례 의원이 여전히 몸담고 있음에도 원유철 대표가 이 같은 모습을 보인 데엔 통합당과의 합당을 압박하는 대외적 상황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자당을 인정치 않으려 드는 민주당에 대한 반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 이후 줄곧 통합당과 미래한국당도 조속히 합당하라고 촉구해왔었는데, 최근 더불어시민당 출신 양정숙, 윤미향 당선인들이 여러 부정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위기에 직면하자 ‘5·18 민주화운동’을 자당에 대한 지지 세를 다시 결집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서도 보수야권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해 5·18 기념식 초청장을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이처럼 원내 파트너로 인정치 않으려는 민주당의 ‘분리·배제’ 전략에 미래한국당은 이날 조수진 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정신을 계승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겠다는데도 끝내 거부당했고 국가보훈처에 문의했지만 오늘까지도 이유를 듣지 못했다”며 “문 대통령은 광주 5·18 민주항쟁 기념사에서 국민 화합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국가보훈처의 처사에 답을 내놔야 한다”고 여당을 넘어 청와대로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야당의 맹공에도 민주당은 아랑곳 않은 채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남아 있는 전일빌딩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지도부와 21대 총선 당선인 전원이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는 등 윤미향 의혹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5·18 행보로 완화시키려 총력을 쏟았다.

또 문 대통령까지 이날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진실을 낱낱이 밝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여당에 힘을 실어줬을 뿐 아니라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겠다는 이유로 ‘개헌’을 거론했는데, 비록 21대 국회에서도 개헌선 확보는 못했지만 여당 단독으로 원내 2/3 가까이 차지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5·18 기념식 자리를 통해 대통령부터 개헌 논의에 직접 불을 붙인 것인지 이 역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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