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리더십 강조한 尹·與와 호응 보인 박근혜
“추도식에 온 尹 대통령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MB도 4대강 방문 등 공개 행보 이어가…정치언급은 피해
문재인, 고용정책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입장 내

10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10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직 대통령들의 공개 행보가 점차 본격화되고 있어 여론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박정희 추도식 결집한 당정…박근혜 “정부, 어려움 잘 극복할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 후 처음으로 상경해 부친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추도식에 11년 만에 참석하며 오랜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는데, 박 전 대통령은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엄수된 고 박 전 대통령 44기 추도식에서 “아버지께서 일생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잘 사는 나라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며 “지금 우리 앞에는 여러 어려움이 놓여있다고 하지만 저는 우리 정부와 국민께서 잘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꿈이자 저의 꿈, 오늘 이곳을 찾아준 여러분들의 꿈은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힘을 모아 우리와 미래 세대가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것”이라며 “아버지도 우리의 꿈이 이뤄지도록 응원하고 지켜주실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데 대해 “오늘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시자마자 바로 추도식에 참석해준 윤 대통령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공개적으로 감사 의사를 표하기도 했는데,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만난 것은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식 이후 약 1년5개월여 만으로 윤 대통령도 추도사를 통해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추모하는 뜻 깊은 자리에서 영애이신 박 전 대통령님과 유가족분께 자녀로서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박 전 대통령에 목례하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 내내 고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했는데,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 정신은 우리 국민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줬고 우리 국민에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셨다. 박 대통령께서 이뤄낸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됐다”며 “취임 후 92개국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지만 박 대통령께서 이뤄내신 이 압축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 세계적 복합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박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만나자마자 두 손을 맞잡은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추도식이 끝난 뒤에도 다른 유가족이나 수행 인원 없이 둘이서만 박 전 대통령 묘소를 함께 참배하기도 했는데, 윤 대통령이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되고 그 뒤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으로 활동했던 전력에 비추어 보면 서로 덕담까지 주고받은 이날 모습은 표면적으로도 두 사람 간 관계가 사뭇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을 좌우할 결전 격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선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이번 추도식에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미리 도착해 박 전 대통령을 맞이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 총출동한 모양새였으며 정치권에서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 인사들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까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 與 김기현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 되새겨…리더십 승계할 것”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심지어 여당에선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고 박 전 대통령을 거론했는데, 김 대표는 “국민을 가난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경제발전에 헌신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다시금 되새긴다. 100년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오늘의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든 리더십을 발전적으로 승계해 당당한 대한민국, 행복한 국민의 나라를 만드는 일에 더 매진하겠다”며 “국민의 삶 현장에 들어가 서민의 애환에 귀를 기울이고 민생을 더 적극적으로 챙겨나가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그는 이날 서거 2주기인 노태우 전 대통령도 언급하면서 “직선제를 통해 민주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탈권위주의를 실천하고 문민 민주사회로 가는 과도기를 큰 혼란 없이 이끌었던 노 전 대통령의 업적도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는데,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엔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서 열린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도 직접 참석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처럼 여당 지도부가 연이어 전직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고 ‘리더십 승계’ 등을 외치는 데에는 최근 보수층까지 이탈 조짐이 나타날 정도로 당정 지지율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인데, 실제로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해 20일 공개한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는 6개월 만에 최저치였을 뿐 아니라 대구·경북에서조차 긍정평가가 전주보다 13%P나 하락해 부정평가(48%)가 긍정평가(45%)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25일 전국 유권자 1006명에게 실시해 26일 공개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평가(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시 직전 조사보다 3%P 내린 32%로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그나마 여기선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 7%P 올랐으나 지지기반에 해당하는 70대 이상 고령층 지지율이 직전 조사 대비 6%P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으며 보수층 지지율도 동기 대비 9%P 하락한 57%로 나왔다.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은 2주 전 조사보다 2%P 오른 반면 국민의힘은 1%P 떨어졌으며 정당 호감도에선 민주당이 직전 조사인 4월 대비 5%P 오른 41%를 기록한 데 반해 국민의힘은 32%로 동률이었는데, 내년 총선에 대해서도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2주 전보다 3%P 내린 30%,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1%P 오른 47%로 집계됐다.

비단 이 기관들 외에도 대체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지지율 추세를 살펴보면 좀처럼 오를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총선이 반년도 안 남은 시점에 자칫 최후의 보루인 집토끼까지 흔들릴까 우려해 현직 대통령 최초로 고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직접 참석하고 여당 지도부도 대거 함께 하는 등 보수 결집 목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행보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장 윤 원내대표는 이날 “순방에서 오늘 도착하시자마자 이렇게 (고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찾아오신 건 윤 대통령께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존경심을 표하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다만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뒤 향후 광주 5·18민주묘지를 갈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 “그분의 첫 일성이 통합이니 통합을 위한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윤 원내대표는 답했다.

윤 원내대표 외에도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가람 최고위원은 혁신위 첫 일정이 5·18묘역 참배란 점에 대해 “우리 당이 호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전국에서 사랑받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강조했으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해 박정희 정신을 비롯해 김대중 정신 등 모두 실용적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해 보수층만 의식한 행보로는 총선 승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고민 또한 한편으로 내비쳤다.

◆ MB, 4대강 행사 등 공개 행보…‘SNS 정치’ 文, 조국 만날지 주목

이명박 전 대통령이 25일 경기 여주시 한강문화관에서 열린 4대강 보 걷기 행사에 참석해 강천보를 걷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5일 경기 여주시 한강문화관에서 열린 4대강 보 걷기 행사에 참석해 강천보를 걷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은 바로 전날인 25일 자신의 대통령 재임 시절 치적인 4대강 사업에 따라 설치한 16개 보 중 하나인 경기 여주 강천보 걷기 행사에 지난해 12월 사면·복권된 이후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은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 국민 모두 어려운 가운데 지지해줘서 4대강을 지킬 수 있었다”고 역설했으며 “나라 사랑하는 데는 나이도 없다. 젊은이나 나이든 분이나 어려운 때일수록 나라 걱정해야 우리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고, 현 정부 인사에 대해선 “좋은 인재를 골라서 쓰는 것”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비록 이 전 대통령은 내년 총선이나 당의 향방에 대한 조언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직접적인 정치 개입으로 비쳐질 것을 의식했는지 자신의 역할은 없다면서 즉답을 피했는데, ‘전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이었다’는 기자들의 질문엔 “정치적으로 얘기할 게 없다”면서도 “지금 (현 정부에서) 지류·지천 뭐한다고 하는데 잘된 것”이라고 에둘러 반응하기도 했다.

이번 4대강 보 관련 행사 참석 전에도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도발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면서 공개 행보에 나선 이후 5월엔 서울시장 재임 당시 역점사업으로 삼은 청계천 복원 현장도 직접 찾는 등 꾸준히 보폭을 넓혀가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와 마찬가지로 보수진영 결집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모두 현 정부에 긍정적 전망이나 평가를 내놓는 모습을 보이면서 힘을 실어주는 가운데 민주당 쪽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찍이 SNS를 통해 각종 현안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하는 등 보다 분명하게 정치적 행보를 보여 왔는데, 지난달에는 고용정책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고 26일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신간 사인회를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에서 내달 9일 개최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혀 내년 총선 출마설이 돌고 있는 조 전 장관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도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이 전날인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쇼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을 겨냥 “어떤 말이 있고 언동이 있으면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데 무대 밖에 있는 분들은 책임을 물을 기회가 없고 그냥 정치적 영향력만 행사하고 있다”며 “이런 건 매우 안 좋은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도 하고 싶으면 국회의원 출마를 하든 나오라”고 일침을 가하는 등 전직 대통령의 정치 개입성 행보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아 전직 대통령들이 현재 유권자 여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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