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출마 등 주문한 국민의힘…민주당서도 “후배 위해 길 터 달라”
與, 서병수·김태호에게 민주당 전재수, 김두관 지역구 출마 권유
한동훈 “중량감 있는 분들이 나가줘야 국민에게 선택 받을 수 있는 길”
이원모 비서관과 박진 전 장관, ‘강남을’ 공천 신청...“시스템 공천할 것”
野 “혁신과 통합의 공천...선배정치인은 길을 터줄 책임 있는 결정” 당부
임종석 “지금 다른 곳 가라는 것은 불가능”...홍익표 ‘서초을’ 험지 자청

(좌측부터) 국민의힘 서병수, 김태호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서병수, 김태호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이 6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모두 당내 원로나 현역 중진 인사들을 향해 험지에 출마하거나 불출마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당사자들이 순순히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자칫 내홍으로 번질 것인지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서병수·김태호에 험지 출마 권한 與, ‘중진 희생’ 요구 신호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영남지역 중진인 서병수·김태호 의원에게 민주당세가 강한 낙동강 벨트 지역구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6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해 “본인들이 많이 수고해가지고 다선 의원이 됐지만 또 당의 혜택을 받은 부분도 있기 때문에, 지금 당이 굉장히 어려운 그런 입장”이라며 “먼저 우선적으로 나서가지고 좀 어려운 데 가 갖고 한 지역구라도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두 의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가 두 의원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과 관련 “저도 불출마하지 않았나.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헌신해야만 그게 국민의힘 승리의 길”이라며 “불출마가 꼭 답은 아니지만 꼭 이겨야 할 곳, 치열한 승부의 장에 많은 실력 있는 분들, 중량감 있는 분들이 나가주는 게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한 목소리로 ‘중진 희생’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우리 당이 국민을 위해서,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선민후사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는데, 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도부는 부산진구갑이 지역구인 5선의 서 의원에게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갑 출마를 요청했으며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 지역구인 김 의원에게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출마하는 경남 양산을로 지역구를 옮겨 대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중진들이 지역구를 바꿔 험지로 출마하는 방안과 관련해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낙동강 벨트를 사수하고 찾아온다면 이번 총선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추가로 어떤 분들에게 당을 위해 헌신해달라고 부탁을 드릴지는 고민해보겠다”고 말하기도 해 이 같은 요구가 단지 서병수·김태호 의원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거명된 두 인물들 중 서 의원의 경우 부산시장까지 지낸 이 지역의 좌장으로 꼽히는데다 지난 총선 당시에도 자신이 4선을 했던 해운대·기장군갑이 아니라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진갑에 도전해 당선됐을 정도여서 이번에도 당의 요청에 호응해 오는 7일 입장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만 경남 양산을 출마를 요구 받은 김 의원은 여전히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장 사무총장은 “우리 당으로선 꼭 이겨야 하는 전략지역들이 있는데 정치신인을 내보내서는 이기기 힘들 지역들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으면 이기기 힘든 지역으로 가서 희생해주면 그게 하나의 바람이 될 수 있고, 선거 승리에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김 의원에게 아직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일단 양산을을 지역구로 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남을 위해 노력했던 선후배 도지사끼리 양산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선의로 경쟁하는 것은 아주 좋은 구도라고 생각한다”고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면서 김두관 의원은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이번 총선의 핵심 의제를 더 구체화시키기 위해선 상징적인 싸움이 필요하고 이곳 경남 부울경에서 김두관과 김태호의 대결은 지역민 모두의 관심을 끌 것”이라며 “지역주민들께서 윤석열 심판이냐, 지지를 통한 안정이냐를 가지고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이곳 부울경의 선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에서 양산을 출마를 요청했으니 이제 김 의원의 결심만 남은 것”이라고 출마를 촉구했다.

◆ 대통령실 출신, ‘양지 출마’ 논란도…한동훈 “소문 믿을 것 아냐”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험지 출마를 요구 받은 서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진구갑엔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등이 공천을 신청해놓은 상태고 김 의원의 지역구인 산청·함양·거창·합천에는 옛 유승민계 인사로 꼽히는 신성범 전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인데, 일각에선 다선 중진에는 희생을 요구한 반면 대통령실 인사한테 양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과 박진 전 외교부장관은 서울 강남을에 공천 신청해 이 같은 시각에 한층 힘을 실어주기도 했는데,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지난 5일 대통령실에선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여당 우세 지역에 지원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힌다. 대통령은 누구도 특혜 받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당에 누차 당부한 바 있다”고 출마자들과 선을 긋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 한 위원장도 윤 대통령이 박 전 장관과 이 전 비서관의 강남 출마에 불쾌감을 표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6일 기자들과 만나 “공천은 공정하게 이기는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을 할 것”이라며 “누구나 양지를 원한다. 신청하는 것은 본인 자유인데 공천은 당에서 공정한 기준, 시스템 공천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또 다른 윤 대통령 측근인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의 부산 해운대갑 전략공천이 내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엔 “선거 공간에서 여러 소문이 난무하기 마련인데 그런 소문은 다 믿을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정 위원장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비서관 등 용산 참모들이 ‘양지’를 좇는다는 비판에 대해 한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지원하는 건 자유인데, 한번 잘 살펴보겠다”면서 “젊고 참신한 인물들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이렇게 공천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공천 방향을 내비쳤다.

다만 대통령실과 대통령비서실에서 일한 참모들 중 38명이 총선에 출마하기로 한데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경기 성남 분당을,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2차장은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에 공천을 신청하는 등 상대적으로 여권 강세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양지 출마’ 논란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정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 신청자 849명 중 두 자릿수 숫자로 반려해야 할 분이 나올 것 같다”고 밝힌 만큼 공천 부적격자를 추려내는 과정에서 이번 논란이 진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당도 ‘선당후사’ 거론…“선배 정치인들, 후배 위해 길 터주길”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관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심사결과(1차)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관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심사결과(1차)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지목대상의 성격에 차이는 있지만 선배 정치인들이 대승적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6일 1차 경선지역 후보지 발표에서 “이번 공천은 혁신과 통합의 공천이고 혁신과 통합은 명예혁명 공천으로 완성될 것”이라며 “명예혁명 공천이 되기 위해선 첫째, 1차 공천 심사 결과 발표 명단에 들어가 있지 않은 선배 정치인분들은 후배를 위해 길을 터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결정을 해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내 원로나 다선·중진들을 겨냥해 물러날 것을 주문한 셈인데,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되는 의원들에 대해선 임 위원장은 “현재 통보 권한은 전권을 제가 갖고, 명단도 저만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제 통보한다고 말할 수 없는데 설 이후 통보 받는 분들이 충분히 이의 제기하고 경선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시간을 감안해 발표할 것”이라고 개별 통보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임 위원장은 “민주당 선봉대는 검찰독재 타도와 윤석열 무능 정권 심판이라는 전국민적 열망을 실현하는 전사가 돼야 한다. 오늘 발표된 민주당 후보들은 22대 초선에서 민주당 필승을 위한 선봉장”이라며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공천 신청자들 중 사실상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겨냥 불출마할 것을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후보들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약속한대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아름답게 승복하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는데, 하지만 이 같은 임 위원장의 발언에 문 정권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패배와 윤 정권 탄생의 책임이 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임 전 실장은 이어 “문 정부 3년 차에 치러진 2020 총선에서 민주당은 기록적 압승을 거뒀고 대선 직전 문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임기 말 지지율이 높았다”며 윤 정권 탄생에 대해선 “우리 모두가 패배했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는 것은 그 아픔을 반복할 수 있다. 모두 함께 서로의 상처를 끌어안고 합심하자고 다시 한 번 호소드린다”고 역설했다.

앞서 그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서도 자신에게 윤 정권 탄생 책임을 묻는 데 맞서 “이재명 대표도 2017년 1월 후보 당시 방송에서 대선공약 1호가 뭐냐는 질문에 ‘윤석열 검사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 시켜 정부의 부패를 일소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때 시점에 당시 윤 검사에게 모두가 속은 것”이라며 반박한 바 있는데, 당 강세지역인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임 전 실장은 “종로, 용산도 좋고 이 정부에 가장 책임 있는 사람과 붙고 싶다고 여러 번 얘기했고 기다렸다. 거의 마지막 날 가서야 예비후보 적격 심사 신청서를 넣었고 지금 와서 어디로 가라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 의원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조차 스스로 험지인 서울 서초을 출마를 선언했던 만큼 당내 일각에서 일부 출마자들을 향해 가해지는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압박은 단지 이날 임 공관위원장의 일회성 발언으로 끝나지 않고 공천 일정이 진행될수록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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