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 혁신안 내놓은 인요한 “위에서 오는 공천보다 민심…지역구 전략공천 원천배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8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8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김기현 대표와의 신경전 등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은 채 내년 총선 공천 관련 방향, 구상을 내놓으면서 민심을 내세우고 있어 당내 반발을 뚫고 혁신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당에 혁신안 수용 압박하는 인요한 “우리 뒷받침하는 것은 국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그간 혁신위에서 당 지도부 험지 출마를 권고했다가 불편한 관계가 된 김기현 대표와 17일 만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본인 거취는 알아서 하겠다’고 한 김 대표를 겨냥 “우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국민”이라고 강조했는데,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선 “당과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 고통스러운 쓴 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하겠다. 혁신위에서 의결한 안건 등에 대해 좀 더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보다 직접적으로 촉구했다.

하지만 박정하 대변인에 따르면 인 위원장과의 이날 면담에서 김 대표도 “절차와 논의기구를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사실상 전날 “당 지도부가 공식 기구와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 총선 준비하고 당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 있다. 혁신위도 그 공식기구 중 하나”라고 한 발언과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내놓은 것으로 혁신위가 전부 좌지우지 하는 게 아니란 점을 재확인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맡는 등 ‘친윤’ 초선인 이용 의원까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를 겨냥 “저는 앞서 당에서 요구하는 것이면 험지 출마나 불출마도 수용하겠다도 밝힌 바 있다. 윤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게 올바른 길이기 때문인데 지금 당 혁신위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혁신위가 가는 길은 우리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냐, 아니면 권력투쟁이냐? 혁신위 말대로라면 정권 성공에 이바지한 인사라면 무조건 희생해야 하고, 다른 후보를 위해 뛰었거나 심지어 당적이 없었던 인물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혁신위는 당을 혁신하기 위해 제안하고 권고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를 끌어내리고 자리를 뺏을 권한까지 부여된 게 아니다. 점령군이 되어서 정권교체와 당을 위해 헌신해 왔던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모습이 되어선 안 된다”며 “혁신위의 제안과 권고에 대한 판단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 스스로 깊은 고심 끝에 판단할 몫이다. 앞으로 혁신위 활동기한이 한 달여가 더 남았는데 이제 당의 가치를 흔들고 당원들에게 혼동을 주는 권력투쟁이 아닌, 우리 당이 화합하고 국민께 감동을 선사하는 행보를 기대한다”고 직격했다.

반면 같은 날 당사에서 열린 제8차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연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인 위원장을 “개혁적 보수의 상징”이라며 혁신위에 한껏 힘을 실어줬는데, 이 회장은 혁신위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워장에 대해 “순수하다. 뭘 하겠다고 하는 (의도를) 깔고 얘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호남 출신으로 국민 정서를 잘 이해하고 성향이 굉장히 개혁적”이라며 “힘을 보태줘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당에서 특별히 배려했으면 좋겠다. 괜히 인 위원장에게 얘기한 것에 반발해서 버스로 동원해 자꾸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선거를 위해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이 회장은 인 위원장이 친윤계 의원들을 압박한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람을 찍어서 공격하는 것은 아니고 당을 전반적으로 혁신적 분위기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국민 입장에선 ‘당내 문제는 너희 문제’고, 국민들은 중원에 너희들이 나와서 경쟁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과감하게 중도 보수의 길로 가라”고 주문했다.

비단 이 회장 외에 이날 당 원로 자격으로 혁신위 8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전 대표 역시 “당이 굉장히 큰 위기에 처해 있다. 대통령이란 권력자 주변에 권력을 독점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몸을 던져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는데, 다만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게 친윤 불출마를 의미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불출마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 상향식 공천 내놓은 혁신위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말란 것”

17일 혁신위 회의에 참석한 뒤 나온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좌)와 백브리핑하고 있는 김경진 혁신위원(우). 사진 / 이훈 기자
17일 혁신위 회의에 참석한 뒤 나온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좌)와 백브리핑하고 있는 김경진 혁신위원(우). 사진 / 이훈 기자

김 전 대표는 혁신위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선 보다 구체적으로 구상을 밝혔는데, “당이 어려움을 겪고, 당이 분열되고, 보수가 분열되는 모든 원인은 잘못된 공천에 있다. 이길 수 있는 선거를 공천을 잘못해서 지고, 당은 분열되는 이런 일을 4년 마다 겪어 왔다”며 “이번 혁신위는 정당민주주의를 확보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에 초점을 맞춰 당에 권고해야 한다. 정당민주주의 요체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혁신위에서도 김 전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4호 혁신안 중 하나로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는 상향식 공천’을 제시했는데, 인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마친 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에 관한 공천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이번에도 거듭 ‘국민’을 언급했으며 김경진 혁신위원은 상향식 공천에 대해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후보 선정 원칙을 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공천보다 당원과 해당 지역구 민심을 가장 큰 원칙으로 하는 공천”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당원 등 지역구 민심을 기반으로 하는) 상향식 공천으로 할 경우 (현역 국회의원 등) 당내 인사가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래서 지금까지 당 중진들에게 희생해 주십사 부탁드렸고, 그 희생과 상관없이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분들에 대해선 경우에 따라 특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략공천 없이 모든 지역구에) 상향식 방식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일반 원칙을 설명한 것”이라고 지도부, 친윤 등과 갈등 원인이 된 당 중진에 대한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권고를 하게 된 이유도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혁신위원은 “중진이면 전국적인 지명도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전국적 인맥도 쌓여 역량도 강화됐을 것이다. 큰 틀에선 중진이 새로운 지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해 우리 당 의석을 한 자리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결국엔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혁신위가 매주 하나씩 안을 내고 있는데 지도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 지금은 속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김 대표와 인 위원장 간 오전 회동으로 혁신안 수위 조절한 게 아닌지’ 묻는 질문엔 “그렇게 볼 이유 없다. 오늘도 위원들이 할 말 다 했고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 혁신위원은 ‘대통령실 인사를 포함한’ 전략공천 원천 배제 원칙이 전체로 확대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엔 “결국 선거의 본질은 민심에 따른 공천이고 모든 지역에 공통된 게 아니냐 본다”며 “대부분 선거 지역구에서 국민들의 민심에 따른 후보 선택이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일반화시켜서 선거 원칙으로 삼자 합의에 이르게 됐다. 큰 틀을 보고 전략공천을 원천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전체 선거를 위해 훨씬 유리한 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인사도 예외 없이 공정한 경선에 참여하게 한다는 혁신안으로 일단 혁신위는 중진들을 내보낸 자리에 대통령실 인사들을 앉히려는 게 아니냐거나 대통령실의 뜻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한층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혁신위는 공천 관련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은 분명하게 제시하면서도 자칫 ‘월권’으로 비쳐질 것도 의식했는지 한편으로는 결정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할 일이란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앞서 3호 혁신안에서 밝힌 청년가산점에 대해서도 이날 혁신위는 “공관위가 할 문제다. 혁신위는 비례대표 당선 순번 안에 50%를 청년으로 채우고, 청년전략지역구를 설정하자는 정도를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지도부가 이 방안을 의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큰 틀에선 올바른 방향이고, 이 방향을 택했을 때 선거에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겠다고 예상하고 혁신안을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컷오프 기준까지 구체적 제시한 혁신위, 與 지도부서 모두 수용할까

1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우)과 면담하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이 훈 기자
1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우)과 면담하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이 훈 기자

심지어 이날 혁신위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당의 명예를 실추한 자, 금고 이상 전과자는 전부 공천 배제’한다고 컷오프 관련 내용도 구체적으로 ‘4호 혁신안’에 포함시켰는데, 금고 이상 전과자를 공천 배제 기준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선 “그만큼 중범죄라 판단해서 그 정도 기준은 돼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나”라고 밝혔다.

반면 앞서 당 총선기획단에서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범죄 연루자를 ‘신 4대악’으로 규정하고 공천 배제를 발표한 데 대해선 혁신위는 “당연히 공천 배제해야 하는 기준이나 판결문을 펼쳐보지 않는 이상 학교폭력인지 알 수 없어 공정성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하는 모습도 보였으며 “나중에 공관위가 구성되면 혁신위 임기가 끝났다 할지라도 안건을 상세히 설명하고 취지를 검토해 공천 관련 규정을 만들 때 반영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혁신위 임기 이후에도 그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한편 총선 공천 관련해 점점 혁신위가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아직 1호 혁신안만 공식적으로 의결한 지도부가 이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에 이제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일단 혁신위에서 ‘공천권을 국민에 돌려드린다’는 상향식 공천을 새 혁신안으로 내놓은 이날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선 총선에 내보낼 인재 등을 국민들로부터 직접 인재를 추천 받는 ‘국민 추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줄곧 ‘국민’을 내세워온 혁신위 측의 명분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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