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건국전쟁 관람에다 윤 대통령 호평…野 “또다시 이념전쟁 하나”
건국전쟁...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누적 관객 수 40만명선 넘어
韓,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농지개혁’ 두 가지를 대표적인 이승만 업적 꼽아
나경원 “우파들이 게을렀다...정체성 바로 잡는, 목마름을 채워주는 다큐”
장경태 “홍범도 흉상에 이어 역사논쟁 시즌2...헌법전문에 4.19 의거로”
野 “독재자를 찬양하나...이념전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는 작태 멈추라”
‘서울의봄’, ‘길 위의 김대중’, ‘건국전쟁’...이념논쟁에 공과(功過)신경전까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GV에서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앞두고 김덕영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GV에서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앞두고 김덕영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흥행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급기야 여야 간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 영화 ‘건국전쟁’ 흥행 계기로 ‘이승만 재평가’ 힘 싣는 국민의힘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이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다큐 영화인 ‘건국전쟁’을 지도부부터 소속의원들까지 연일 릴레이 관람에 나서면서 호평을 쏟아내고 있는데, 앞서 지난 12일 관람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농지개혁’을 꼽아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건국전쟁 관람 뒤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초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이 나라와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국운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입장을 내놨고 13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도 설 연휴 중 참모들에게 영화 건국전쟁을 거론하면서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202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도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족 선각자들이 국권 회복을 위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스위스 방문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은 1933년 제네바에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대한독립을 탄원했다”고 역설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해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 사업에 5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극찬 속에 건국전쟁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누적 관객 수 40만명선도 넘어섰는데, 지난 13일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올랐던 이 영화는 현재 순위가 3위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관객 수가 계속 오르고 있어 국민의힘에선 1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박은식 비대위원이 “이 전 대통령은 우리 당만이 아닌 국민 모두의 건국 대통령”이라며 “조금만 더 찾아본다면 적어도 이승만에게 씌워진 ‘런승만’, 친일·친미·독재라는 단어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거짓말이 더는 퍼지지 않도록 국민의힘은 건국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교육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그러자 한 위원장 역시 박 위원의 발언을 듣고 “저희는 다양한 역사적 평가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다. 공과 모두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하고 그게 부족했던 점을 많은 분들이 인식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껏 힘을 실어줬는데, 서울 동작을 단수공천 받은 나경원 전 의원까지 15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나와 “굉장히 목말랐던 부분을 채워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았고 왜곡된 역사 인식을 우리 스스로 하고 있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역사에 대해 다시 많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정말 우리가 잘못 배웠구나, 그것은 그동안에 좌파들의 계속적인 비판이나 집요한 왜곡도 있었지만 우파들이 게을렀던 것도 있었다”며 “이제 나라가 좀 바로 만들어지기 위해선 우리의 역사. 대한민국에 대한 정체성부터 바로 잡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목마름을 채워주는 다큐였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이승만 띄우기, 국정사업인가…정부여당의 역사 쿠데타”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건국전쟁’ 관람 인증까지 하면서 이 전 대통령 재평가에 나서자 연일 맹공을 퍼부었는데,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에 이어 역사논쟁 시즌2인 모습”이라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끝났다. 국민은 4·19 의거로 결국 하야시켰는데 불의에 항거했던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라는 헌법 전문을 한 위원장이 모를 리 없다”고 한 위원장에 일침을 가했다.

특히 장 최고위원은 한 위원장을 겨냥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이승만의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다고 강연했던 장면이 (영화에) 담겼는데 ‘나는 역사 공부,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라는 바보 인증이 평생 박제된 모습”이라며 “당시 이승만의 토지개혁에는 대상지에 교육기관 제외라는 예외조항을 뒀고 많은 지주들은 자신들의 토지를 지키기 위해 사학재단을 만들어 그렇게 토지개혁의 뒷문을 통해 탄생한 사학재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립대의 절반이 넘는 158개 학교가 이사장이나 이사, 총장이나 부총장직을 세습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그래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족벌경영과 횡령, 채용 비리 같은 부정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반대로 촛불시위와 장외투쟁했던 분들은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사학재단 설립자 일가”라며 “2008년 이후 11년간 교육부가 적발한 사립대학 비리는 4천5백여 건이고 약 4천억원의 규모에 이르게 됐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를 하려거든 토지개혁으로 사학재단을 양산했고, 국민을 향해 총칼로 발포했고, 친일파 청산을 못한 채 대대손손 잘 살고 있는 나라를 만든 것도 꼭 포함하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15일 박성준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이승만 띄우기에 나서더니 급기야 국방부 산하 국방일보와 국방 라디오까지 ‘건국전쟁’ 홍보에 동원됐다. 국방부는 관련 기사와 영상 등에서 이 전 대통령을 ‘국부’라며 찬양했는데 국민을 버리고 도망친 대통령, 국민을 학살하고 국민의 손에 쫓겨난 대통령을 국부라니 기가 막힌다”며 “이 전 대통령 띄우기가 윤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국정사업이라도 되나. 이러다 초·중·고등학교 대상으로 ‘건국전쟁’ 단체관람이라도 시키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윤 정부는 독재에 항거한 4·19혁명을 부정하고 독재자를 찬양하는 비정상적인 정부를 만들려는 건가. 정부여당의 시대착오적인 이승만 마케팅에 국민은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국가폭력 피해 유가족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총선 승리에 목을 매며 대한민국을 또다시 이념전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으려는 작태를 멈추라. 정부여당의 역사 쿠데타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이 과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이 과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급기야 민주당 이병훈 의원은 앞서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5월 개봉했던 ‘문재인입니다’란 영화는 개봉 첫날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지만 퇴근 뒤인 오후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프라임타임에 상영 못한 반면 건국전쟁은 프라임타임에 상영되고 있고 상영관은 확대되고 있다. 자본의 논리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었다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윤 정권의 비호를 받는 우파진영의 이념전쟁, 역사전쟁의 일환이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는데, 하지만 정작 ‘건국전쟁’은 개봉 초기에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영화 포스터가 게시되지 않은 일도 있었다.

◆ 윤재옥 “이승만 ‘과’를 부정하지 않아…‘공’이 큰 울림 남길 뿐”

이 때문에 건국전쟁을 만든 김덕영 감독은 영화 포스터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게시되지 않은 데 대한 애로사항을 토로하기도 했었는데, 김 감독은 이 영화가 4·19의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개인적으로 4·19로 인해 희생된 숭고한 영혼들에 안타까운 심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건국전쟁에선 이 전 대통령이 실제로 4·18를 촉발한 3·15 부정선거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여러 가지 객관적 자료를 통해 증명했다”고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또 지난 14일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당에서 순서 정해서 정부에서 영화를 보도록 하거나 그런 입장은 아니다. 이념논쟁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입소문으로 많은 분들이 보고 있는 것”이라고 응수했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건국전쟁의 흥행과 호평이 이어지자 별안간 민주당 인사들이 들고 일어나 작품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날선 공격을 쏟아내고 있는데 다큐멘터리는 물론 감상하고 나온 누구도 이 전 대통령의 ‘과’를 부정하거나 없었던 일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민족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이 전 대통령의 ‘공’이 국민 마음에 큰 울림을 남기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많은 국민들이 건국전쟁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 관해 몰랐거나 왜곡됐던 사실들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 우리가 배우고 기억해온 역사가 단편적이거나 편향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있다”며 “건국 대통령이 존경받는 수많은 나라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은 ‘과’가 ‘공을 덮다 못해 숨겨버려 좀처럼 후세에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폄훼와 오해를 바로잡는 다큐멘터리가 나와 국민의 관심과 공감을 받게 된 일은 우리 현대사 인식에 중요하고 의미 있는 변곡점”이라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교육에의 한결같은 소신과 결단으로 산업화시대를 이끌어갈 일꾼들을 길러낸 일, 국제관계에 대한 통찰과 외교력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내 전후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 일 등은 모두 역사적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업적”이라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기 위해 주사파 운동권과 종북세력이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막은 이 전 대통령을 끊임없이 왜곡하고 지우려 했던 시간이 있었다. 과는 과대로, 공은 공대로 사실 그대로를 인식하려는 우리 사회의 움직임이 민주당에게는 왜 그렇게 불편한 일로 다가오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민주당에 맞불을 놨다.

아울러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선언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도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건국전쟁’과 관련 “이 전 대통령은 역사의 패륜아로 낙인찍혀서 거의 60년 동안 음지에 묻혀 있지 않았나. 과는 과대로, 공은 공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대한민국에 필요하다”고 윤 원내대표와 한 목소리를 냈는데, 앞서 ‘서울의봄’부터 ‘길 위에 김대중’이 개봉된 데 이어 ‘건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영화를 둘러싼 신경전이 어디까지 치달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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