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 계열사 등기이사직서 물러나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2일 CJ주식회사, CJ제일제당 등 등기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로써 이 회장은 그룹 내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뉴시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2일 CJ주식회사, CJ제일제당 등 등기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로써 이 회장은 그룹 내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CJ주식회사, CJ제일제당은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 대신 신현재 CJ주식회사 경영총괄 부사장, 허민회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등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회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사퇴를 한 것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신장이식 수술로 입원한 후 이듬해 CJ E&M·CJ오쇼핑·CJ CGV, 2015년 CJ대한통운·CJ올리브네트웍스의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자 재선임하지 않고 사퇴했다.
 
이 회장은 임기 만료에 따라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차례로 사퇴해왔다가 마지막으로 남은 두 곳이 CJ주식회사와 CJ제일제당이었다.
 
지난해 7월1일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된 이 회장은 당시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었다. 이 회장은 두 달 뒤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거부반응과 면역억제제 부작용 등 수술결과가 좋지 못해 건강이 악화됐다. 혈연관계가 아닌 부인의 심장을 이식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업무를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임기만료 시점에 맞춰 자연스럽게 사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악화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는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재상고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경영인 중심 책임경영 체제 강화 유력
 

 
▲ 이 회장이 전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CJ그룹의 경영 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시사포커스DB
이 회장이 전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CJ그룹의 경영 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회장은 모든 등기이사직을 사퇴하지만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 회장의 건강과 재판 상황 등을 감안하면 CJ그룹은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에서 CJ주식회사와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감안했을 때, 이 회장의 이번 사퇴는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J주식회사는 그룹의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다. CJ제일제당은 그룹의 모태이면서 핵심 계열사다.
 
이 회장은 지난 1994년 2월 CJ제일제당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이후 지난 1998년부터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했다.
 
이 회장은 두 회사를 사퇴하면서 20여년간 자리를 지켜온 등기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CJ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 경영수업 중인 이 회장의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딸 이경후(32) 씨는 올해 초부터 CJ그룹 미주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또 아들 이선호(27) 씨는 CJ제일제당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손경식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이 참여하는 경영위원회에서 큰 결정을 내리고, 각 계열사들의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CJ그룹 측은 현재 경영권 승계 등을 거론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장은 재상고한 재판에 집중하고 있으며,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해 총수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CJ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차세대 지배구조 개편 서둘러야” 조언 잇따라
 
한편 CJ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포스트 이재현’ 시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학계 등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사실상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불가능해진만큼 더 이상 ‘총수 공백과 차질’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이 회장 이후의 차세대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당시 전문경영진 체제 등을 포함한 대안이 논의돼야하며,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안정된 체제를 갖춰야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빨리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대학교수는 조언했다.
 
다른 한 교수도 “이 회장의 건강이 실제로 그렇게 심각하게 좋지 않고 실형까지 선고받았다면 언제까지 회사가 아픈 회장 옥바라지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나중에 사면을 받더라도 건강 상태로 미뤄 복귀는 쉽지 않은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 경영권은 자녀에게 승계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면서 “결국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당분간 위탁 경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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