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피습 여파로 여야 정치일정 줄줄이 취소...“폭력은 범죄” 한 목소리
문 전대통령, 양산 평산마을 오찬 회동 취소...“李 대표 쾌유에 집중”
홍익표 “동요하지 말고 발언 자제 당부”...3일 비상의원총회 예고
홍준표 “2006년 박근혜 대표 피습 연상... 진영 정치가 낳은 비극”
이낙연 “폭력은 민주주의 적...이 대표 쾌유하길 간절히 기원”
대통령실, 이 대표 위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민주당 기류, 비명계와 신당행보 압박...“정치판의 변곡점 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를 방문해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둘러본 뒤 흉기 피습을 당해 쓰러져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를 방문해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둘러본 뒤 흉기 피습을 당해 쓰러져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까지 100일도 안 남은 2일 부산 가덕도 현장 행보 도중 사인을 요청하면서 다가온 60대 남성으로부터 갑자기 길이 20cm 넘는 흉기로 공격당하면서 목을 찔려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민주당, 이재명 ‘흉기 피습’ 사태에 비상…與서도 일정 취소

이 대표가 괴한으로부터 피습 당하고 부산대병원으로 후송된 뒤 민주당에선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의 상태는 경정맥 손상이 의심된다는 게 의료진 의견”이라고 밝혔는데, 이 대표는 흉기 피습 부위에 대한 수술을 받기 위해 부산에서 헬기로 이동해 2시간여 만에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당 대표가 피습 당한 민주당은 이날 모든 일정을 즉각 취소했고 당 지도부에선 피습 사건 이후 부산대병원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경찰이 이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주길 촉구한다. 이 대표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번 사태를 ‘테러’로 규정하는 입장을 내놨다.

또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상태와 당 운영 관련한 사항들은 지도부와 신속하게 파악 및 협의해 의총에서 보고 드리겠다”며 오는 3일 비상의원총회 개최를 예고했는데 특히 그는 “동요하지 말고 대표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소속의원들에 주문했다.

이 뿐 아니라 당초 이날 이 대표와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오찬 회동 예정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 대표의 쾌유에 집중할 것을 당부하면서 ‘수습’을 최우선에 두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만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 자제’를 당부한 홍 원내대표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이경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에선 이날 김수경 대변인이 용산 청사에서 “윤 대통령은 피습 소식을 듣고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며 이 대표의 안전에 대하 깊은 우려를 표했다.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했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경찰은 부산경찰청에 이번 사건 관련 수사본부를 설치한 뒤 이 대표 급습 피의자에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검찰도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로 같은 날 부산지검에 이 대표 피습 사건을 담당할 특별수사팀을 설치하는 등 아주 신속하게 대응했다.

아울러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오늘 저녁 ‘2024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참석 일정을 불가피하게 취소한다.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함에 따라 일정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밝혔고,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오늘 예정되어 있는 여야 2+2 협의체는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여 연기됨을 알린다”고 일정 연기 사실을 전했으며 윤재옥 원내대표도 홍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국민의힘 의원 모두는 저와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이 대표의 쾌유 기원 외에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는 메시지를 소속의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 당 대표 흉기 피습 사례 처음 아냐…긴장한 정치권,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에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는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에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는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사실 당 대표가 흉기에 의해 피습당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가장 유사한 사례로는 지난 2006년 5월 20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서 5·31 지방선거를 위해 지원유세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신촌에서 50대 남성이 휘두른 커터칼로 얼굴에 자상을 입은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이때 봉합수술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입원 도중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선거 판세에 대해 물은 것으로 보도됐으며 실제로 퇴원 직후엔 대전을 찾아가 선거유세를 하기도 해 한나라당이 판세를 뒤집고 승리하기도 한 만큼 정치권에선 이번 사안이 총선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벌써부터 긴장한 모양새다.

당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는데, “(이 대표 피습 사건은) 마치 2006년 5월 지방선거 앞두고 박근혜 대표가 피습 당한 사례를 연상시킨다. 증오의 정치, 독점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며 “총선 앞두고 진영대결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한 이런 사태는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신호탄 같다. 통합 정치를 추구해야 하는데,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더구나 앞서 지난해 12월30~31일 케이스탯리서치가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의뢰로 전국 유권자 1018명에게 실시한 총선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을 찍겠다’는 답변과 ‘더불어민주당을 찍겠다’는 비율이 똑같이 33%를 기록했으며 동 기관이 함께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 대표가 똑같이 38%를 얻는 등 박빙 구도 속에 이 대표 피습 사태라는 뜻밖의 변수가 발생한 만큼 여당 쪽에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비록 지난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 유튜버 표모 씨가 휘두른 둔기에 피습당해 응급수술 받은 뒤 붕대를 감고 지원유세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당시 후보가 대선에 패한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 피습 당한 이 대표의 경우 송 전 대표와 달리 본인이 대선후보까지 나섰던 거물급 정치인인데다 피의자가 어떤 정치적 성향의 사람인지 규명되느냐에 따라 파장은 훨씬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의식한 듯 대통령실에선 이 대표를 위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이날 오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힘주어 말하는 등 윤 정부의 후반기 국정동력을 좌우하는 총선에 이번 사건이 악재로 작용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한편 민주당 광주·전남 총선 예비후보들은 이날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당국에 촉구했는데, 부산경찰청에선 이번 수사 첫 브리핑을 열어 “(피의자가 이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으며 “향후 6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설치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공언했고, 이 대표 피습 사건 여파로 대구경찰은 이날 이 대구를 찾은 한 위원장에 대한 신변보호팀을 별도로 구성해 밀착 보호에 나서는 등 다른 주요 정치인에 대한 경호도 한층 강화됐다.

◆ ‘신당’ 이낙연도 李 피습에 “충격”…안민석 “변곡점 될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압박수위를 높여왔던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이나 이 대표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신당 창당을 본격화한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 피습 사태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인데, 앞서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목표의 최대치는 제1당이고 꽤 많은 분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신당 창당 의지를 드러냈던 이 전 대표는 이 대표 피습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거듭 기원한다”고 신속하게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고 폭력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 폭력이 다시는 자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부디 이 대표의 부상이 크지 않기를, 이 대표가 어서 쾌유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는데, 이번 주 안에 거취를 밝히려 했던 비명계 의원 4인의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용의자를 엄벌해 이 같은 폭력행위가 우리 정치와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심지어 ‘원칙과 상식’의 일원인 이원욱 의원만 해도 앞서 이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내일 정도 의원들이 모여서 얘기를 깊이 나눠보고 (이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해보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이 대표가 이번 피습 사태로 입원하게 된 만큼 최후통첩도 순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밖에 송갑석 의원도 “새해 벽두부터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으며 홍영표 의원도 “폭력은 좌시할 수 없는 범죄로 명명백백하게 조사하고 엄단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는 등 또 다른 비명계 의원들조차 이 대표 피습 사태엔 한 목소리를 냈다.

급기야 당내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를 결속시키는 데에 미온적인 비명계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는데, 이병훈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은 2일 국립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피습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하고,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이 이 대표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 전 대표를 향해선 “신당 창당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친명계로 꼽히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2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나와 이 대표 피습 사태에 대해 “정치판이 흔들릴 수 있는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이 전 대표의 신당 명분은 반이재명으로 국가 사회적인 아젠다가 없는데 (피습 당해) 계속 병석에 있는, 수술하고 있는 이 대표를 공격할 수 있겠나. 이제 오늘로 이낙연 신당의 바람은 이미 잦아들 수밖에 없고 이제 멈출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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