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까지 끼워 팔기 상품 전락 우려”

▲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SK는 유선방송 사업 강화, CJ그룹은 자사 미디어 콘텐츠를 SK계열 플랫폼을 통해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사진/시사포커스DB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는 유선방송 사업 강화, CJ는 SK계열 플랫폼에 자사 미디어 콘텐츠 제공의 기회가 마련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경쟁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번 인수로 “이동통신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앞세워 홀로 독주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SK텔레콤과 CJ오쇼핑은 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결의하고, 사업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이 회사는 CJ헬로비전의 최대주주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한다. CJ 오쇼핑의 CJ헬로비전 잔여 지분 23.9%에 대해서도 향후 양사 간 콜·풋 옵션 행사를 통해 인수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 인수와 함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CJ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 1: 0.4756554’로, 합병 법인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75.3%, CJ 오쇼핑의 지분율은 8.4%에 이른다.
 
합병은 내년 초 SK브로드밴드 및 CJ헬로비전 주주총회에서 승인 받을 예정이며, 완료되면 SK브로드밴드는 상장법인인 CJ헬로비전에 통합됨으로써 우회 상장된다.
 
인수 및 합병 완료는 내년 4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SK텔레콤과 CJ그룹은 사업 재편을 통해 각자의 핵심 역량인 플랫폼과 콘텐츠에 집중, 콘텐츠 수급· 해외 판매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는 유선방송 사업을 강화하게 됐고, CJ그룹은 자사의 미디어 콘텐츠를 SK계열 플랫폼을 통해서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SK-CJ, 시너지효과 기대
 
이번 인수합병은 SK와 CJ 양사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SK텔레콤이 이번 합병으로 KT에 맞먹는 공룡 유료방송 사업자로 부상하면서다.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기록 중인 SK텔레콤이 유선 플랫폼 장악에 나서면서 대형 방송 통신 사업자로 거듭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케이블TV 가입자수 합은 730만명에 이른다. KT와 스카이라이프 가입자 812만명과 큰 차이가 없다.
 
CJ 측에서는 케이블방송 사업을 SK에 넘기면서, CJ에서 제작한 방송·미디어 콘텐츠를 SK가 보유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할 수 있게 된다. CJ헬로비전 매각 대금으로 CJ가 평소 공들여 오던 문화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발판도 마련했다.
 
▲ 경쟁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번 인수로 “이동통신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앞세워 홀로 독주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시사포커스DB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모두에게 긍정적 결정”이라며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두 마리 이상 토끼를 잡은 격”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SK와 CJ는 계열사 인수합병 외 전략적 제휴·협력을 강화하며 파트너십을 이어갈 방침이다. SK텔레콤은 CJ㈜의 15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콘텐츠 수급과 해외 판매 등의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내기로 협의했다.
 
SK텔레콤과 CJ그룹은 미디어 및 ICT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각 500억원 규모의 2개 펀드(총 1000억원)를 조성해 운용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CJ E&M, SK텔레콤과 CJ오쇼핑이 각 250억원 씩을 출자하는 펀드는 각각 미디어 콘텐츠 영역과 IT 스타트업 중심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경쟁사 ‘발끈’…유선통신시장 잠식 우려
 
이동통신과 케이블TV 1위 사업자가 한 지붕 아래로 편입되면서 경쟁사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통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앞세워 가입자 모집에 나선다면, 유료방송시장에서도 SK 홀로 독주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공격적인 결합상품 마케팅으로 무선통신시장에 이어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시장마저 잠식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KT는 SK텔레콤의 무선통신시장 지배력이 유선통신시장에 지속적으로 전이돼 왔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방송시장에서도 SK텔레콤의 지배력이 확대돼 유선에 이어 유료방송 서비스까지 끼워 팔기 상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뉴시스
KT는 또 지역 보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SK그룹이 실질적인 보도 채널을 소유·운영하게 돼 방송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유선방송산업의 고사가 예상되고 관련 산업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하다”면서 “알뜰폰 시장 1,2위인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를 감안하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 육성한다는 정부 정책 기조에도 배치가 된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역시 경쟁 활성화 저해 및 불공정 행위 양산, 시장 고착화가 벌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과거 신세기통신 인수 당시 우량주파수인 800㎒대역을 독점하고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시장 독점력을 유선시장까지 확대한 점도 언급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CJ헬로비전은 9월말 기준 14.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는 11.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점유율이 합쳐지면 26.0% 가량이 되면서 KT그룹(IPTV·스카이라이프 포함 29.2%)과 대등하게 된다.
 
또한 내년 국내에 상륙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반의 방송 서비스(OTT)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소문대로 SK브로드밴드와 손을 잡을 경우 미디어 시장에서 SK그룹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는 KT 망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어 SK그룹군의 순증과 KT그룹군의 순감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SK텔레콤은 시장 공고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모색할 것이고 KT는 시장 회복을 위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이 일자 SK텔레콤은 2일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CJ헬로비전 인수는 과거 하나로통신 인수와는 다르다”며 “과거 하나로통신 인수과정에서는 무선사업자였기 때문에 유선 비즈니스 경험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번 CJ헬로비전 인수는 SK브로드밴드와 비즈니스 공통분모가 많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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