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결혼과 지분 증여…적극 M&A 행보 등 채비 등 분주

▲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최근 20여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한 가운데, 장남 이선호 씨(왼쪽)가 이래나 씨(오른쪽)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포스트 이재현’ 시대 대비에 분주한 모양새다. ⓒCJ그룹·KBS2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최근 20여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한 가운데, 장남 이선호 씨의 결혼소식이 들리면서 ‘포스트 이재현’ 시대를 대비하는 모양새다.
 
25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씨는 내달 경 서울올림픽 주제가로 널리 알려진 그룹 코리아나 멤버 이승규 씨의 딸 이래나 씨와 결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호 씨는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 2013년 CJ그룹에 입사해 현재 CJ제일제당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래나 씨는 탤런트 클라라 씨의 사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래나 씨는 현재 미국 예일대 학생으로 미국에서 이선호 씨를 만나 2년여 간 교제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래나 씨의 SNS 계정에 이선호 씨와의 웨딩화보 사진이 잠시 올라와 결혼설이 퍼졌지만 CJ그룹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이 실형이 확정되고 대법원에 재상고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전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두 사람의 결혼을 오히려 독려, 결국 결혼 계획이 공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두 사람은 아버지가 투병 중인 상황에서 식을 올리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 사람은 4월에 결혼은 하되 식은 이재현 회장이 참석이 가능할 때에 올리고 내달 양가 가족의 식사 자리로 우선 식을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현 회장, 건강 악화 속 퇴진 움직임
아직 경력이 일천하고 두 사람의 나이가 20대 초중반에 불과한데도 결혼 계획을 밝힌 것은 역시 CJ그룹이 ‘포스트 이재현’ 시대를 채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감지된다.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경영 수업에 매진해 하루라도 빨리 경영권을 승계하라는 이재현 회장의 의중이라는 얘기다. 이재현 회장은 “내가 어찌 될지 모르니 빨리 가정을 꾸려라”는 메시지를 이선호 씨에게 강하게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재현 회장은 법정 다툼을 지속해 오면서 크게 악화된 유전병 CMT(샤르콧 마리 투스)의 증세가 더욱 악화되면서 최근 젓가락질조차도 힘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받은 신장이식 수술의 거부반응도 여전하고 다량의 면역억제제 투여도 부신부전증세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이재현 회장은 지난 18일 올해 7월 21일까지의 4개월간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둔 상황이다. 대법원은 검찰 역시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집행정지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재현 회장은 최근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전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앞서 2013년부터 CJ E&M, CJ오쇼핑, CJ CGV, CJ대한통운,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놔 온 이재현 회장은 올해 지주사 CJ와 그룹 모태 CJ제일제당의 등기이사직도 내려놨다.
 
CJ 측은 당시 “이재현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CJ와 CJ제일제당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면서 “현재 이재현 회장은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분 증여 움직임도 본격화
 
▲ 이재현 회장은 “내가 어찌 될지 모르니 빨리 가정을 꾸려라”는 메시지를 이선호 씨에게 강하게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CJ그룹
당장 이선호 씨가 이재현 회장의 빈 자리를 꿰차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향후 CJ그룹이 어떻게 ‘포스트 이재현’ 시대를 꾸려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이선호 씨는 지난해 말 경영권 승계의 중심에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이선호 씨와 장녀 이경후 씨, 조카 등에게 300억원 가량의 지분 전량을 증여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가 지분 76.07%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증여로 이선호 씨는 15.8%의 지분으로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상장된 후 후계승계를 위해 CJ지분 확보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론되는 시나리오로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과 CJ지분의 교환, 양사의 합병 등이 거론된다. 다만 아직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 가치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내년 경으로 예상되는 상장 전까지 그룹 차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선호 씨나 이경후 씨의 나이가 젊은 편이라 당장 경영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재현 회장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과 어머니인 손복남 고문 등 오너 일가도 건강문제로 경영에 참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재현 회장의 부재 속에 적지 않은 투자가 지연되는 아픔을 겪었던 사례를 반복해서도 안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CJ그룹은 당분간 손경식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 체제로 가면서 그룹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책임경영 체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CJ, 포스트 이재현 시대 대책은?
이번에 지주사 CJ는 신현재 경영총괄 부사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신현재 부사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지주사 경영총괄을 맡아 차세대 전문경영인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또한 CJ제일제당은 지난해까지 그룹경영총괄 업무를 맡았던 허민회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허민회 부사장은 그룹 M&A 및 주요 계열사 경영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지연됐던 투자도 최근 들어 부활할 기미가 감지된다. 우선 CJ그룹은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7% 많은 9500명으로 늘려잡았다. 대졸 신입사원은 지난해(2440명)보다 11% 정도 늘어나 사상 최대인 2700명이 된다.
 
특히 M&A 면에서도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그룹은 현재 바이오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1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예상되는 중국 바이오업체 메이화성우 인수를 추진 하고 있다. 이미 CJ그룹은 지난달에는 중국 창춘과 텐진에 법인을 갖고 있는 국내 사료업체 코휘드 지분 70%를 3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지난 21일 CJ제일제당은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인 중국의 하이더사와의 인수계약도 체결했다. 100% 지분 인수로 금액은 한화 360억원이다. 또한 CJ CGV는 코파펀드, IMM 등의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통해 터키 최대극장 체인업체 ‘마르스 미디어’ 인수 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예상 금액은 8000억원대로 추산된다. CJ CGV는 인도·미국 등지에서도 영화관 매물이 나올 때마다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CJ그룹 측은 “오너 부재 장기화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동력이 많이 약화됐다”면서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 아래에 앞으로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으로 최적의 투자를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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