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 과실은 총수 일가에 집중…경제활성화 효과 있나

▲ 지난해부터 정부가 지속적으로 배당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화답하듯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배당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배당액 증가분이 대부분 총수 일가와 외국인에게 돌아가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해부터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대기업 총수 일가의 배만 불린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10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그룹 총수 10명이 주식을 보유한 계열 상장사들로부터 받을 2014년 결산 배당금은 모두 3299억원으로 전년도 배당액 2439억원보다 860원이나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10대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2014년 회계연도 배당 총액은 배당 확대 시류에 부응, 8조6090억원으로 2013년(6조7508억원)보다 27.5% 늘었다. 10대그룹 중 배당금이 줄어든 곳은 SK와 현대중공업 뿐이다.

총수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배당금은 175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건희 회장은 1년 전보다 679억3000만원(63.0%) 증가한 배당금을 받아들게 됐으며 유일하게 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는 총수가 됐다. 이건희 회장은 5년 연속 1000억원 이상 배당액을 기록했으며 5년간 총 6328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은 79.5% 증가한 216억원을 받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49.9% 증가한 742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고, 정의선 부회장은 314억원을 받는다. 현재 복역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29억7000만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94억1000만원을 받는다.

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5% 증가한 84억9000만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14.2% 늘어난 35억6000만원을 배당받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9억5000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돼 상대적으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2013년 2억1000만원을 받았던 것에 비해 5배나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1년 전 154억원을 배당받았지만 이번에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의 무배당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1년 전보다 11.1% 줄어든 53억원을 배당받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192억2000만원과 비슷한 규모인 와 유사한 192억4000만원을 배당받는다.

30대 그룹 중에서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배당금 82억9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7.7% 증가했고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배당금은 71억 3000만원으로 2013년의 36억2000만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은 2013년 45억8000만원에서 13억원 늘어난 58억8000만원,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130억8000만원에서 37억4000만원 증가한 168억2000만원을 받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난해와 비슷한 119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는다.

◆과실은 총수·외국인이 다 가져가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배당 확대 장려 속에서 총수들의 배당액이 전반적으로 대폭 늘었지만 실제 경제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를 반영하듯 배당확대라는 과실이 주로 총수 일가와 외국인들에게 돌아가고 소액주주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 속속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받아 해외로 송금한 배당액은 100억달러(11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관련 통계가 나온 지난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과 현대차, SK, LG그룹 등 4대 그룹은 지난해 7조7000억원의 배당금을 현금으로 썼는데 이중 절반 수준인 3조8000억원이 외국인 손에 들어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는 배당금은 34.7%가 증가했다. 각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년대비 39.4% 증가한 2조1764억 원을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41.6% 늘어난 7559억 원, SK그룹은 5968억 원, LG그룹에서 2837억 원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4대그룹 상장사들이 지급하는 전체 배당금 중 49.3%는 외국인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은 배당금은 2조8297억 원이었으며, 올해는 3조8128억 원으로 나타났다. 배당금 순증가액으로 봐도 58.1%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총수뿐만 아니라 4대그룹 총수의 직계가족 배당금도 2013년 2729억원에서 2014년 3982억원으로 45.9% 증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가족의 배당금은 64% 증가,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가족도 44.3% 상승, 최태원 SK그룹 회장 가족은 15.5%, 구본무 LG그룹 회장 가족은 5.5% 늘었다.

하지만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타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은 13.6% 증가에 그쳐 정부의 목적과 다르게 엉뚱한 곳에서 배당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배당금 증가율 절반에도 못 미쳐 소액주주들이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소액주주 등 기타 주주의 배당금 증가율이 저조하면서 4대 그룹 전체 배당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0.1%에서 올해 17.8%로 2.3%p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그룹은 꼼수 동원 논란까지

가뜩이나 배당 확대 효과가 외국인과 총수 일가에 집중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안팎인 삼성생명과 삼성SD의 배당 증가율이 계열사 평균보다 훨씬 높아 총수 일가 챙겨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현대차그룹 역시 정몽구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주력 계열사들의 배당 증가율이 평균보다 높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그룹 상장 계열사 중 9개 계열사가 결산 배당을 실시한 가운데 배당금으로 총 1조658억원을 지급, 2013년 8개 계열사가 실시한 배당보다 485억원 줄어들었다. 배당하는 계열사 숫자는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이 무배당 방침을 세우고 SK네트웍스와 SK하이닉스가 새롭게 결산 배당에 참가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특히 그룹 내 배당액 비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SK이노베이션의 무배당 방침 때문에 SK그룹의 배당금 총액이 오히려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5조865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 영업손실 2313억원을 냈다.

하지만 ‘옥상옥’ 구조의 정점인 SK C&C는 주당 배당금을 2013년 1500원에서 2014년 2000원으로 33%나 늘려 공교롭게도 이 회사 지분 32.92%(1645만8105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큰 덕을 보게 됐다. 최 회장은 SK C&C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금 수익이 2013년 285억원에서 2014년 329억원으로 44억원 증가했다.

SK C&C 관계자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서 작년 법원으로부터 계열사간 거래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면서 “시가배당률이 낮은 상황에 실적이 좋아지며 주주들을 위해 배당 규모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 C&C는 2009년 330원에 불과했던 배당규모를 해마다 꾸준히 늘려왔다.

10대그룹 중 SK그룹과 함께 배당금액이 줄어든 현대중공업그룹에서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배당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일각에서는 최경환 경제팀이 야심차게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패키지의 일환으로 배당 확대가 이루어졌음에도 실익은 정부가 가져간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실익은 정부가?…경제활성화 효과 의문
물론 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것은 정당한 기업활동의 일환이고, 배당 규모에 대한 결정도 온전히 기업들이 내려야 할 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배당 확대를 주문한 영향이 큰 만큼 배당 확대의 과실이 총수 일가에 집중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당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시한 정부가 배당 확대를 독려한 배경도 이른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패키지’에 있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패키지란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일컫는다.

이중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기업 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시키기 위한 제도로서, 고배당 주식 보유 주주에 인센티브를 제공, 기업의 고배당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고배당 기업의 주주는 소득세를 감면받게 되고 배당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이 36% 인하되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 20%의 인하된 25%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역시 기업의 사내유보금 사용을 적극 독려하기 위한 제도로서 배당이나 투자, 임금 인상에 사용하지 않으면 일정 부분 이상의 차액의 10%를 과세하는 제도다. 업계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3조원에서 6조원까지의 배당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2015년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의 결산배당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2014년 결산 배당에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배당 확대 정책이 이번 기업들의 배당 확대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배당 규모가 늘었음에도 그 과실이 총수 일가에 집중되고 있고, 일부 그룹들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배당률을 높인다는 꼼수 논란까지 빚는 상황에서 정부의 배당 확대 독려 방침을 우회적으로 빠져나가면서 자기들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야당도 배당소득을 누리는 계층이 부유층이라는 이유로 해당 제도의 통과를 막판까지 반대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일, 총수 일가의 배당금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안그래도 경제성장률 대비 현저히 낮은 실질임금인상률로 성장의 과실이 가계가 아닌 재벌 대기업 곳간에만 쌓이고 있어 분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의원은 “임금이 올라야 서민경제가 진작되고 소비가 진작되면 디플레 현상도 극복되는데, 재벌 대기업들은 자기 배를 불리기에만 치중해 근로자와 소비자․중소거래처와의 관계․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는 관심 밖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작 이득을 보는 것은 정부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25% 분리과세 선택이라는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늘어난 배당금만큼 세금도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세수 확대에 큰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330억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경우 실제로는 180억원 정도를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1758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되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937억원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735억원 중 392억원을 받는다. 가뜩이나 증세 논란이 커져가는 가운데 경제활성화는커녕 배당 확대의 효과는 총수 일가에 집중되고 실익은 정부가 가져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올해 주요 대기업들이 배당액을 대폭 늘리면서도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과연 정부의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각 대기업들이 지난 한 해를 결산하고 새 사업연도를 준비하는 주총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배당 확대가 “누구를 위한 배당 확대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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