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정부가 투명한 회계라는 당연한 원칙 고수가 탄압이라고 저항하던 양대노총이 이를 돌연 수용했다. 정부가 회계 미공시 노조엔 연말정산에 조합비 15% 세액 공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하자 조합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회계 공시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양대노총은 공히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노조와 산하 조직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다음달 30일까지 공시해야 한다.

양대노총은 이를 수용하면서도 다음달 11일 개최하는 대규모 노동자 집회에서 이를 규탄키로했다. 회계 투명성을 빌미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부패 세력으로 몰아 정부가 반사이익을 얻는 등 노동 말살 정책 저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대노총은 정부의 회계 공시기준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노동조합 운영과 결산 결과에 대해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보고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드러난 건들은 주장과 전면 배치되고 있다.

진병준 전 한국노총 전국 건설산업노조위원장은 지난 6월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상소했지만 대법원이 지난달 27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국회의원 4명에게 노조비를 활용해 쪼개기 수법으로 후원, 3년 동안 약 2000차례에 걸쳐 현금을 인출하고, 가족에게 허위 급여와 퇴직금 등을 지급하는 등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해서다.

진 위원장 구속 후 직무대리로 활동한 한국노총 간부는 노조비로 고가의 오토바이를 구입했고 2억 원이 넘는 노조비를 횡령해 지난 8월 대구지법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18일 법원은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한 지부에서 간부를 했던 A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 6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다.

지난 5월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이석기 석방대회 등 민중당(현 진보당) 관련 행사에 노조비 4000만 원을 사용한 혐의로 건설노조 간부 6명이 서울경찰청에서 조사받았다. 건설노조 간부들은 사실 은폐를 위해 회계장부를 파기하거나 관련 파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 정황도 드러났다.

이외에도 고용노동부가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바에 따르면 조합비 횡령, 부당집행 등 973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또 발전기금 명목으로 지역 업체들로부터 매달 노조 통장으로 일정금액을 받은 노조도 있었다.

양대 노총이 정부와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5년간 받은 보조금 규모는 1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깜깜이 회계로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고 정치투쟁이나 간부들의 부패 정황이 드러났다. 떳떳하면 정직하게 공개하면 될 일인데 양대노총의 태도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노조에겐 이번 회계 공시 수용이 그동안 지적받아온 깜깜이, 불투명이라는 오명을 벗을 기회다. 더 나아가 양대노총이 저항하는 윤석열 정부에 오히려 한 방 날릴 수 있는 기회다. 양대노총은 투명한 회계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고 선진 노사관계 확립 등 노동개혁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말로 하면 노조가 근로자의 권리보다 정치놀음에 천착한 적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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