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정책금융 자질 의문” 반발

▲ 산업은행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낙하산 논란 등의 암초를 만났다. ⓒ뉴시스
산업은행 홍기택 회장이 AIIB 부총재로 직을 옮기면서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낙하산 논란 등의 암초를 만났다.
 
1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차기 회장으로 이동걸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특임석좌교수를 내정했다. 홍기택 회장이 임기 만료 두 달여를 남겨두고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 담당 부총재(CRO) 자리를 맡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이뤄진 선임이다.
 
현재 학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동걸 내정자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와 영남대 경제학과를 나와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캐피탈 사장,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사장 및 부회장을 거쳤다. 이처럼 이동걸 내정자가 은행과 증권 업무의 경험이 풍부한 금융통이라는 점이 산업은행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동걸 내정자가 아직 공식적으로 취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써 낙하산 논란이나 자질 논란 등에 시달리면서 산업은행 내부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동걸 내정자의 선임 소식을 접한 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차기 회장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부분은 정책금융전문가로서의 자질인데 이동걸 내정자에게는 정책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의 자질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소위 ‘자질론’으로 노조는 이동걸 내정자가 산업은행 전 직원 앞에서 공개토론 등을 통해 정책금융을 이끌어갈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노조는 이동걸 내정자가 이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낙하산 보은 인사임을 인정하고 자진사퇴해야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동걸 내정자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1300명이 넘는 금융권 인사의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지지 선언을 주도한 바 있다.
 
노조는 이동걸 내정자가 산업은행의 당면 과제인 기업구조조정 추진과 실물경제의 활력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힌 금융당국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전문성을 겸비한 후보자를 고려할 수 있었음에도 6년 전 민간 투자사 부회장이 동종업계 최종 경력인 인사를 임명제청한 것은 금융위 인사시스템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홍기택 회장도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음을 감안하면 또 낙하산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를 굳이 선택한 금융당국에 대한 반발이다.
 
실제 산업은행의 당면 과제로는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해운·조선·철강 등의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나 현대상선 구조조정, 한국항공우주(KAI) 등 9조원대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 등이 주요 대형 이슈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출신도 아닌 이동걸 내정자가 민간 금융 경력만으로 산업은행의 현안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다만 이 같은 노조의 지적에 이동걸 내정자가 신한금융 당시 신한캐피탈의 적자전환이나 동화은행 인수해결반, 홍콩지점 손실 등 리스크가 적지 않은 일을 맡은 경험이 있고 신한증권을 다시 부활시켰던 적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편 노조의 반대가 생각 외로 거세지면서 산업은행은 아직 이동걸 내정자의 취임식 일정 자체를 잡지도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동걸 내정자가) 현재 노조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면담이 잘 풀릴 경우 12일 오전 중으로 취임식이 거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아직 면담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고 일정이 확정된 것은 없기 때문에 오늘 중으로는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낙하산 논란 및 자질론에 대해 “(이동걸 내정자가) 그 부분에 대해 검증을 받겠다는 것이고 이에 현재 면담에서 질답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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