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과의 통합설도 나와 ‘뒤숭숭한’ 바른미래…연찬회 끝장토론, 돌파구 될까

손학규 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손학규 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장기간 지지율 정체 속에 당 진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날로 고민이 깊어져가고 있는 바른미래당에 6·13지방선거 패배 이후 잠행해오던 유승민 전 대표가 전면 등장하면서 기존의 독자노선과 야권발 정계개편 중 어느 쪽으로 결론 나게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8개월 만에 당 공식행사 등장한 유승민…그 이유는?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을 함께 창당한 유 전 공동대표가 길고 긴 침묵을 깨고 당 연찬회에 참석하면서 오랜만에 공개 행보를 시작해 그 배경을 두고 벌써부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유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오랜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년 전 오늘은 바른정당을 창당한 날”이라며 “바른정당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지만 창당정신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생각은 여전히 소중하다. 죽음의 계곡 속에서 모진 풍파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함께 하는 동지들이 그 꿈과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 꼭 희망의 새봄이 올 것”이라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새삼 그가 과거 바른정당 창당일까지 SNS를 통해 거론한 데에는 같은 날 저녁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 3시간 동안 당의 진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는데, 당시 회동에서 손 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놓고 개혁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통합을 강조한 반면 유 전 대표는 이전처럼 개혁보수를 고수한 데 이어 당 전면에 나서줄 것을 손 대표가 요청했음에도 이 역시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굳이 그가 당 공식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데에는 점점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만한 선택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는데,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 수가 고작 한 자릿수 수준에 불과한 만큼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유 전 대표가 개혁보수를 주장하려면 당외 상황이라도 유리해야 당내 주도권을 쥘 여지가 생길 수 있지만 일단 자유한국당 내 기류가 바른미래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미 한국당에선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조직위원장으로 친유승민계인 조해진 전 의원을 선정했음에도 지난 21일 경남도당이 황영헌, 김경동 전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등 탈당파 출신 3인의 복당 신청에 불허 판정을 내린 데 이어 22일엔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서 활동했었던 류성걸 전 의원까지 대구시당에서 복당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한국당의 ‘태극기 포용’에 운신 폭 좁아진 柳

여기에 현재 가장 큰 당외 변수로 꼽을 만한 한국당 당권 경쟁 구도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나 홍준표 전 대표 등이 유력주자로 나서고 있어 이마저도 유 전 대표에겐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실정이다.

비록 황 전 총리가 친박 후보란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고자 줄곧 보수통합을 강조하고 지난달 29일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선 ‘보수 대통합을 위해 유승민과 안철수까지 포용 가능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헌법적 가치에 같이 한다면 폭 넓게 수용해야 한다”고 개방적 입장을 내놓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유 의원을 포함한 소위 ‘탄핵 7적’에 대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는 ‘태극기 세력’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황 전 총리가 “귀한 분들”이라며 적극 끌어안는 이중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또 다른 유력후보인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아예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나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을 포함해야만 보수통합이 아니다. 두 의원은 한국보수의 한 곁가지”라며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자연 소멸되므로 의미가 없는 일이고 태극기 세력을 포함해 당과 같이 가야 한다”고 역설해 마찬가지로 유 전 대표가 손잡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도나 7일 출마선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하고 그분에 의존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총선을 앞두고 지역 분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그분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밝혀 유 전 대표와 접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오 전 시장 역시 태극기부대에 대해선 “이들을 모두 배제하는 게 아니라 우리 당 품안에서 존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놔 유 전 대표로선 당장 어느 쪽이든 마뜩찮은 상황이다.

결국 유 전 대표가 이런 고민 끝에 우선 바른미래당 내부부터 확실히 정리하기 위해 사실상 주도권 투쟁이나 다름없는 정체성 논쟁을 손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계 의원들과 다시 시작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8일 경기 양평군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연찬회장 입장 전 유 전 대표는 “그동안 당의 어려움이 많았다. 당의 미래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해보고 당이 나아갈 길을 찾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그동안 고민했던 이야기를 모두 할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 孫-柳 끝장토론, 야권발 정계개편 위한 결별 수순?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그러다 보니 이번 토론 자체가 당의 분열될 것인지, 그대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시각이 상당한데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당 정체성 문제가 자신의 정치생명과도 연계된 사안인 만큼 그간 ‘보수 정체성’을 놓고 경쟁해온 한국당에서 전당대회 결과가 나오기 전에 먼저 당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확실하게 결론 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침묵하는 동안 급기야 일부 국민의당계 의원들이 민주평화당과 접촉하며 다시 과거 국민의당 시절로 되돌리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더 좌시할 수만 없다는 ‘위기감’을 한층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김동철, 박주선 등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과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은 지난달 30일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당 통합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확인해주듯 당시 참석자인 박 의원은 지난 1일 CPBC라디오에 나와 “지금 바른미래당은 솔직히 국민들로부터 많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거대 1당, 2당의 대안 역할을 하기 위해선 세력 확대가 중요하다”며 평화당과의 통합과 관련해 “궁극적으로 통합해야 하고 가능하면 빨리 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준석 최고위원이 “이번 돌출행동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평화당과의 모든 사안에 있어 공조를 파기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바른정당 출신을 중심으로 당내 반발도 일어나고 있어 평화당과의 통합은 ‘분당’을 촉발시키는 역풍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는데, 그래선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또 다른 당내 갈등 씨앗이 될 수 있고 창당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자강하는 노력이 우선”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바른미래당에선 손 대표가 1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지금은 당 대 당 통합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당이 단합하고 혁신하는 게 우리 과제”라고 밝혀 당장은 아니어도 향후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두는 정도로 수위조절에 들어갔다면,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보수 세력이 뭉쳐가기 때문에 진보개혁 세력도 어쩔 수 없이 뭉쳐야 된다. 손 대표가 유 전 대표하고 함께 가기는 정체성의 한계가 있다”며 ‘흔들기’를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 바른미래-평화당 통합설, ‘찻잔 속 태풍’ 가능성도

2019년 설 연휴 직후 조사된 각 정당 지지율 ⓒ리얼미터
2019년 설 연휴 직후 조사된 각 정당 지지율 ⓒ리얼미터

이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반발해 나간 평화당과 도로 통합함에 따라 자칫 국민의당 복원으로도 비쳐질 수 있는 이런 주장까지 나오는 데에는 창당 1주년을 맞이하는 두 당 모두 존재감이 살아나기는커녕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날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추세는 최근 정당 지지율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를 받아 지난 7일 전국성인 1006명을 상대로 조사해 8일 발표한 2019년 설 연휴 직후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급상승해 29.7%로 민주당(37.8%)과의 격차를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최소 수준으로 좁힌 반면 바른미래당(6.8%)과 평화당(2.3%)은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 과거처럼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강 구도로 다시 재편되는 양상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정치공학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양당 통합을 추진하다간 시너지 효과가 없기에 고민이 크지만 군소정당의 생명줄이 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지지부진한 판국에 이를 도외시하기도 어려워 양당 내부에선 아직도 저마다 엇갈린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실정이다.

급기야 평화당에서도 정동영 대표가 창당 1주년을 맞은 8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창당 기념식에서 “지난 1년 동안 소수야당으로 한계도 있었으나 많은 경험과 실천을 통해 단단해졌다”며 “이 자리에 있는 동지 모두 패권 정치를 거부하고 단호한 마음으로 창당했다. 보수야합 등에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야 한다”고 바른미래당과의 통합론을 일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반면 바른미래당 측과 접촉했었던 장 원내대표는 “평화당은 이제 좀 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중도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지도부 내에서도 일부 온도차를 보였다.

문제는 평화당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명분을 내세우려면 탈당 원인으로 꼽았던 ‘보수 세력’이 바른미래당 내에서 먼저 사라져야 가능한데, 바른정당 출신과 평화당 출신 중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어느 쪽을 끌어안고 가는 게 더 이익인지 손익계산부터 해야 하는 만큼 손 대표가 당 연찬회를 통해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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