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 벗어날 최고의 카드?

 

▲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이 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규제 대상에 들어간 기업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모으는 곳이 바로 SK다. SK는 SK C&C와의 합병설을 주제로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뉴시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14일 시행되는 가운데, 규제 대상에 들어간 기업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 지분을 매각했고, 삼성·한화 빅딜을 통해 매각한 삼성종합화학,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택한 현대엠코 등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관심은 SK로 쏠리고 있다.

SK그룹은 SK C&C가 지주사인 SK를 지배하고 SK가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SK C&C의 지분을 43.6% 보유하고 있으며 SK C&C의 SK 지분율은 31.8%다. 최 회장 등의 SK C&C 지분율이 30%를 넘는 만큼 SK C&C도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이다. SK C&C의 그룹 내부 거래액은 지난 2013년 기준 95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SK와 SK C&C의 합병을 통해 규제를 벗어나는 한편,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14일 시행되는 가운데 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국내 상위 20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44곳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총수 및 친족이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중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해당 기업은 삼성그룹(제일모직) 현대차그룹(서림개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머티리얼, 이노션, 현대오토에버) SK그룹(SK C&C, 에이앤티에스) 등이다.

이들 기업은 규제를 피해 나가기 위해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지분 매각, 계열사 합병,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블록딜)으로 총수 일가 지분을 30% 미만으로 줄인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에 성공했다. 지분 매각 성공으로 이들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29.99%)이 30%를 밑돌면서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게 됐다.

삼성·한화 빅딜을 통해 매각한 삼성종합화학,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택한 현대엠코 등은 M&A를 통해 관련 규제를 해소한 사례다. 이 밖에 제일모직은 옛 삼성에버랜드 시절인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합병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내 급식업체 웰스토리는 분사하면서 내부거래를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SK-SK C&C 합병, 기정사실인가?

▲ SK그룹은 SK C&C가 지주사인 SK를 지배하고 SK가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SK C&C의 지분을 43.6% 보유하고 있으며 SK C&C의 SK 지분율은 31.8%다. ⓒ뉴시스
업계에서는 SK C&C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SK C&C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매각하거나 SK와 합병을 해야 하는데, 합병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은 SK C&C가 지주사인 SK를 지배하고 SK가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SK C&C의 지분을 43.6% 보유하고 있으며 SK C&C의 SK 지분율은 31.8%다. 최 회장 등의 SK C&C 지분율이 30%를 넘는 만큼 SK C&C도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SK C&C의 그룹 내부 거래액은 지난 2013년 기준 95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SK그룹도 현대차그룹처럼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30% 아래로 낮추거나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증권가에서는 지분 매각보다는 SK C&C가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면서 결국 SK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내부거래 매출액 규모가 큰 반면 총수 일가 지분율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가 다른 기업에 비해 쉽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K C&C와 SK의 합병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SK C&C가 일단 외부 매출을 키우는 사업을 해서 내부 거래 비중을 낮추다가 결국 SK와 합병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합병 대상과 시가총액 차이가 커서 합병보다는 지분 매각을 택했지만 SK C&C는 시가총액 등을 고려했을 때 합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 C&C는 지난해 해외시장 매출이 136% 성장하며 415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에는 해외시장 매출이 20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매출 비중도 급증했다. 해외시장은 전체 매출의 17%에 불과하지만 지난 2013년 7%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르게 성장했다. 대조적으로 지난해 국내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5.4% 감소하며 2조 원대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SK C&C는 중앙아시아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400억 원대 투르크메니스탄 안전도시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2008년 IT서비스 불모지로 불렸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카자흐스탄 우편물류시스템과 아제르바이잔 ITS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카자흐스탄 우편물류 시스템 사업은 이후 키르키즈스탄 우편 물류 현대화 컨설팅 사업 수주에도 도움이 됐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쓰나미와 태풍 피해가 잦은 지역 상황을 감안한 IT서비스로 주목받았다. 지난 2008년 23억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쓰나미 조기 재해 경보시스템 구축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2011년에는 필리핀 재해방지 조기경보 및 대응시스템 구축 사업, 메트로 마닐라 지역 재해 예·경보 사업 등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몽골 관세청 전자무역시스템과 국가등록정보 완비사업, 방글라데시 통계청 시스템 등 현지 경제 사회 상황에 맞는 전자정부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
▲ SK와 SK C&C의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다. 또 지주회사인 SK 위에 SK C&C가 있는 옥중옥 구조에서 벗어나는 한편,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뉴시스

◆지배구조 ‘탄탄’해지는 효과도
최 회장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현재 SK는 SK C&C가 최대주주로서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여서 지배력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최 회장-SK C&C-SK‘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0.02%(1만주)에 불과해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1만1695주)보다도 작다.

이런 까닭에 최 회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K C&C를 통해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만약 합병으로 지주회사를 직접 관할하게 되면 그룹 지배력이 한층 커진다는 얘기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 C&C와 SK 간 합병 이후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전환하면 그룹 내 매출 비중이 줄고 일감 몰아주기 이슈도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SK그룹의 지배 구조 안정을 위해 양사의 합병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합병을 통해 옥상옥의 경영구도를 바꾸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SK C&C가 지주회사가 아니기에 보유 중인 SK(주) 지분 31.8%의 가치가 SK C&C 총자산의 절반을 넘으면 강제로 지주회사로 전환된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여러 새로운 규제를 받게 돼 그룹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최근 SK(주)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지만 SK C&C가 가진 SK(주) 주식 가치는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해 9월 말 기준 SK C&C 총자산 5조 4000억 원의 46% 수준이다. 이대로면 자칫 지주사 강제전환을 피하기 위해 빚이라도 늘려야 할지 모를 처지다.

SK C&C와 SK가 합병하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1%로 안정적으로 바뀌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지분율(30%)에 거의 다다른다는 이점이 있다.

일단 SK로 SK C&C를 흡수 합병한다고 가정하면 SK C&C 주가가 오를수록 이 회사의 주주들은 합병법인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합병법인이 주식가치를 고려해 피합병법인에 주식을 주는 합병 과정에 따른 결과다.

SK와 SK C&C의 합병 비율이 1대0.6이 되면, 자사주 제외시 최 회장의 지분율이 22 % 정도가 되는 식이다. SK C&C의 주가가 상승할수록 지분 확보에 따른 최 회장의 합병법인 지배력은 공고해진다는 의미다.

인수합병(M&A) 관계자는 “합병을 목전에 두고 보통 무상감자 등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피합병법인(SK C&C)의 주가 부양은 합병 후 주주들의 지분율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SK C&C는 그간 합병설에 M&A, 신사업 확대 등 매출구조를 다변화하면서 지난해 SK의 주식가치를 추월했다. 특히 지난달 초까지 M&A와 매출 구조 재편을 통한 실적 개선이 SK C&C의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의 경우 신사업 해외 진출 및 M&A, 융복합 사업이 SK C&C의 기업 가치를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 C&C의 반도체 모듈 자회사인 에센코어는 최근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북미 최대 게임 전시회 팍스 사우스(PAX South)에 참가하며 글로벌 사업 공략을 본격화했다.

아울러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M&A에 강점을 지닌 박정호 SK C&C 사장이 선임돼, 앞으로 인수 등을 거쳐 기업 덩치가 불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박 사장은 1990년대 SK그룹이 한국통신을 인수하는데 관여했고 2011년 하이닉스 인수에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아울러 박 사장은 최 회장 비서실장 출신으로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서두를 필요가 없을 수도
다만 SK C&C가 최근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SK는 주가가 상승해 지배구조 관점에서 증권가의 합병 시나리오에 잘 들어맞지 않는 모양새다. 또 합병 이후 조심스럽게 예상되는 인적분할에 최 회장측도 합병법인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SK C&C는 그간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사업 추진과 성패가 합병 시나리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총 7개사가 SKC&C의 시스템통합(SI) 분야 시스템 관리 운영을 맡기며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시정명령 및 347억3400만 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SKC&C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해 5월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승소했다. 현재 진행 중인 대법원 재판에서도 SKC&C가 승소한다면 일감몰아주기 오명(汚名)을 벗기 위해 굳이 SK㈜와의 합병을 서두를 필요는 없어진다.

지주사 위에 지주사가 또 있는 옥상옥 구조이지만, 최 회장 남매의 SKC&C 지분률이 워낙 높아 당장 그룹을 지배하는 데는 무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