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등 침묵에 외부서 ‘원군’ 찾는 인요한
김태흠 “당 대표, 책임 가져야...논개처럼 다 끌어안아 버려라”
양향자, 합당질문에 “정책적 연대라든지 모든 것에 열려 있어”
김웅 “핵심적 문제를 애써 외면하면 그건 혁신이 아니라 간신”

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충남도청사에서 김태흠 충남지사를 만나 환담에 앞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충남도청사에서 김태흠 충남지사를 만나 환담에 앞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위에서 권고한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에 대한 총선 불출마나 험지출마에 대해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결국 혁신위가 존재감을 잃고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혁신위의 중진 불출마 요구 ‘적절’” 여론에도 지도부 ‘마이웨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 22일 오후 OBS ‘뉴스 O’에 나와 중진과 친윤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에 대해 “혁신위의 제일 중요한 혁신안”이라며 “당사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는데, 특히 원희룡 장관이 험지 출마 의지를 드러낸 데에는 “혁신의 시작이 원 장관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무리 이론을 갖고 얘기해도 행동이 나오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역설해 해당 권고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지도부나 중진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정작 3주째 이에 불응하고 있는 김기현 대표는 오히려 오는 25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시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험지 출마 권고를 일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심지어 현 지도부의 입지를 한층 확고히 하겠다는 듯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최고위원 보궐선거도 23일로 앞당겨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구속 시 세비 박탈, 현역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을 담은 2호 혁신안과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 청년 50% 공천 의무화, 청년전략지역구의 청년 후보자 공개경선 후 공천 등이 포함된 3호 혁신안, 금고이상 전과자 공천 배제,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위한 상향식 공천 등이 담긴 4호 혁신안 등에 대해서도 지도부는 대체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거나 공천관리위원회로 공을 넘기는 등 1호 혁신안 때 보인 모습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지난 22일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은 3차 회의를 가진 뒤 배준영 전략기획부총장이 브리핑을 통해 “혁신위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하위 20%에 대한 공천을 원천 배제할 것을 제안했는데 총선기획단은 혁신위 제안을 넘어서는 엄격한 현역의원 평가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으며 “시스템 공천 심사 방안을 마련해 낙하산 공천이 불가능한 심사 평가 기준을 의결했다. 경쟁력을 평가하고 당무감사, 도덕성 평가 등 정량 평가를 최대화해 특정 인사에 대한 끼워 맞추기식 공천심사가 불가능해졌다”고 강조했고 “청년 공천 기반을 마련했는데 획일적 가산점 부여 대신 청년을 연령대별로 나눠 가산점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배 부총장은 “세 가지 사안은 혁신위 제안을 적극 수용한 결과물로 이 내용을 추후 공천관리위원회에 이첩해 공천 심사 과정에 반영되도록 후속 조치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간접적으로 혁신위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셈이지만 가장 중요한 ‘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권고에 대해선 여전히 원 장관 외에는 뚜렷한 호응이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선 혁신위의 중진 등 불출마 요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론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잘한 결정’이란 답변이 45%, ‘잘못한 결정’이란 답변은 27%로 혁신위의 권고를 긍정평가하는 답변이 부정평가보다 18%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잘한 결정’이란 응답이 과반인 58%를 기록하면서 ‘잘못한 결정’이란 답변(22%)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나왔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잘한 결정’이란 응답이 43%로 나와 ‘잘못한 결정’(34%)이란 답변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이 뿐 아니라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지도부 험지 출마 요구’ 관련 조사(95%신뢰수준±3%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시 ‘적절한 요구’란 답변이 44%를 기록해 부적절한 요구(36%)란 답변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 인요한 만난 김태흠 “혁신에 속도조절 어딨나…중진들, 희생해야”

23일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23일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위가 힘을 못 받자 인 위원장은 23일 충남으로 내려가 김태흠 충남지사와 만나는 등 ‘원군’ 찾기에 나섰는데, 김 지사는 이날 인 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마누리하고 자식 빼고 다 바뀌어야 한다는 인 위원장 말에 100% 동감한다. 혁신에 속도 조절이 어디 있나. 중진들, 윤핵관이라 일컬어지는 분들이 험지로 나가든 불출마하든 용퇴하든 당을 위해 희생과 헌신할 필요가 있다”고 인 위원장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지사는 “그분들 지금까지 행태 보면 정기국회 끝나면 스스로 그만둘 사람들 아니니까 강하게 하라. 지금처럼 당 중진들이나 이런 분들이 혁신위 이야기를 적극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인 위원장이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 버려라”라고 주문했는데, 이에 인 위원장도 “지사님 같은 분이 많이 계시면 저희 일이 좀 쉬울 것”이라고 호응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김 대표 체제를 직격하기도 했는데, “최고위원회가 다 초선, 원외 등 정치적 경험과 식견이 트레이닝 안 된 분들로 구성돼 있고 중진들은 뒷짐지고 있다. 당 대표가 ‘꼬마 대장’하는 형태에서 깊은 의사결정이 나오겠는가”라며 “집권여당으로 해야 할 역할을 재정립하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 없이 1년 반 동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함몰됐다”고 지도부에 맹공을 퍼부었고, 급기야 인 위원장과의 회동 뒤에도 그는 “혁신위가 구성되는 상황,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끝난 상황 보면 실무자들만 물러나고 본인은 책임을 안 졌다.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리더십이 바로 선다”고 김 대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김 대표의 울산 남구을 재출마설이 도는 데 대해서도 “김 대표가 혁신위원장 모시고 혁신위 구성을 결정한 것 아닌가. 결정했으면 혁신위 안건이 자기 뜻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반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혁신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지금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것은 모든 구성원의 책임이지만 누가 다 책임 있느냐고 하면 당 대표다. 무한한 책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재차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에선 단독 입후보한 재선의 김석기 의원을 제9차 전국위원회를 통해 신임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는 등 현 지도부 굳히기에 들어갔는데, 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사퇴로 선출된 김 의원은 정견 발표에서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기본은 당의 단합과 혁신이라 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당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일했던 경험을 살려 모두의 힘을 한 방향으로 모아 총선 압승을 견인하는 데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과연 당 혁신안이 지도부에 제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친윤 초선’으로 꼽히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총선) 이기고 싶다. 김 대표 하에 똘똘 뭉쳐서 지금은 하나로 가자”라며 “비대위 체제 전환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는데, 이런 당내 반발에 맞서 배수진을 치려는지 혁신위에선 당초 60일이란 활동기한에 따라 내달 24일이 활동 종료일이지만 그보다 앞당겨 이르면 내달 11일 전후로 조기 해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상민 이어 양향자까지…외연 확장에도 직접 나선 인요한

23일 오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혁신위 10차 전체회의에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을 초청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23일 오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혁신위 10차 전체회의에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을 초청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편 인 위원장은 김 대표가 언급한 ‘슈퍼 빅텐트’와 관련해서도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나서는 모양새인데, 이미 지난 21일 비이재명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을 혁신위로 초청해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들었으며 인 위원장은 강연 뒤 “오늘 크게 배운 것은 국민 눈높이로 내려와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힘주어 말했고, 그는 이 의원이 “12월 초까지는 민주당에 있을지, 나갈지 정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오면 환영한다”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혁신위는 23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는 ‘제3지대’에 속하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을 연사로 초청해 ‘과학기술 인재 육성과 정치’를 주제로 강연을 들었는데, 양 의원은 인 위원장에게 “동향이기에 정서적 교감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고, 강연 뒤엔 기자들이 국민의힘과의 합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합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가치와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에 따라 어떤 세력과도 토론할 수 있고, 정책적 연대라든지 모든 것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혁신위가 지도부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적극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남은 기간 동안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선 인 위원장을 겨냥해 ‘본질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 위원장은 대통령과 당의 수직적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통령은 나라님’이라고 거부했다고 한다. 그만두는 게 유일한 혁신인 것 같다”며 “인 위원장은 윤핵관의 희생을 요구했는데 윤핵관이 발호하게 된 것은 당정 간의 수직관계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 문제를 애써 외면하면 그건 혁신이 아니라 간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22일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강서구청장 선거 끝나고 그 기간 동안 우리가 정말 달라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냥 1인 예능쇼로 끝나버린 것 같다. 우리 당에 바라는 첫 번째 과제는 당정 간 수직적 관계를 타파하는 것인데 오히려 이걸 더 강화시켜 버렸다”며 재차 인 위원장을 직격했는데,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23일 오신환 혁신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정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반 당원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향후 혁신안에서 그런 부분들도 포괄적으로 논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당내에서조차 인 위원장을 겨냥한 여러 공세와 견제가 집중되는 가운데 공관위까지 조기 출범할 경우 혁신위는 더더욱 설 곳을 잃게 되어버릴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인 위원장이 광폭 행보를 통해 혁신 동력을 살려내고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 꼴로 끝나버릴지 그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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