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개편, 증여세 감액 등 효과 거둘까

 

▲ 20일 SK그룹이 지난 몇 년간 가능성이 제기돼 온 SK(주)와 SK C&C의 합병 카드를 꺼내 들면서 최태원 회장의 묘수로 꼽히고 있다. ⓒSK

‘옥상옥’ 구조의 대표 사례로 꼽혀온 SK그룹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 C&C와 SK㈜를 합병하면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할 수 있는 묘수를 뒀다.

20일 SK그룹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SK㈜와 SK C&C를 합병키로 했다고 밝혀 그 배경에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양사의 합병은 수년 전부터 지배구조 개편의 유력한 방법으로 꼽혀오던 방안이다.

이날 SK C&C와 SK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간의 합병을 결의하고,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및 지배구조 혁신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통합법인을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C&C와 SK는 각각 약 1대 0.74 비율로 합병하며,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이다. SK 브랜드의 상징성 및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합병회사의 사명은 ‘SK주식회사’로 결정했다.

양사는 오는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법인 총수 지분은 최태원 회장이 23.4%,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7.5%를 보유한다. 최태원 회장의 합병 전 SK C&C 지분은 32.9%, 최기원 이사장 지분은 10.5%로 줄어들었다. 합병법인 총수일가 지분은 총 30.9%로 여전히 내부거래 조사 적용 대상이다.

◆공식 합병 이유 “경쟁력 강화·지배구조 개선”
양사가 밝힌 합병 이유는 경쟁력 강화다. 양사는 “양사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통합법인은 SK C&C가 가진 ICT 역량 기반의 사업기회와 SK가 보유한 자원이 결합됨으로써 재무 구조가 개선되고 다양한 신규 유망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용이해져 기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SK 관계자는 “합병회사는 총자산 13조2000억의 명실상부한 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며, 안정적 지주회사 체계 완성을 토대로 강력한 성장 Drive 추진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고객·주주·구성원·사회 및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이 같은 설명에 따르면 SK그룹이 합병을 결정한 배경은 그룹 전체에서 일고 있는 위기감 때문이다. SK그룹은 주력인 통신과 에너지 분야가 시장 한계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내수 산업 한계를 돌파, 글로벌 성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합병은 SK그룹 신성장 사업 발굴이라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 C&C 관계자는 “기존 옥상옥 형태 지배구조가 문제로 많이 지적됐다”며 “내부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무엇보다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안정적 지배력 갖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도모하면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중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의 지분을 불과 0.02% 갖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 C&C 지분은 32.92%나 갖고 있다. SK C&C는 SK의 지분 31.82%를 보유 중이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SK C&C→SK→자회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와 그 위의 지주사를 합병함으로써 최태원 회장의 영향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SK C&C와 SK가 합병되면, ‘ 태원 회장→SK→자회사’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SK C&C와 SK의 합병을 통해 더 이상 지배구조 이슈에 발목 잡히지 않고, 현재의 위기를 정면 돌파해 미래 성장에 매진할 수 있는 효과가 예상된다. 

▲ SK그룹 측은 공식적으로 경쟁력 확보와 지배구조 개편을 합병 이유로 꼽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숨겨진 배경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출?
이번 합병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월14일 시행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총수 및 친족이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SK C&C 지분율은 43.45%이며, SK C&C의 그룹 내부 거래액은 지난 2013년 기준 95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SK C&C는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에 들어가 있다. SK그룹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30% 아래로 낮추거나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는 상관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합병법인인 SK㈜의 총수 일가 지분율(최태원 회장 23.4%,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7.5%, 합치면 30.9%)이 30% 이상이 되기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와 무관하다”면서 “다만, 지배구조를 2007년 지주사 체제로 바꿨는데, 사실상 지주사를 SK C&C가 지배해 외부에서 옥상옥 이야기를 들었다.이를 해소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SK로선 그룹 외부 일감을 늘리거나 SK의 지분율을 조정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SK는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과징금 처분보다 최대주주의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한 셈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부담은 낮아질 듯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피하지 못하지만 지분율 감소로 증여세는 상당 부분 감액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총수 일가가 지분을 쥐고 있는 회사에 대해 증여의제이익을 산정하고 있다. 이에 맞춰 지분을 보유한 오너 개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이익이 곧 총수가 보유한 주식의 이익을 늘린 결과를 낳았다는 판단 하에 부과하는 증여세다.

최태원 회장은 SK C&C 보유 지분 몫으로만 올해 57억 원대 증여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납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액(52억 원) 보다 다소 늘어난 수준이다. 일부 주식을 중국 훙하이그룹에 매각해 지분율을 줄였고 내부거래비율도 감소했지만 국세청 증여세 산출 방식이 보다 불리하게 변한 탓이다. 제외해줬던 내부거래비율이 기존 30%에서 15%까지 낮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지분율이 크게 줄면서 혜택을 입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현금 보유액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십억원 대의 세금이 주는 부담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최태원 회장은 거액의 주식담보대출로 매년 수 백억 원대 이자를 금융권에 납부해 오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SK C&C 지분을 매각해 3810억 원대 자금 마련에 나선 것도 수중에 돈이 없어 주식담보대출을 갚기 위한 시도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 최태원 회장은 지분을 매각한 자금 대부분을 주식담보대출금 상환에 활용했다.
 

▲ SK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피 등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으나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뉴시스

◆‘일감 몰아주기’로 큰 SK C&C 향한 따가운 시선
한편 SK C&C가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로 커온 회사라는 점에서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SK C&C는 2013년 기준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계열사 매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다만 SK C&C 관계자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서 작년 법원으로부터 계열사간 거래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소유한 회사를 키워 상장하거나 가치를 키우는 방법으로 이익을 불리는 방식이 이번에도 적용된 것 아니겠냐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재판장 윤성근)는 1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 계열사와 SK C&C간 이뤄진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대해 제재한 시정명령과 3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7월 계열 SI(시스템 통합) 업체인 SK C&C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SK그룹 7개 계열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3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SK 계열사들이 SK C&C에 전산시스템 관리와 운영에 관한 업무를 맡기면서 SI업계의 다른 업체들보다 인건비를 높게 책정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SK C&C를 지원했다”며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인 SK C&C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부당 내부거래에 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SK 계열사별 과징금액은 SK텔레콤 249억8700만원, SK이노베이션 36억7800만원, SK네트웍스 20억2000만원, SK마케팅앤컴퍼니 13억4500만원, SK건설 9억5500만원, SK에너지 9억500만원, SK증권 7억7100만원 등이다.

하지만 SK그룹 측은 정상적 거래였다며 강력하게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SK그룹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이 일단락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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