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물갈이 기조에 TK의원 ‘반발’ 봇물…黃 ‘종로 출마’ 여부도 공관위에 부담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과 통합을 내세운 자유한국당이 통합에 있어선 어느 정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내 혁신과 관련해선 현역 교체 문제와 험지 출마 등을 놓고 점차 불협화음이 높아져 가는 분위기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50% 안팎의 현역 물갈이 가능성이 거론되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당 대표까지 이번 선거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 출마 여부를 놓고 계속 답변을 미루고 있어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당의 공천 혁신이 결국 좌절되는 수준을 넘어 대권주자인 황 대표의 리더십에까지 타격을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물갈이 압박에 TK서 거센 반발…도전 받는 공천관리위원회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현역 50% 교체 기준을 내놓은 이후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대거 물갈이 가능성을 내비쳤던 TK지역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근 들어 당내 반발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공관위로선 TK가 험지도 아닌데다 22명의 이 지역 의원들 중 정종섭 의원 1명만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PK와도 비교되고 있는 만큼 부득불 물갈이 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인 TK 의원들은 현역의원 컷오프 비율 평균치인 33%보다 지나치게 높다면서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먼저 대구 지역 의원들은 지난 4일 황교안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대구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부분들에 대해 황 대표뿐만 아니라 공관위원회 위원들이 심사숙고해서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며 “기준조차 나오지 않은 인위적 컷오프는 민심의 역효과를 부를 수 있어 신중을 기해 달라”고 각별히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 더 나아가 경북 지역 의원들은 같은 날 만찬에서 황 대표에게 당무감사 결과 하위 20~30%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거나 특정 인사가 전략공천 받는다는 허위사실에 대해선 당 차원의 경고는 물론 경선에서 불이익도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급기야 6일에는 TK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지도부 일원인 김광림 최고위원이 최고위 회의에서 “선거철만 다가오면 근거도, 설명도 없는 물갈이론에 TK가 봉이냐는 말이 지역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최고위원은 20대 총선 당시 TK 교체율이 63%였던 데 반해 이외 교체율은 19%에 불과했던 점을 들어 “지금 TK 현역 살생부, 괴문서까지 떠돌며 민심이 흔들린다. 더 엄중한 잣대를 들이밀 때는 이유와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절차와 법으로 할 것인지 제시돼야 한다”며 TK 물갈이를 추진하려는 근거를 당에 요구했다.

앞서 이 문제와 관련해 황 대표는 전날 식사 회동 당시 이들의 우려를 공관위에 전하겠다고 하면서도 컷오프 비율은 공관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공관위원장이 같은 날 공관위 회의 직후 “총선기획단에서 만든 가안이 의원들한테도 공개된 것으로 아는데 그 기조 하에서 적용해나갈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견지함에 따라 결국 김 최고위원이 6일 직접 나서서 공관위 측에 항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공천 문제가 과거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당시 보수 분열로까지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던 만큼 ‘무소속 연대’ 가능성도 일부 흘러나올 정도로 거센 이들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김 위원장도 ‘권역별 컷오프’를 차등 적용하는 데 대해선 “일단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물갈이 기준에 대한 결론을 확실히 내리진 않고 있다.

어떻게든 이 같은 문제들을 비록 공관위에 전권을 위임했다고 해도 선거까지 70일도 남지 않아 당내 혁신도 조속히 매듭지어야 될 황 대표 역시 당내 반발에 난감한 상황인데, 그가 스스로 앞장서 호소한 험지 출마 요구마저 영남권에서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 종로 출마 ‘좌고우면’하다 파장 키운 黃…리더십 타격 받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당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태호의 고향 출마는 당이 마음대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 고향 여러분들께서 정하는 것이다. 어떤 당의 사정도 민심 위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험지 출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채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고, 홍준표 전 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마지막 출마는 누가 뭐라고 방해해도 고향 출마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내 출마지를 두고 갑론을박 하지 말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전 대표는 아예 황 대표를 둘러싼 최근의 종로 출마 논란까지 꼬집었는데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기피하고 (당선)될만한 양지를 찾는다고 하는데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 하고 사지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이냐”라며 “공관위가 황 대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한다면 나의 고향 출마 의사도 받아주는 게 정당한 공천”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황 대표는 일찍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스스로 공언했다가 한국당으로선 험지인 서울 종로에 여당이 황 대표의 대권 경쟁자로 꼽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후보로 내놓으면서 현재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인데, 자칫 이 전 총리와 총선에서 맞붙었다가 패할 경우 문재인 정권 심판은커녕 자신의 대권가도마저 불투명해지는 만큼 종로 출마엔 거리를 두려 하지만 이를 직접 표명했다간 기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즉답을 피한 채 또 다른 ‘수도권 험지’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공개적으로 일축하지 않다 보니 이를 논의하고 있는 공천관리위원회의 부담감도 높아져 가고 있는데, TK의원들이 호소하던 현역 물갈이 문제에 대해서도 공관위 결정에 따라야 된다던 황 대표가 정작 본인의 출마 지역과 관련해선 5일 “저의 총선 행보는 저의 판단, 저의 스케줄로 해야 한다. 이리 와라 하면 이리 가고 그렇게 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며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총선까지 일정이 촉박한데도 “정해진 틀 안에서 시간을 얘기하고 장소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논의키로 했던 5일 공관위 회의는 분명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그래선지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주장해온 이석연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이날 회의는 한 마디로 황교안 일병 구하기”라고 노골적으로 비꼬았는데, 이런 목소리에 황 대표도 6일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 문제는 우리 당 승리를 위해, 통합을 위해 큰길 가는데 도움이 되는 적합한 시기에 처리할 것”이라며 “공관위원들이 공관위 회의가 아닌 곳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사실상 이 부위원장을 향해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역 물갈이 문제로 당내에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는 와중에 급기야 황 대표까지 공관위를 향해 날선 반응을 내놓으면서 공천 혁신을 맡을 공관위의 힘이 빠져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은데, 이렇듯 파열음만 커지다간 공관위 차원을 넘어 황 대표의 입지까지 좁아질 수 있어 어떤 식으로든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공관위, 黃 ‘출마 지역’ 문제 매듭짓고 권위 회복할까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를 주장하는 이석연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 사진 / 백대호 기자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를 주장하는 이석연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 사진 / 백대호 기자

공관위 역시 이런 기류를 감지한 듯 황 대표가 반기지 않는 종로 대신 용산, 마포, 양천 등을 또 다른 출마지 후보군으로 삼고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주장하는 이 부위원장을 김 위원장이 6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오찬 회동한 끝에 7일 결론내리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황 대표의 종로 전략공천이 수용되지 않으면 위원직 사퇴도 고려했던 이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과 의견을 조율했다는 점이나 전희경·홍정욱 의원 등이 종로에 대신 출마한다는 언론 보도엔 김 위원장이 5일 회의 직후 “거기까진 안 나갔다”고 확실히 선을 그은 점에 비추어 황 대표가 종로로 나올 가능성을 여전히 점치고 있기도 하지만 지금 나와도 ‘떠밀려 나왔다’는 모습이 되는데다 종로 선거가 수도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일부 의원들의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아 발표가 나오기 전까진 어느 지역으로 출마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처럼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듯 6일 국회의원 지역구 253곳을 대상으로 한 공천 신청 마감 결과를 살펴보면 종로엔 황 대표는 물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조차 명단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경쟁률은 2.86대 1이었던 데 반해 황 대표의 출마지로 거론됐던 용산은 무려 9명, 종로도 7명의 예비후보가 신청해 어느 곳으로 나오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같은 날 오후 있었던 서울 강남갑 출신 이종구 의원의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도 황 대표의 출마 지역 결정에 영향이 없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앞서 공관위의 이 부위원장은 “종로 외에 서울에서 더 험지가 어디에 있나”라고 주장한 바 있지만 이 의원은 이날 “험지로 지역 3곳 정도를 생각하고 있고 수도권이다. 결국 이번 총선은 수도권 싸움”이라고 강조한 만큼 황 대표도 선거 전략 차원에서 어떻게든 종로보다는 승률이 높은 다른 수도권 험지에 나오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적지 않아 공관위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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