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그야말로 게임업계를 독주하던 넥슨에 악재가 터졌다. 하청업체에 맡긴 자사 주요 게임 홍보물에 ‘남성혐오성 이미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좋은 흐름을 타고 경영진 세대교체까지 단행하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던 넥슨은 유저들의 반발이 커지자 김창섭 디렉터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등 주말 밤이었음에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문제는 (‘집게 손 모양’이라고 명칭을 순화시킨) ‘남성혐오성 이미지’가 발견된 작업물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작업물에 이 이미지를 그려 넣거나 영상물에 짧게 넣었다. 은근슬쩍 스리슬쩍. 그리고 이 사태는 넥슨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사에도 불똥이 튀어 주요 게임사의 주요 게임마다 관련 공지를 올리고 점검에 나섰다.

해당 이미지는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게 무언가를 잡기 위한 모습이라고, 손을 오므렸다 펴는 과정 중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고 조롱하고 비하하는 모습이라는 것을. ‘메갈리아’라는 남성 혐오 사이트는 아예 해당 이미지를 사이트 심볼로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미지가, 그 의도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두더지처럼 튀어나오고 있다.

넥슨 임직원들은 해당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해당 이미지 교체 작업 등을 위해 초과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번 일을 정리해보면, 넥슨은 하청업체가 제작한 작업물로 인해 자사가 서비스하는 게임으로 인해 유저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등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게 됐고, 이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예상되며 게임 서비스 일정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피해자인 넥슨에 역으로 손가락질을 하는 단체와 여론이 기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넥슨의 잘못이다’라는 주장부터 시작해 ‘넥슨이 남성 유저들의 억지 주장에 굴복했다’는 둥 ‘넥슨이 여성 직원의 일자리를 잃게 했다’는 둥의 주장이 나오더니 종국에는 ‘넥슨이 마녀사냥을 거들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일반인의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이다.

일부 언론은 해당 이미지를 삽입한 것이 ‘남성’이라고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외치는 주장인지 알 수가 없다. 하켄크로이츠(나치 문양)를 은근슬쩍 스리슬쩍 집어넣었던 자가 알고 보니 유대인이었다면 그냥 없었던 일이 되는 줄로 믿고 있는 걸까.

넥슨 입장에서 더 어처구니가 없는 사안은 바로 민주노총의 행태다. 넥슨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소속인데, 민주노총은 지난달 28일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넥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넥슨이 사과하고 후속 조치 계획을 밝힌 것이 페미니즘 혐오를 조장하는 ‘마녀사냥’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 기자회견은 넥슨 노조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진행됐다. 심지어 해당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정작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은 민주노총 산하에 있는 넥슨 노조원들인데, 민주노총은 도리어 본인들이 지켜야 할 노조원들을 규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수찬 넥슨 노조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우리에게 민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테러’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넥슨 등 게임사들은 테러를 당했고, 이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모를 집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 이처럼 억지 주장과 억지 공격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정치권은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문제는 진영과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청업체의 직원이 원청업체의 의지에 반해 원청업체에게 피해가 갈만한 행동을 독단적으로 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넥슨이 호들갑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한 이상 상품을 만든 제조사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수정을 하는 게 당연하고, 그게 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문제의 악질적인 점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데 있다”며 “이들은 그들만의 혐오 표현을 숨겨 넣는데 희열을 느낀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게임업계와 유저에게 너무나 큰 피해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이 하던 페미니즘 활동을 민간 영역의 일터로 갖고 들어오면 문제가 된다”며 “일을 하러 왔으면 일을 해야지 왜 업장에서 사회 운동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청년들이 해당 손가락 모양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상상도 못할 처참한 수준으로 한국 남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데에 앞장서 온 것을 똑똑히 목격해 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내가 쓰는 화장품에 일베 손 모앙 마크 들어간 걸 교묘히 넣었다고 하면 여성 소비자들이 가만히 있겠냐”며 “의도를 갖고 한 행위가 맞다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페미니스트인데 집게손 저도 ‘극혐’하고, 게임업계에서 열심히 자기 일하고 있을 또 다른 분들이 피해받을까 봐, 위축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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