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CEO 부재…경영권 승계에 속도내나

▲ 재계가 CJ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낼 것이란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CJ그룹이 수뇌부의 잇따른 경영 공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시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CJ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낼 것이란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당분간 그룹 경영을 살피기는 어려워졌다.
 
문제는 그룹을 이끌어갈 경영진의 잇단 건강 악화다. 이미경 부회장, 손복남 고문, 이채욱 부회장 등이 잇따라 건강 문제가 대두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잇단 경영 공백에 위기감 고조
 
이 회장은 지난 2일 CJ그룹 내 모든 등기 이사직을 내려놨다. CJ와 CJ제일제당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 대신 신현재 CJ 경영총괄 부사장과 허민회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각각 사내 이사로 선임했다.
 
이 회장은 한때 7개 계열사의 등기 이사를 맡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회사에서는 재선임을 하지 않고 등기이사직에서 내려왔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 때문이다. 업무를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자연스럽게 사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룹에선 수뇌부들의 잇단 경영 공백에 위기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문경영인 이상의 역할을 해 온 이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 등의 공백은 그룹의 성장에 위협을 줄 정도로 크다는 평가다.
 
따라서 그룹 안팎에서는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면서 후속경영체제의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하루 빨리 ‘포스트 이재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후계체제 속도 낼까
 
한편 CJ그룹이 후계체제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이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전량이 자녀와 조카에게 증여되면서다. 이 회장의 지분 증여를 두고 후계구도를 염두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게 일각의 견해다.
 
이재현 회장은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장남 이선호 씨 등 4명에게 증여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14만9667주(지분율 11.35%)를 처분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와 딸 이경후 씨의 보유 주식은 각각 5만9867주(4.54%) 늘어났고 이소혜, 이호준 등 이 회장의 두 조카 지분도 1.14%씩 증가했다.
 
주식보유 변동 이후 지분율은 ▲이재현 회장 0% ▲이선호씨 15.84% ▲이경후씨 4.54% ▲이소혜·이호준씨 각각 1.14% 등이다.
 
◆남매 ‘책임 경영’ 구도 가능성
 

 
▲ 지난해 12월 이재현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전량이 자녀와 조카에게 증여되면서 CJ그룹이 후계체제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이번 이 회장의 계열사 지분 증여로 CJ그룹의 후계구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장남 선호씨는 지난해 2014년말 이 회장으로부터 약 280억원 규모의 주식을 증여받아 CJ올리브네트웍스 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에 증여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가치 합계는 약 300억원 규모다.
 
지난 2013년 CJ제일제당에 사원으로 입사해 근무하고 있는 선호씨는 1989년생으로, 미국 콜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나왔다. 장녀 경후씨도 선호씨와 함께 경영 수업을 받고 있으며, 경후씨는 2011년 CJ에듀케이션즈 대리로 입사해 현재는 CJ오쇼핑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일부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지주회사인 CJ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선호씨가 보유 중인 미디어 계열 중심 계열사 주식은 CJ E&M 26만4984주(0.7%), CJ파워캐스트 24만주(24%), CNI레저 14만주(37.9%) 등이다. 그룹 지주사인 CJ㈜의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경후씨는 지주사 CJ와 CJ제일제당의 지분을 소액씩 보유 중이다. 경후씨는 CJ 전체 지분의 0.13%에 해당하는 3만7485주와 CJ제일제당의 주식 2만2015주(0.15%)를 갖고 있다. 동생 선호씨가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의 경우, 선호씨보다 적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CJ E&M 10만5107주(0.28%), CJ파워캐스트 12만주(12%), CNI레저산업 76만주(20%) 등이다.
 
일각에서는 그룹 3세 경영 역시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남매 경영’처럼 이 회장의 자녀들도 남매로 이어지는 ‘책임 경영’ 체제로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CJ그룹을 맡아 성장시키는 한편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그룹 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주도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오너 4세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아직 후계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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