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진·인재근, 민주당 공천 과정 직격…추미애·임종석 놓고 ‘이중 잣대’ 논란
李 “새 술은 새 부대에”...인적쇄신 예고하며 문학진, 이종걸에게 불출마 전화
불출마설 부정한 이종걸 “민주당의 철학과 정체성을 잃지 말길” 공정성 주문
정성호, 사면초가 임종석 겨냥 “전략지역이기 때문에 본인 공천 신청 무의미”
추미애, 전략공천 검토 대상에 올라...尹정권과 싸울 공격수 역할 가능성 높아
與 석동현 컷오프, 김성태 공관위 결과 승복...野 공천 불협화음 어떻게 할까

14일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14일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까지 50여일 남은 가운데 여야 모두 후보 공천 작업에 본격 속도를 내는 모양새인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공천 관련한 당내 불협화음이 분출되고 있다.

◆ 물갈이 예고한 이재명 “떡잎 져야 새순 자라”…곳곳서 이견 분출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 술은 새 부대에,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는 글을 올린 이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떡잎은 참 귀하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새 가지가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며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드리는 총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해 사실상 인적쇄신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이 대표는 최근 전·현직 의원들에게 직접 총선 불출마를 권고하거나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경기 광주을에 공천 신청한 문학진 전 의원에게는 1위 후보보다 20% 이상 뒤지고 있다는 적합도 조사 결과를 근거로 총선 불출마를 권하는 전화통화를 지난달 27일 이 대표가 직접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종로 출마 준비 중인 이종걸 전 의원에게도 물러날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시스템 공천을 훼손하는 공천 개입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거나 심지어 비명계를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품고 있는데, 이를 의식한 듯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대현의 정치쇼’ 인터뷰를 통해 “예우 차원에서 다독이고 무마해 주는 게 당 대표로서 맞는 것 아니겠나. 나가지 않는 게 좋은 분도 있는데 그런 분들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리는 것도 총선 관리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친문 찍어내기가 어디 있겠나.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당 대표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고 본인의 정치적 생사가 달린 선거”라며 “당 대표의 의지가 공천관리위원회에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 공관위원장이 누구의 영향을 받지 않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 권유를 받은 문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선의 농간에 흔들리는 당’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여기서 그는 “친위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고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전화를 넣었지만 지금까지 응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문 전 의원은 “70년 전통의 공당 민주당에서,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인 공천 관련해 이런 초현실적 작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개연성이 다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정면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며 “당이 지금이라도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그러자 이 대표도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 과민반응하는 것 같은데 그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적합도 조사 결과는) 당의 공식 조사 결과”라고 문 전 의원에 응수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대표에게 불출마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의원도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제게 전화해서 불출마 요청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이 대표는 제게 그런 요청한 바 없다”며 “제가 출마한 종로의 모 후보가 단수공천 된다는 기사도 있는데 이 또한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 단수공천은 그걸 바라는 분의 희망사항일지 몰라도 이 대표나 공심위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종로는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이 아니고 어느 때보다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원칙과 상식에 의거해 공정한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최근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 경선 과정을 두고 ‘올드보이 청산론’과 ‘친명 대 비명’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는 민주당 경선에 대한 신·구세대 정치인의 갈등을 조장하고, 계파 갈등만을 부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민주당 공심위는 공정한 경선에 매진해주고 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철학과 정체성을 잃지 말길 당부한다”고 당에 주문하기도 했다.

◆ 불출마 선언한 인재근 “현재 당 상황, 통합 공천과 거리 멀어”

인재근 의원은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기관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센터)가 “오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생겨난 보험약가 차액을 기금으로 적립하여 기관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인재근 의원은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기관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센터)가 “오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생겨난 보험약가 차액을 기금으로 적립하여 기관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급기야 이 대표를 만나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3선의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8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시상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 제가 오래 생각해 온 것과 이 대표 간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고 밝히면서도 “다 끌어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해야 승리할 수 있는데 현재 당 상황이 통합 공천과는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합 공천’을 3번이나 강조한 인 의원은 “친명, 친문 이런 것 가리지 말고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후보,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며 친명·친문 갈등으로 이어지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서도 “그분들도 다 안아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는데, 반면 민주당 10호 영입인재이자 이 대표의 측근인 김남근 변호사의 전략공천이 고려되고 있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김 변호사는 아니다. 제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 같은 발언은 소위 ‘진명’ 후보 전략공천 가능성을 일축하려는 취지에서 내놓은 것으로 풀이되는데, 당장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 권유를 받은 문 전 의원도 ‘친명’이기는 하지만 이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안태준 이 대표 특별보좌역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성남산업진흥재단 이사,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을 지낸 만큼 ‘진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 당시 LH 투기 사태를 최초 폭로한 김남근 변호사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으로 이 대표 구명운동을 한 인사여서 일각에선 이 대표의 중진 불출마 권유는 진명 후보 공천을 위한 사전 교통정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이 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변호도 한 바 있는 김동아 변호사는 비명계 홍기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평택갑에 출마하고 이건태 당 대표 특보는 4선 중진인 김상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병에 출마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급기야 이 대표의 대선 캠프에서 정무특보를 맡았던데다 이 대표에 의해 민주당의 16호 영입인재로 소개됐던 이재관 전 대전 부시장에 대해선 충남 천안을에 전략공천될 가능성이 돌자 전날 천안시의회·도의회 의원들이 “특혜 공천”이라고 성토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 임종석·추미애 놓고도 ‘온도차’ 논란…최재성 “누가 납득하겠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좌),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좌),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마 선언한 서울 중·성동갑에는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됐던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임 전 실장에게 명·문 갈등을 멈추기 위한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 중·성동갑은 영입인재를 위한 전략 선거구인 만큼 당헌·당규에 따라 영입인재에게 양보하는 게 옳다”며 임 전 실장에 험지 출마를 요구한 데 이어 14일에는 친명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까지 B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임 전 실장을 겨냥 “전략지역이기 때문에 본인이 공천 신청한 게 아무 의미 없다. 공관위와 협의해가지고 거기에 따르는 게 옳은 것”이라고 촉구하는 등 친명계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선 임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권 당시 중용된 인물임에도 전략공천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친명계인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민주당을 지자하는 많은 분들은 윤석열 정권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를 보고 있는 것 같고 전방위에서 공격수 역할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그 중 한 분이 추 전 장관”이라며 “(전략공천) 검토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박 대변인은 임 전 실장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관련해선 “민주당이 총선을 윤 정권 심판론 기조로 가는데 그런 선거구도와 전략에 맞는지 (공관위가) 판단하는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잣대이기 때문에 공관위도, 지도부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이를 꼬집어 ‘친문’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다음 날인 14일 동 라디오에 나와 “(임종석·추미애 모두) 같은 문 정부 인사들 아니냐. 윤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원죄 있다는 식의 문제제기를 하면 추 전 장관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두 분을 놓고 각각 다른 잣대로 전략공천 운운해버리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 전 수석은 “임 전 실장은 당을 위해 내가 출마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상의하겠다고 했는데 (이 대표와의 면담이) 불발됐다. 아무 조정이라든가 소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와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반윤석열 폭정에 저항하기 위해 하나가 돼야 된다는 논리는 뭐가 되나. 갈등과 분열의 불씨들이 아직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같은 날 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정부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인데 누구는 어떻게 되고 누구는 반대로 되고 이게 참 가슴 아픈 일”이라고 이 대표 체제를 직격했다.

이처럼 공천 문제를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우리 안의 과거를 극복하겠다. 단결과 통합을 위해 민주당 역량을 하나로 묶겠다”고 공언한 이 대표의 이날 최고위원회의 발언은 무색해지는 모양새인데, 반대로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같은 날 윤 대통령의 40년지기인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까지 컷오프 되는 등 대통령실 출신 인사를 단 1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단수추천 결과를 내놔 당초 컷오프에 반발하던 김성태 전 의원조차 같은 날 공관위 결과를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민주당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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