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SC PE 협상 난항에 차순위 MBK 새 우선협상대상자로

▲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가칭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에서 탈락했던 MBK파트너스가 역전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가만도 1조원이 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가칭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에서 탈락했던 MBK파트너스가 역전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부의 새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선정하고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9일 타 매수 희망자들과 협상을 병행할 것이라고 공시한 지 3일 만이다.
 
이날 두산그룹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SC PE와 기한을 정해놓고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차순위로 정해져 있었던 MBK파트너스가 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확인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향후 MBK파트너스와 본계약 체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로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알짜 사업부인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의 승자가 MBK파트너스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지난해 12월 23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두산공작기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 PE)는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대어를 낚을 기회를 놓치게 됐다.
 
◆SC PE, 자금 조달 우려 현실화됐나
당시 SC PE가 써낸 금액은 1조36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차순위였던 MBK파트너스가 써냈던 것으로 알려진 1조1800억원 가량을 15% 가량 상회하는 수준이다.
 
유동성 확보에 시급했던 두산그룹으로서는 당초 내심 1조원대 후반에서 최대 2조원까지 원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후보자들과의 가격차가 상당했던 만큼 인수가를 조금이라도 많이 써냈던 SC PE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SC PE가 과연 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당초 알려진 바에 따르면 SC PE는 총 1조3600억원 중 8500억원 정도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남은 5100억원은 에쿼티 투자자를 모아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 부문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공동 주선사였던 신한은행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은 8500억원 중 7000억원을 선순위 대출로, 1500억원을 중순위 대출로 지원하는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한 상태였다.
 
하지만 5100억원 가량의 에쿼티 자금을 3~4주 만에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다는 계획은 의문부호를 남겼다. 활용할 수 있었던 자체 블라인드 사모투자펀드는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벳에쿼티코리아 제삼호뿐이었는데 이 PEF는 2900억원 중 60% 이상의 자금을 소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신속한 조달은 사실상 어려웠다.
 
결국 별도의 프로젝트PEF나 코인베스트먼트 투자가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두산그룹은 SC PE와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지 않고 거래 무산에 대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C PE는 글로벌 PEF 운용사인 아폴로매니지먼트가 2500억원을 부담키로 하면서 2500억원 가량만을 남겨둔 상황을 만드는데까지는 성공했다. 여기에 SK증권이 1500억원 가량의 프로젝트 PEF를 조성해 가세하고 SC PE가 자체 블라인드 PEF로 1000억원을 확보할 경우 자금 조달이 완료된다는 구상까지 나왔다. SK증권의 프로젝트 PEF에 국민연금이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 MBK파트너스는 거래금액 중 75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남은 4300억원은 MBK 3호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 장학재단
◆MBK파트너스, 역전승 기회 잡다
하지만 결국 세부사항 확정이 지연되면서 지난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데에 이어 또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결국 두산인프라코어는 “SC PE와의 협상도 진행하되 타 희망자들과의 협상도 병행한다”는 공시를 냈다. 사실상의 협상 무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과 SC PE가 협상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후 차순위였던 MBK파트너스와의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사흘 만에 MBK파트너스가 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MBK파트너스는 금액 면에서 SC PE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기는 했지만 자금 조달의 확실성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후보다. 두산그룹이 SC PE와는 달리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1조18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던 MBK파트너스는 거래금액 중 75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남은 4300억원은 MBK 3호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MBK 3호의 경우 결성액만 26억7000만달러로 포트폴리오에는 7조원에 달했던 홈플러스까지 포함돼 있다.
 
◆두산그룹, 매각 의지 재확인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고 조속히 마무리될 경우 재무구조 개선 난항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공작기계의 연매출은 지난 2014년 1조3240억원으로 두산인프라코어 매출 비중의 18%를 차지하는 알짜 회사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어려운 와중에도 10%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효자 사업부로 여겨져 왔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SC PE와 기한을 정해놓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그 과정 중에 입장차가 있었다”면서 “(두산공작기계의) 매각 의지가 있기 때문에 SC PE와 잘 얘기되고 나서 차순위로 돼 있던 MBK파트너스와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인수가 변동 여부나 본계약 체결 일정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해서 말씀드리기 조금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매각에 대해서는 확실한 의지를 갖고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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