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요한, 이준석에 KO”…與 “혁신위의 불출마 권고안? 건의하면 다시 의견 말할 것”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혁신위원회의에 대한 비판에도 표면상 크게 반응하지 않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돌연 지난 26일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그건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이라며 이 전 대표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 대표 측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패드립’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이준석 부모’까지 직격한 인요한에 李 “패드립이 혁신인가”

이 전 대표는 자신의 부모까지 거론한 인 위원장의 발언에 맞서 지난 26일 오후 페이스북에 “정치하는데 부모 욕을 박는 사람은 처음 본다. 패드립이 혁신인가”라고 응수한 데 이어 2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선 “나이 사십 먹어서 당 대표를 지냈던 정치인한테 준석이라고 당 행사 가서 지칭한다는 것 자체가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 정치 12년 동안 하면서 날 선 대화 주고받은 사람도 많지만 부모 끌어들여서 남 욕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저도 미국 살아봤지만 미국에서도 어머니 아버지 얘기하면서 남을 비난하면 좋은 평가 못 받을 것”이라고 인 위원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인 위원장이 저희 아버지에게 연락하려고 했다는 말이 나왔을 때도 굉장히 당황하셨고 화나셨다. 그러니까 인 위원장이 저희 부모님을 건드린 게 두 번째”라며 ‘이 전 대표가 버르장머리 없지만 그래도 끌어안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한 인 위원장의 전날 발언에 대해서도 “대체 어떤 사람이 누군가 잘해 보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어머니 아버지를 얘기하나. 저한테 계속 밀실에서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제가 이분이랑 왜 밀실회동을 하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 대해 “한쪽에 가선 이준석이랑 함께 해야 된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들과 이분이 사석에서 했다는 말들이 매치가 전혀 안 된다. 정치하면서 앞과 뒤 다른 사람들이 많지만 이제 그런 사람들한테 학을 뗐다”며 “언론에 보도가 안 됐지만 인 위원장이 여의도에 상당한 소통 뉘앙스에 문제를 겪고 있다. 이게 반복되고 있는데 혁신위 활동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 뿐 아니라 이준석계로 꼽히는 ‘천아용인’도 이날 한 목소리로 인 위원장을 성토했는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꼰대 중의 꼰대다. 그 시절 눈으로 요즘 분들을 바라보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 X세대, Y세대에 훈장질 하는 게 맞냐”고 지적했으며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혁신위원장부터가 혁신대상인 듯하다”고 인 위원장에 일침을 가했다.

또 이기인 경기도의원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수지간에도 부모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대체 어디가 바닥인가. 조급함은 알겠으나 선은 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은 “정치가 비정하다고 하지만 부모까지 비방하는 패륜을 저질러서 되겠는가. 이 전 대표에게 사과하고 혁신위를 해체하는 게 그나마 당을 위하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 이준석계 외에도 여야 모두 인요한 발언 “부적절해” 지적

(좌측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비단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정치인들 외에도 당내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는 버릇이 없는 게 아니라 당돌한 것”이라며 “구상유취라고 양김을 비방했던 옛날 유진산 총재가 연상된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지난 1970년대에 유 총재가 김영삼·김대중의 ‘양김’이 주도한 40대 기수론을 꼬집어 ‘구상유취’라고 비난했던 사례를 내세워 인 위원장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2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 위원장이 실수한 것 같다. 싸우자고 하는 것”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개인을 비판하기 위해 부모를 끌어들이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다. 가족의 명예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에 사과하는 게 옳다”고 인 위원장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급기야 당 지도부 일원인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이 전 대표가 나온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인 위원장의 해당 발언을 꼬집어 “이 전 대표의 동양적 예의에 관한 문제는 당연히 짚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부모님까지 꺼내 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는데, 심지어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이 전 대표의 부모를 거론한 인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이 혁신위원장 맡기 전까지는 이미지 좋은 의사였는데 이렇게 망가지는 것을 보니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준석이 버르장머리’ 발언으로 스스로 명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두 사람 간 신경전은 인 위원장의 KO 패인 것 같다. 본인 서대문갑 출마가 날아가고 본인 혁신위 자리도 곧 날아가지 않을까. 인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로 결말지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 부모의 삶과 인격을 말살하는 이런 막말을 어떻게 당 행사장에서 버젓이 말할 수 있나. 예의도 없고 도덕도 없는 사람인 것 같다”며 “이란 게 패륜적 막말이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 부모님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의힘은 인 위원장을 공식 징계해야 한다”고 인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처럼 인 위원장의 ‘설화 리스크’로 여야를 막론하고 십자포화를 맞은 가운데 이날 예정됐던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을 비롯해 27일 밤에 예정됐던 화상회의도 전격 취소되는 등 혁신위는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인데, 앞서 혁신위원 3인의 사의표명설이 나오는 등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다가 최근 간신히 잦아들었나 싶었지만 이번엔 혁신위원장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 ‘지도부 불출마’ 권고도 힘 잃나…“혁신위 영향력 사라져”

(좌측부터)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배준영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배준영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설상가상으로 혁신위가 그간 지도부에 요구해온 ‘친윤·중진·지도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도 ‘30일에 정식 안건으로 의결하겠다’는 압박조차 통하지 않는 듯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인데, 2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직후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권고안’과 관련 “지도부에서 따로 얘기되지는 않았고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놓겠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최종 정리해서 건의하거나 요청하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다시 한 번 종합적 의견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준영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라디오 ‘특집 1라디오 오늘’에 나와 “2004년 17대 총선 때 중진 26명이 용퇴했는데, 1월 15일쯤, (총선) 3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용퇴했다”며 “1호 안건 밖에 결의 안 하고 그러니까 혁신위 입장에선 불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럴 건데 지도부나 당 입장에선 한편으로 이런 것도 고려 요소가 된다. 정기국회 중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사업이라든지 핵심 법안 통과시키려고 할 거 아니냐. 그거 해야 되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안 한다고 그러면 그 사업들이 유권자와의 약속인데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하지 않겠나”라고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록 배 전략기획부총장은 혁신위 조기 해체설에 대해선 “김기현 대표가 전권 줬다고 했는데 무너지게 된다 그러면 지도부가 한 말이 공언이 되지 않나. 그런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정작 박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제안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된 여러 혁신안에 대해 지도부는 상당 부분 의미 있는 혁신안을 제안한 것으로 평가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최대한 검토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 공관위가 선거 관리 차원에서 잘 적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공관위에 공을 넘겨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던 당초 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발언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거취에 대해 “불출마할 것이냐,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냐의 중간에서 많은 고심을 할 텐데 출마 쪽으로 기운 것 아닌가”라며 혁신위를 겨냥 “혁신위가 말만 무성하지 이뤄진 게 없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와닿는 정도의 혁신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고, “혁신위 내에서부터 혁신위는 (김 대표 체제를 위한) 시간끌기용이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지도부와 혁신위가 짜고 친 고스톱이냐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혁신위가 시간끌기라고 하기엔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한 130일 정도 남았는데 총선 승리를 위한 골든타임을 혁신위가 쓰고 있는 것”이라며 “최소한 위기감은 있는 건지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인 위원장이랑 지난번 김 대표 만나고 나서부터는 중진들 불출마, 수도권 출마에 대한 메시지가 굉장히 약해졌는데 이미 어느 정도 혁신위의 영향력은 거의 끝나지 않았나”라고 혁신위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특히 천 위원장은 “혁신위가 사실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어제 인 위원장의 이 전 대표 부모님 발언으로 사실상 혁신위의 영향력은 거의 사라졌을 거다. 그래서 어제 그 발언 보고 당의 중진들이 좋아했을 것 같다”고 꼬집었으며 이 전 대표가 탈당해 신당 창당할 가능성에 대해선 “9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강조해 인 위원장의 처지는 한층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같은 날 “제3시민들과 새로운 다수파 연합을 구성하고 집권에 도전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공언한 ‘세번째 권력’에서도 조성주 전 정의당 정책위 부의장이 “이 전 대표 신당하고 거리가 가까울 것”이라고 밝히는 등 혁신위와 달리 이 전 대표 측은 한껏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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