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주요 감사결과 발표
관계기관 매뉴얼에 따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 검토‧이행하지 않아
미확인 사실이나 은폐‧왜곡된 수사내용 등을 근거로 중간 수사결과 발표

[시사포커스/정유진 기자]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주요 감사 결과  초동대처 부실 및 사실은폐, 수사결과 왜곡 등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국방부·통일부·해경 등 3개 기관 관련자 13명에 대해 징계, 주의, 통보 등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안보실 등 6개 기관에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사진/누시스)
감사원 (사진/누시스)

감사원은 7일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객관적·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안보실, 국방부, 해경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초등대처 부실' 문제에 대해 국가안보실·해경·통일부·국방부등 관계기관은 "서해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생존하였을 당시에는 상황을 보고‧전파하지 않고 조기 퇴근, 대북전통문 미발송 등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인 안보실 등 관계 기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생존했을 당시 상황을 통일부 등 관계기관에 보고‧전파하지 않았고, 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당일 오후 7시 30분경에 퇴근했고, 안보실장과 안보실 1차장등 주요 간부들은 조기 퇴근했다.

당시 이씨는 실종 후 약 38시간 동안 바다에서 표류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는데도 북한이 구조하지 않은 채 장시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은폐'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계기관들이 서해 공무원의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자료를 삭제했으며, 실종, 즉 생존 상태인 것처럼 관련 자료를 작성‧배포하고 최초 실종지점을 그대로 수색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 씨의 발견 사실을 보고받은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개최된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서해 공무원 피살·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 유지' 지침을 하달하자 2시 30분경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합참은 3시 30분경 밈스(MIMS·군사정보체계) 운용 담당 실무자를 사무실로 나오게 해 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보고서(보존 기간이 영구로 되어 있는 비밀자료) 60건을 삭제했으며, 이후에도 보안 유지 등을 사유로 사건과 관련해 생산한 비밀자료 123건을 밈스 등에 탑재하지 않은 채 삭제했다.

감사원은 "해경은 서해공무원이 '인위적인 노력'으로 북한 해역에 도달한 것을 월북의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 표류예측결과를 분석하면서 'NLL 해상까지 광범하게 분포되어 있는' 국립해양조사원 등 4개 기관의 표류가능위치를 은폐하고, 표류위치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는 평균이동경로만 이용하여 최종 표류위치를 임의로 특정 하는 등 표류예측결과를 왜곡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해경은 국립해양과학기술원, 해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3개 기관의 표류예측결과가 더미 실험결과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이 3개기관의 평균이동경로는 은폐하고, 국립해양조사원의 평균이동경로만을 근거로 표류예측결과의 신뢰성이 높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경은 "서해 공무원이 실종된 환경과 다른 임의의 조건, 즉 인천 전용부두 내항에서 구조대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로 부유물에 의지해 불과 1㎞를 수영하고 도출한 속도 '시간 당 2.22㎞'를 이용해 '17시간을 천천히 수영하면 33㎞를 갈 수 있다'고 수영실험 결과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해 공무원이 사망한 것으로 언론에 발표된 이후에는 (관계기관들에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 내기 위해 군 첩보에도 없는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발표하고, 미확인 사실이나 은폐‧왜곡된 수사내용 등을 근거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보실과 국방부는 이 씨의 월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정한 후 합참에 자진 월북 여부에 대한 정보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2020년 9월 24일 개최되는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해경은 2020년 9월 29일 2차 중간수사결과에서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충동' 등 수사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월북 동기로 작성해 발표했다.  당시 해경은 2명의 전문가에게 정식 서면자문을 요청했으나 이들 모두 '사망한 상태에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자문에 불응하자 이들의 답변을 임의로 짜깁기해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씨 유족 측이 해경에 보유·관리하는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도 사실과 다르게 '자료 부존재'로 답변하는 등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이씨의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국방부 등 3개 기관의 관련자 13명에 대해 징계‧주의요구와 비위 내용을 통보하고, 안보실 등 6개 기관에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하는 등 엄중 조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5개 기관의 총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핵심 관련자인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원장은 인사 통보 조치 대상에 포함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