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우리 잘못이 있다면 키움 HTS 사용한 죄”
일부 피해자 합의했지만 ‘심리적 압박’ 호소

키움증권이 HTS 전산오류로 인한 피해자들과 합의에 나서고 있지만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키움증권이 HTS 전산오류로 인한 피해자들과 합의에 나서고 있지만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키움증권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전산오류 피해자들과 합의에 나섰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피해자들 중 일부는 합의했지만, 소송까지 불사하며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도 있는 상황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 인해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사고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피해규모가 가장 큰 피해자는 13억원의 손해를 입었으며 피해금액을 모두 합할 경우 5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지난 27일 피해자 A씨가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으며 본사에 집단 항의 방문을 실시한 피해자들도 있었다.

키움증권은 사고 직후 0~-9달러까지의 손실에 대해 계약당 4500달러까지 보상하는 1차 보상안을 마련했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로부터 외면 받았고, 지난주 금요일 2차 보상안을 만들어 합의에 나섰다. 키움증권이 추산한 피해자 수는 50명이며 이들 중 10여명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의한 피해자들도 보상안이 만족스러워서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합의에 응한 피해자 A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는데 당장 눈앞의 현실과 소송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며 “합의를 하긴 했지만 억울함이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도 “직원과 통화할 때 심리적 압박이 너무 크다”며 동조했다. 합의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에 제기한 민원을 취소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합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피해자들은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손실이 난 거라면 로그나 반대매매기준으로 나가는 게 맞지만 이번 건은 마이너스 호가 등 프로그램 준비조차 안 돼있었던 것이 문제”라며 “거래가 먹통이 됐던 시점 기준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갔을 때를 가정하고 보상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21일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자율조정기간 14영업일을 부과했다. 오는 5월 13일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감원이 직접 조정에 나선다. 피해자들은 이와 함께 소송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0명가량이 단체소송 채팅방을 만들었고 인원과 피해액을 확인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1차 보상안을 마련했을 때는 보상금액을 10억원 전후로 예상했는데 2차 보상안이 나오면서 보상 규모가 커졌다”며 “아직 계속 (피해자들과) 협의 중이기 때문에 소송 등과 관련해서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금감원 민원 취소 종용에 대해서는 “상급기관인 금감원에 민원이 접수돼있으면 하급기관인 우리 쪽과는 협의 등이 자동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며 “상급기관의 민원을 취소해야 협의가 가능해진다고 설명을 드린 건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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