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정유진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한 전직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조계종 대변인인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어제 오후 6시50분께 경기도 안성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태봉당 자승 대종사께서 법랍 51년 세수 69세로 원적에 드셨다"며 이같이 말해 전직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불교에서 '소신공양(燒身供養)'이란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종은 자승스님이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다음 달 3일까지 자승스님의 장례를 종단장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다. 다비장은 자승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 연화대에서 행할 예정이다.

조계종은 조계사 외에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와 전국 각 교구 본사, 종단 직영 사찰인 봉은사·보문사 등에도 지역분향소를 마련할 예정으로 장례는 종단장 규정에 따라 입적 일을 기점으로 5일장으로 행한다.

한편 제33·34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은 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 내 요사채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입적했다.

경찰은 자승스님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 2장에 대한 필적 감정을 하기로 했다. 이 메모에는 칠장사 주지스님에게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라며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고 쓴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메모에서는 경찰을 향해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화재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칠장사 내 모든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할 방침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